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염업계 리더 ‘인산家’ 金侖世 회장
지리산의 千變萬化를 담아낸 깊은 향이 밴 인산농장의 명주
道를 닦듯이 빚은 술이 숙성돼 하산을 기다리는 술독이 천여 개
“만일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天若不愛酒) 술별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고(酒星不在天), 만일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地若不愛酒) 술샘이 땅에 없었을 것인데(地應無酒泉), 하늘과 땅이 본래 술을 사랑했으니(天地旣愛酒) 내가 술을 사랑해도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愛酒不愧天).…”
진정 애주가들이라면 한번쯤 읊-조려 봤을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의 일부다.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랄 수 있는 시에 매료되어 술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양조장까지 차린 이가 국내 죽염(竹鹽)업계를 이끌고 있는 ‘인산家’의 金侖世(68) 회장이다.
기자가 ‘인산가’를 찾은 날 金侖世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반주(飯酒)로 자사 제품인 탁여현(濁如賢) 한잔을 들고 나서 ‘월하독작’을 읊조린다. 아! 여기에 진정 애주가가 있었네.
이제야 ‘인산농장’이 주품을 알리는 브로슈어에 ‘죽림칠현(竹林七賢)’을 내세운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갔다.

이날 金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金 회장은 중국 위(魏)·진(晉)의 정권교체기에 부패한 정치권력에는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낸 ‘죽림칠현’의 선비들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의 천변만화(千變萬化)를 그대로 담아낸 깊은 향’이 가득 찬 술은 술이 아니라 명약이다. 한 잔을 마시면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하고, 또 한 잔을 마시면 신선이 되어 죽림칠현과 노닐 수 있는 술이 아니던가.
이런 술은 아무나 빚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혼이 들어가야만 빚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金 회장이 풀어 놓는 ‘인산가’의 죽염과 인산농장이 출하하고 있는 술들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소금은 음식 중에 장수다

중국 한서(漢書)《식화지(食貨志)》에 ‘부염식효지장(夫鹽食肴之將)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 가회지호(嘉會之好)’란 말이 나온다. ‘소금은 음식 중에 장수요, 술은 백 가지 약 중에 으뜸이고, 아름다운 모임의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소금 만드는 인산가에서 제대로 만든 술을 뜻이 통하는 사람과 같이 즐겁게 마시면 이보다 좋은 약이 있으랴. 인산농장의 술 익는 향에도 기분 좋은 취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죽염은 한쪽이 막힌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다져 넣고 황토로 봉한 후, 높은 열에 아홉 번 거듭 구워내어 얻은 가루.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간염 따위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쓴다.
죽염은 ‘인산家’ 창업주 김윤세 회장의 선친인 인산 김일훈(仁山 金一勳·1909~1992) 선생이 창안한 것으로서 1986년 6월 15일 인산 선생의 의술(醫術)을 집대성한 책《신약(神藥)》이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약 100만 부가 판매된《신약》의 첫 장(章)에는 죽염의 효능과 제조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죽염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죽염 제조 요청이 빗발치자 인산 선생의 차남인 현 ‘인산가’의 김윤세 회장이 1986년 가을 지리산 실상사(實相寺) 마당에서 죽염을 굽기 시작했고, 이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 죽림리 산 192번지 일대(현 인산연수원) 목장지로 들어가 죽염 제조를 이어갔다. 죽염을 산업적으로 생산할 필요성을 느낀 김윤세 회장은 함양군에 제조허가를 신청해, 1년 뒤인 1987년 8월 27일 국내외 최초로 죽염제조허가를 받아 본격 죽염 제조에 들어갔다.
오늘날 인산가는 ‘세계 최초의 죽염 브랜드’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사람을 살리고 인류를 구한다는 활인구세(活人救世)의 기업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던 업체가 이제 임직원 수 240여 명, 연(年) 매출 340억 원, 시가총액 600억 원(2023년 2월 1일 기준)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유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죽염종가’라는 기업 가치를 스스로 일궈낸 인산가는 현재의 위치에서 이웃한 지역에 6만3천여 평 규모의 ‘인산죽염항노화지역특화농공단지’를 조성 중이다.

토목공사가 끝난 단지에는 올 상반기부터 “죽염 제조 시설을 비롯한 전시 판매시설, 문화공연시설, 죽염박물관 등 10여 동의 농공상복융합산업의 시설과 건물이 들어서며 세계인들을 상대로 한 글로벌 헬스케어 선도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리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김 회장은 밝혔다.

술은 백 가지 약 중에 으뜸이다
김 회장이 술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라고 했다.
대주가였던 아버님이 어느 날 양조장에 가서 술을 받아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주전자에 술을 받아 오면서 호기심이 생긴 김 회장이 한 모금 마셔보니 달짝지근하더란다.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고도 아버님은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고 김 회장은 술회한다. 그때 호되게 야단을 맞았더라면 어땠을까.
김 회장이 1980년대부터 불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 마감이 끝나면 으레 동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지나친 과음 탓에 여섯 번이나 죽을 만큼 큰 탈이 났었다. 그때마다 아버님이 상경하여 김 회장을 살려놨다고 한다. 여느 아버지 같았으면 “당장 술 끊으라”고 혼을 내셨을 텐데 술에 대해선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단다.
술 때문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느낀 것은 술은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때 느낀 것은 술의 질이 문제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래서 김 회장은 인산가의 자회사인 인산농장을 2010년 설립한 이후 주류제조허가 신청 3년만인 지난 2018년 1월 전통주 제조허가를 받아 전통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첨가제 없는 전통주의 제조 및 보급 사업을 영위하며 증류식 소주, 약주,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인산 농장 고유 비법으로 제조하게 된다.
인산농장을 찾았을 때 최종진 사장이 양조장 투어를 시켜 주었다. 처음 대하는 발효실 탱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숙성실에 들어가 보니 입이 벌어질 만큼 숙성항아리와 오크통이 즐비하다. 평균 23ℓ를 넘나드는 항아리가 1천여 개나 된단다. 숙성되고 있는 항아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술향이 속된 말로 끝내준다.
모르긴 해도 이렇게 많은 숙성항아리에 증류식 소주를 숙성시키고 있는 양조장이 몇 개나 될까. 어느 오크통엔 유명 인사들이 선금을 주고 숙성을 의뢰한 것도 꽤나 많다.
인산가 양조장은 인산가 정문으로 진입하기 전 오른쪽에 있다. 해발고도 500여m 산속에 자리 잡은 양조장에서 바라보이는 산이 지리산 줄기의 삼봉산(해발 1,187m)이다. 해발고도만 놓고 보면 전국의 양조장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양조장이 아닐까 한다.
오염이 될 만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여기에 지하 200m에서 끌어 올린 지하수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다. 이 물을 이용해 품질 좋은 찹쌀과 멥쌀, 전통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인산가의 술은 네 가지다. 탁주 탁여현, 약주 청비성, 증류식 소주 월고해(42도)와 적송자(53, 72도)다.


酒名이 시적이고 문학적이다
인산농장의 술 이름은 김 회장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주로 이태백 시에서 차용한 것이 많다. 젊은 층 특히 MZ 세대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술 이름도 있겠지만 글줄깨나 읽은 선비 형들에게는 탄성을 지를 만한 이름들이다.

▴탁주 탁여현(濁如賢, 15도):탁여현은 쌀·누룩·물만으로 세 번 빚은 삼양주이다. 보통 단양주로 알려진 막걸리는 처음 빚은 밑술을 한 번 발효시켜 만든다. 알코올 도수 15도로 탁주치고는 약간 높지만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 곡물 본연의 맛과 향이 깔끔하게 살아 있다. 이백의 ‘월하독작’에서 ‘탁주는 현자 같은 존재라 하더라(復道濁如賢)’라는 시구에서 이름을 따온 술이다. 걸쭉하지 않아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러웠다. 석탄주(惜呑酒) 같은 맛이랄까. ₩16,000.
▴약주 청비성(淸比聖, 16~17도):청비성은 삼양주로 밑술을 담아 3번에 걸쳐 원재료를 배합하여 담금통에 담아 45일간 발효시킨 후 분리작업을 거친 후 영상 5도씨에서 90일간 숙성한 술이다. ‘청비성’이라는 주명은 월하독작에 나오는 시구로 이문청비성(已聞淸比聖) 즉,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에서 따온 주명이다. 청비성 골드는 17도의 오양주이다. 앞으로 나올 ‘청비성 21’은 찹쌀 함량을 높여 알코올 도수가 21도로 비교적 높고 보다 깊은 맛을 선사한다. ▴₩24,000. ▴골드₩30,000.▴청비성 21 ₩40,000.
▴증류식 소주 월고해(越苦海, 42도):월고해는 오양주인 청비성 골드를 증류시킨 소주이다.
월고해는 오양주로 밑술을 담아 5번에 걸쳐 원재료를 배합하여 담금통에 담아 45일간 발효시킨 후 분리작업을 거친 후 영상 5도씨에서 90일간 숙성과정을 거친 후 1회 증류 후 2년 숙성시킨 소주다. ‘월고해’는 고통의 바다를 넘어간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부처님 말씀에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했다. 고해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배 타고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월고해를 마시면 무엇이든 넘어간다. 고통을 잊게 한다. 고해의 자항(慈航), 자비로운 배가 바로 월고해다”라고 말했다. ₩110,000.
▴증류식 소주 적송자(赤松子, 53, 72도):청비성을 한 번 증류한 소주가 적송자 53.두 번 증류한 것이 적송자 72이다. 증류 후 다시 2년 동안 숙성시켜 깨끗하고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적송자(赤松子)는 중국 전설시대 선인(仙人)의 이름으로 신농(神農) 때의 우사(雨師)로서 후에 곤륜산에 입산하여 선인이 되었다고 한다. ▴적송자 53₩ 210,000. ▴적송자 72₩ 300,000.

김윤세 회장은 마당발이다
인산농장의 술 이름이 이태백과 연관 지어진 것이 많은 것은 김 회장의 인생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이는 김 회장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5년이나 수학해서 한문 실력이 월등하다.
김윤세 회장의 선친인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선생은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다.
김 회장이 불교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게 된 동기도 불경을 번역해서 신문에 실리는 한편 글을 통해 선친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아버지가 펴온 의술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동안 김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아버지 인산 김일훈 선생의 구술을 받아 기록 집대성한「신약(神藥)」을 비롯해서「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동사열전(東師列傳)」,「한 생각이 癌을 물리친다」,「죽염요법」,「인산쑥뜸요법」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무위자연의 삶과 올바른 건강법을 제시한「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이처럼 의약과 관련된 저술 활동 외에 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객원교수로 대체의학을 강의한다. 또 명품창출CEO포럼 회장, 함양 바이크(대형 모터사이클)협회 회장, 조선일보사 발행 월간 山 잡지 객원기자, 시인 등으로 활동하다 보니 체구에 비해 마당발이다.

그래서인가 김 회장은 술 마시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대한민국 권주가협회장인 소천 이장학 선생을 비롯해서 산악인 엄홍길 씨 등과 교류하며 세계적 정당인 주당(酒黨)을 창당하여 당대표도 맡고 있다.
“♬ 술 한 잔 취하게 먹고 홀로 앉아 밖을 보니 이 세상 만단 시름이 가겠노라 하직하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저 가는 시름 배웅하게♪”
신 풍류도(新風流道)의 길을 걷는 것이 주당의 목표라나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다가 함양 땅에서 모터사이클 타는 것을 즐기는 사람끼리 산천경개를 찾아 떠난다. 450㎏이 넘는 할리데이비슨을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월간 山’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김 회장이 워낙 산 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1년 평균 100여회 등산한다. 겨울에는 빙벽을 그 밖의 계절엔 암벽을 탄다.
“그냥 산이 좋더라고요, 지난해에도 105번인가 등산을 했습니다”
酒黨 대표로서 김 회장이 생각하는 좋은 술이란?
김 회장은 “국민들이 술이라면 우선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나쁜 술’들이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술을 빚는 사람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외국산 쌀을 쓰고, 발효 촉진제인 이스트(효모)를 잔뜩 집어넣어 속성 발효를 시키는 술’과 ‘값싼 외국산 원료로 만든 주정에 물을 80% 이상 타고, 설탕보다 200배 더 단 감미료 아스파탐을 첨가하는 술’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술들이 나쁜 술이라고 김 회장은 정의한다.
김 회장은 “술은 사람이 만들지만 세월이 완성시키는 술이 좋은 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산가의 술은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술이 아니다. 술 한 잔에 괴로움을 떨치고, 두 잔 술에 즐거움을 받아들이는 술이다. 잔이 돌고 세 잔, 네 잔이 되면 비로소 좋은 세월을 초월해 세상의 풍류를 즐기는 술이 된다.”고 했다.

‘인산농장’은 그동안 술 홍보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우리 술 축제에 ‘인산농장’이 그동안 빚어 온 술을 출품하면서 전통주업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고 했다. 전통주가 일류 호텔에 입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도 지난해 연말 인산농장 월고해42, 적송자53, 청비성 골드 등이 여의도 켄싱턴호텔 입점했다.
이는 그만큼 인산농장의 ‘술이 좋은 술’이란 평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종진 인산농장 대표는 “인산농장 고유의 감성과 함양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점을 강조해 홍보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인산농장 전통주를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산농장 전통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022년 4분기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인산가 김윤세 회장을 선정하여 시상한 것도 인산가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앞으로 쌀을 원료로 한 곡주를 발효시킬 때 약재를 넣은 신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등소평이 즐겨 마셨다는 십전대보주, 북한의 유명 술인 단군장주(된장을 넣은 술) 같은 약재 술을 세계 명주로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