우리 술 인문서적들이 많아지는 이유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180)

 

우리 술 인문서적들이 많아지는 이유

 

 

전통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부분에서 전통주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선 전통주의 매출 시장이 커졌다. 순수하게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의 출고금액은 2020년 626억 원에서 2021년에는 941억 원으로 약 50%가 성장했다. 한 분야의 산업 성장이 한해에 50%씩 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이 통계는 국세통계연보 기준으로 한해 늦게 나오는 결과이다 보니 실제 2022년 결과는 이보다 더 큰 성장도 가능해 보인다. 시장을 조금 넓혀서 전통주와 그 외 일반주류 중 우리가 아는 막걸리나 약주, 증류식 소주 등을 다 합치면 출고금액이 1조까지도 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야기 한다.

 

특히, 전통주 전문점들이 주변에 생기면서 과거보다 전통주를 소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꼭, 전통주 전문점들이 아니어도 전통주를 취급하는 식당들도 과거에 비해 많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전통주 바틀샵, 전통주 온라인 유통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전통주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크게 발전이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전통주 서적들이다. 과거에도 전통주 서적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전문 서적들은 출판이 되었다. 하지만 제조 서적이 아닌 인문학서적 또는 소비자의 재미 중심으로 한 전통주 서적들의 출판은 활발하지 않았다.

 

일예로 온라인 책방 홈페이지에서 국내도서로 ‘와인’이 들어간 책 제목을 검색하면 약 1,211건의 도서가 검색된다. 물론 여기에는 와인이 약간 언급된 것들도 포함이 된다. 반면 ‘전통주’로는 40건 ‘우리 술’로 하면 32건으로 그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전통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잊혀진 우리 술’, ‘역사가 단절된 술’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러기에 전통주를 재현하거나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마시게 할까에 집중을 해왔다. 결국 우리 술 제조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술이 가진 스토리텔링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왜 우리 술은 와인과 같이 역사 속 왕이나 양반이 마신 술의 이름이나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을까? 혹은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는 마피아와 연관된 이야기 들이 있는데 조선의 금주령 시대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을까? 그 동안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우리 술 인문 서적이 부족하다보니 소비자에게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제공되지 못했다.

 

최근 우리 술에 있어 인문학 서적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인문학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우리 술 역사나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판사들은 이러한 욕구를 알고 소비자가 원하는 책을 출간한 것이다. 분야별로 우리 술 인문학 책들이 많아지면 우리 술의 기초가 튼튼해지고 외국과 같이 술을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우리 술 인문학 책들이 나오기를 기원하면서 작년부터 출간된 우리 술 서적들을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한다.

전통주 인문학

전통주 인문학(저자 김상보)

‘전통주 인문학’에 대한 이해는 음주문화로 출발하고, 음주문화는 음양사상(유학)과 관련이 깊다. 음주문화 속에 꽃 피운 술과 안주문화를 중국과 한반도를 상호 비교했으며, 고대와 중세, 근세까지 시간의 연속적 맥락에서 진화과정을 해석했다. 또한, 전통누룩 베이스의 전통주와 술안주, 음주문화라는 3대 키워드로 한반도의 술 발전사와 진화과정을 이야기 한 책이다.

 

 

 

 

우리술 익스프레스

우리술 익스프레스(저자 탁재형)

우리 술은 크게 탁한 술인 탁주, 맑은 술인 청주(주세법상 약주), 그리고 증류한 술인 소주로 나누어 설명 하였다. 세 개의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 술의 세계는 발전해 왔고 지금은 어떠한 술들이 만들어 지는지는 설명한다. 누구나 궁금해할 우리술 Q&A, 우리술의 구분, 우리술의 심장인 누룩, 청주와 약주의 차이,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 그리고 증류기까지.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저자의 입담으로 풀어낸 책이다.

 

 

 

응답하라 우리 술

응답하라 우리 술(저자 김승호)

술의 탄생과 역사, 우리 술의 제조과정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술의 발전 과정을 3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서론에 해당하는 제1편 술이란 무엇인가? 에선 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류 문명사와 곡물 발효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글의 두 번째는 우리 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술의 출발점, 누룩’에서부터 ‘청·약주 논쟁-우리 술의 정체성 혼란’, ‘우리나라의 대표 막걸리’ 등 다채로운 막걸리 스토리가 전개된다. 세 번째 주제는 소주다. 소주가 우리 땅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주로 빚었던 소주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 한다. 특히, 다양한 문학속 시와 소설 등에서 언급된 우리 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동소주

안동소주(저자 박성호)

안동소주에 대한 내용만을 중심으로 나룬 서적이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양반가에서 꽃을 피운 안동소주는 일제강점기에 영세 양조업자들을 퇴출시키며 대규모 자본과 근대화된 제조기술의 도입을 통해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또한 안동의 명승지이자 당시에 널리 애창되던 성주풀이의 ‘제비원’을 상표에 그려 넣으며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안동소주의 역사는 단지 안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에서 700여 년간 소주가 어떻게 전개되고 오늘날까지 흘러왔는지 설명해 준다.

 

 

한국 술 열전

한국 술 열전(저자 박순욱)

일제강점기 이후 80년간 단절된 한국 전통의 양조기술과 고유의 술맛을 재현하거나 개척한 양조장 22곳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해방 후 가난과 식량난을 겪던 시절, 정부는 ‘약·탁주 제조에 쌀(미곡) 사용 금지(1966.8.28.)’ 조치를 내렸고, 술 시장은 몰락과 빙하기를 맞게 된다. 전통주 고유의 술맛은 끊겼고, 일본 사케와 와인, 위스키는 한국인 술맛의 준거(準據) 술이 된다. 이 책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을 꿈꾸는 양조장의 핵심 노하우를 인터뷰 형태로 풀어 설명했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