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류도매업은 왜,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종합주류도매업은 왜, 무엇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글로벌 시장도 국내 시장도 정체되기 시작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와 같이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분명하다. 모든 부분에서 그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오래 되었다. 주류업계에서도 도매업은 물론 제조업, 원료조달자들, 협단체 들에서 그런 상황을 직접 체감한 지 오래 되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과거가 좋았다’는 의견만이 들릴 뿐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시 변할 상황이 아니다. 좋았던 업황이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는 판단이 옳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경영의 흐름을 보더라도 1980년대에는 인건비 등 원가관리의 시대를 경험했다. 비용을 줄이면 이윤이 남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1990년대는 방향 제대로 잡기 등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대세였다. 인건비도 전보다 많이 오르고 물류나 제조비용도 올랐다. 방향을 제대로 잡거나 틀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시대로 변했던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원가도 행동원가, 즉 방향 있는 원가관리가 필요해졌고, 미세한 부분까지도 전략적 성과관리를 하는 시대를 경험한다. 내부와 외부를 모두 신경 써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의 관리도 경험했던 뒤다. 2010년대에는 그야말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이구동성을 내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계가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선진국 주류기업들도 자국에서 시장정체가 오래 진행되어 후발국 시장을 쟁탈키 위해 글로벌화를 서둘렀다. 소위 주류시장의 글로벌화다. 해외 시장개척의 시대가 본격화 된 것이다. 이에 주류기업들도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시장경쟁에서 성공을 한 기업들이 글로벌 메가 기업들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들이 디아지오나 페르노리카 등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들에 비하면 멀었다. 하지만 일본기업들 중 일부는 글로벌화에 성공하였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도매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영세하고 어렵다. 시장변화에 맞추어 변신에 성공한 아직 해외주류를 활용하여 시장을 장악한 업체는 찾기 어렵다. 다만 해외 수입주류를 사용하여 전국유통 소매시장을 형성하는 소위 소극적 시장진출 정도가 있을 뿐이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등 지속가능한 시장을 구상하고 만들어나간 업체는 아직은 없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주류도매업의 성과수준과 불신

우리나라의 주류도매업은 어떤 수준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도매업은 사실상 정부의 규제 하에 그 경영수준과 성과가 관리되어 왔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그러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경영에 정부의 규제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개별 업체들의 노력여하가 전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의 영향력은 종합주류도매업에서의 변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정부가 종합주류도매업제도를 신설하고 도매면허를 개방하자 면허가 증가하고 부도업체가 속출했다. 무자료 거래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7년에 도매업의 신규면허 허용범위, 즉 TO제도가 시작되었다. 1998년도에 11개로 세분화 되어 있던 도매면허를 종합주류, 특정주류, 주정, 주류수출입, 주류중개업 등으로 통폐합을 한 후 종합주류도매업이 도매시장에서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면허조건과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였다. 즉, 도매시장은 정부의 규제정책 변화가 경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도매업의 현황은 정부의 역할과 떼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규제완화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아직도 정부와 도매업계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기는 과도기로 변화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정부와 시장의 중요한 관건이다. 도매업계의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바 업계나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역할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대안 제시와 협의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과연 정부와 업계, 그리고 협회 등이 도매업의 미래를 위해 변화관리를 하려면 현황 진단이 필수적이다. 불행히도 업계의 현황은 바람직한 상황을 추론해 내기 어렵다. 물론 ‘업계의 1/3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고 있고, 1/3은 정체되고 있으며, 1/3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를 직면하고 있다는 통념에서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실태분석자료는 통상 평균적 통계치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경우 도매업계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도매업계의 진단지표는 먼저 규제산업의 특성상 법과 규제상황과 외부의 이해관계자 진단이 중요하다. 그 중 학계나 정부, 국회, 언론 등의 의견인 이해관계자 진단이 중요한 바 그 정보가 법과 규제의 변화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외부평판은 도매업계의 업황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영업이윤과 면허권의 판매차익이 매우 크다는 정보가 만연되어 있다. 물론 사실과 차이가 크다는 것이 문제다.

업계의 경쟁도 점차 심해져 가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과제는 영업구역의 규제완화로 인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개별업체의 영업지역이 제한이 없어지자 대형업체 일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생존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도매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일부 대형업체가 보다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먼 고객을 확보하는 노력은 시장의 혼란은 물론 환경피해도 발생하게 된다.

개업업체들의 노동생산성 수준과 경영역량도 문제가 된다. 종합주류도매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담배나 음료 또는 다른 주류도매업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2010년 기준 3,576만원 수준이다. 이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다루는 물품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이해된다. 이 경우 다른 업종에서 물류, 창고 혁신이 발생하여 낮은 비용조건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할 경우 경쟁력 열위로 시장 퇴출될 수도 있다. 규제완화 국면에 들어가고 있어 경영역량의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영업이윤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업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반 비용이 늘고 있고, 노동생산성도 낮아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그 수준의 저하경향이다. 심지어 영업이윤이 낮아 세후 순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업체들도 상당수 된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비용처리의 오류를 지적하지만 이익이 일반적으로 줄어들고 영업이윤 수준이 업체당 평균 7,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은 업체수가 이미 포화점을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현재의 업체 수는 시장규모를 볼 때 적정 이윤을 남기기에 과다하다. 이는 도매업계가 규제의 준칙을 준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추가 문제가 확인되는 사실은 매출액 규모와 영업이윤 규모가 상관성이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 매출규모가 커질 경우 통상 이윤총액이 늘어나게 되는 데 종합주류도매업에서는 그런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균적 수치들을 관찰한 결과이긴 하지만 출혈경쟁을 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으로 차라리 작고 충성도가 높은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느 업체가 그 수준을 적확히 파악할 수 있겠는가.

업체들의 성과수준으로 관찰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을 둘러보았지만 어느 하나 종합주류도매업의 미래에 청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찾을 수가 없다. 이는 업계의 위기시계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업계는 제조업과 소매업에 물질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업이 진행되지만 일순간에 멈출 경우 해결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적자 회사를 정리하지 못하고 지속 운영하는 이유는 대체로 그런 데에 있다.

이미 지적한 대로 도매업은 정부가 규제정책을 통해 관리했을 뿐 아니라 행정지도를 해 온 업종이다. 그 업종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 정부의 관리 실패상황이라는 판단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도매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말 것인가. 출혈경쟁은 극복할 메커니즘이 보이지 않을 때 그러면서도 경쟁에서 생존했을 경우 이윤확보가 예상될 때 가능한 행동이다.

즉, 잘못된 시장행동을 하더라도 정부의 규제 환경 하에서는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근거를 동시에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지난 20년간의 행정지도가 현재의 시장을 낳은 것이 아닌가. 이에 정부와 업계가 지속가능한 시장규칙을 만들어 내고 현명한 시장조정과정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매우 시급한 시점이지만 차일피일하고 있는 상황은 미래의 파국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 속에서 도매업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도매업의 업황에 대한 상이한 정보 상황과 각계의 입장차이다. 정부의 경쟁관리 당국, 국회의 유관 위원회, 관련 학계 등이 가지고 있는 도매업에 대한 불신과 초과이윤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 업계가 경험하고 있는 어려운 경영현황과 차이가 매우 큰 것이다. 이러한 시각차와 불신의 분위기는 사실 업계의 발전적 개선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와 경쟁 주의적 시각

도매업계의 경영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실패에서 비롯된 부분이 상당한 수준이라면 과도한 의견일까. 오랜 기간 동안 도매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도 아무런 개입도 없었다면, 그리고 현재에도 그렇다면 과한 주장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정부가 규칙을 정해 놓았을 뿐 다른 특별한 개입을 하지 않았더라면 경영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가 된다.

하지만 도매업에 경영부실상태에 있는 업체가 많고 경영품질이 하향평준화 되어 경쟁력이 없는 우리 현황을 볼 때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 어렵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보더라도 설립기준이 있어 비용요인이 되고, 취급품목도 주류이외에 다른 품목이 안 되니 경영혁신에도 제약이 있으며, 영업구역도 최근에 와서 자율화 되었을 뿐이니 도매업에서 정부개입은 간단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영업지역의 자율화는 규제완화 라기 보다는 영세업체들에게 경쟁력 약화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어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무자료거래와 탈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견도 무자료가 발생하는 경로를 차단하는 대책을 조기에 하지 못했다는 의견의 뒷담화일 수 있다. 높은 이윤과 프리미엄이 너무 많다는 학계나 국회의 주장도 적정 업체수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일일 수 있다. TO 제도의 존재로 인해 다른 면허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의견 또한 그러한 제도를 통한 관리가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면허제도 속에서 경영범위가 제약되었다. 일부 업체가 불공정거래나 무자료 거래를 통해 불법이윤을 남겼다고 하나 비정상 상태가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일부 종합주류도매업 면허가 있어서 다른 면허 규제완화 또는 통폐합이 어렵다는 의견도 앞뒤가 안 맞는 의견이 될 수 있다.

이미 면허를 여러 형태로 나누어 관리해 왔고 그러한 사실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으며 시장이 그러한 규칙 하에 형성되었는데 통폐합의 장애요인이 그 제도 자체라고 해석한다면 당초에 제도의 운영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견 이상일 수가 없다. 제도가 한번 결정된 후의 변경은 시장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뀐 상황과 시장 내 업체들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안을 찾을 때에라야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시장속의 업체들은 정부의 관리방침 하에서 운영할 때 일정한 영업역량과 시장거래 형태가 결정되게 된다. 소위 많은 비용을 들여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오랜 기간 그 같은 시장이 성립되었을 경우 일시에 제도를 변경한다면 기존업체들의 혼란은 당연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한 시장충격을 감안하지 않고 정책을 일순간에 변경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더욱이 도매업계의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업체들이고 영세업체도 많다. 제도변화가 급작스러울 경우 작은 업체들일수록 혼란에 크게 휩샇이게 되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도산하게 되는 업체도 상당수 나타날 수 있다. 대안 중 하나는 규모를 키우는 통폐합이 되겠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제도변화가 쉽지 않은 조건일지라도 정부나 국회, 학계가 보는 도매업계가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시장실패에 대한 대안을 규제완화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가 그렇게 된다. 이미 시장화가 많이 진전된 경우는 정부의 재개입 보다 시장에 의한 조정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시장자체가 크게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그런 경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보기에 현재 도매업 시장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도매업의 경영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시장 환경을 규율해 왔다 하더라도 시장실패가 업체의 옳지 않은 영업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경우 정부는 불법시장과 비정상적인 시장에 행정력이 부족하거나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규제를 완화하고 업계의 시장조정과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즉, 그 경우 모든 일을 업계 스스로 결정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시장을 정상화하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 된다. 그렇게 되면 시장경쟁이 스스로 시장조정을 하게 되어 불공정, 탈세, 직업선택권의 차단문제 등이 사라지고 시장이 활성화되며 오래지않아 정상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정부가 신뢰하는 시장조정능력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정부가 바라는 대로 시장이 조정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시장의 모습이다. 정부가 보는 대로 업계 스스로 자정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전적으로 맡긴다면 과연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시장에 맡긴 다는 것은 아마도 시장만이 마지막 대안이라 보는 것이며 정부의 행정력이 부족한 상황이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일 것이다.

그 경우 정부의 상황판단대로 오랜 기간 문제가 발생해 왔고, 일부 대기업이 있을 뿐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거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업종상황에서 경쟁이 심해진다면 과연 시장이 단기간에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규제완화안 대로 추진될 경우 과연 도매업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변화에 따른 시장변화를 예상하자면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쟁 주의적 시각 하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규제완화란 현재 업체수를 지정하고 있는 TO제도의 폐지를 의미할 것이다. 또한 현재 면허시 필요한 요건인 시설기준이 폐지될 것이다. 여러 가지 도매면허가 단일화 되어 종합주류도매업과 동일하게 제품들을 취급하게 될 것이다. 업태의 선택은 이제 순수하게 개별 업체의 역량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주류의 용도구분 표시제도도 폐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경로가 단일한 형태로 되므로 경쟁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제조업의 소매상 직거래도 허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완화되면 현재의 도매상만이 도매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매능력을 가진 제조업체나 개인들도 누구든 도매행위를 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능력 있는 업체는 발전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업체는 도태되는 것이 시장정글의 법칙이다. 정부의 입장은 그 시장과정 초기에 혼란이 발생할 테지만 현명한 경제주체들이 입장을 분명히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할 것이라는 것인 셈이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는 시장만이 알 일이다. 하지만 주어진 정보를 통해 예상해 보면 부정적인 의견도 많을 것이다. 더욱이 규제완화는 한번 봇물이 터지면 끝없이 진행될 것이다. 예를 들어 통신판매도 개방될 것이다. 판매경쟁처가 늘어나는 것이다.

과연 시장조정이 소규모의 폐해를 낳을 뿐 빨리 변화한다면 별문제가 없이 규제완화는 시장의 힘에 의해 조정이 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매업체들은 과거와 같은 경영형태를 상당기간 유지하고 경영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변신하는 업체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변화가 가능할 정도로 시장훈련이 된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잘못된 예측일까? 지금처럼 그 변화에 대한 충격이 당장에는 크지 않고, 시장규칙의 변화가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조건변화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기존 도매업계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사전에 극복방안을 찾아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변화를 감행한다면 조속히 대처해야 할 것이고, 그 이전에라도 변화를 예상하고 업계 스스로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협력의 경제학과 자율경쟁, 자율규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대안은 사실 협력과 경쟁의 공존뿐이다. 경쟁만 해서도 출혈경쟁으로 치닫게 되므로 시장의 승자가 극히 일부 업체뿐이 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협력만 한다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의 적절한 조화만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절한 수준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쟁과 협력 중 실제로 어려운 선택이 협력의 경제학(Economics of Homo Cooperativus)을 구사하는 것이 아닐까. 정부가 정부의 실패상황에 대한 극복대안으로 자유경쟁을 선택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누구라도 알고 있는 정보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 경쟁의 폐기가 아니다. 경쟁과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당장에 도매업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포럼과 사무국의 제반 연구, 정부와 추진하고 있는 제도적 차원의 협상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 제도와 정책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그러한 노력은 각 도매업 회원사들, 업체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사고와 인식변화가 없다면 도매업 협회의 노력은 표면적 개선노력에 그치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포럼도 주기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외부인들 보다는 이제 내부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변화방식의 제기 등 내적 흐름이 최우선적이어야 한다. 사무국은 물론 그러한 변화를 현명하게 유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생존의 방정식 구성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은 현재 중앙회의 기능을 보다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앙회의 기존 기능은 회원업체들의 애로사항 해소와 정부에 대한 협상력 유지 및 강화, 그것들에 중점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관리 능력 앙양을 더 중시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정부와의 협상도 치밀한 연구조사가 기반이 된다. 단순히 업계가 어렵다는 정치적 협상으로 좋은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정보를 평소에 유지 관리해야 하는 일, 회원사의 애로사항 뿐이 아니라 제도개선의 아이디어를 수렴해서 실제도 혁신의 기제로 사용하는 일, 변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포럼의 상시화와 작은 변화부터 가시화 해 내는 일, 중앙회의 민주적 구성과 추진을 위해 협력하는 일 등 매우 다양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그 방향을 경쟁력의 유지를 위한 협력, 공생의 분위기 확산이 아닌가 한다. 된다. 경쟁적 을 찾아보자

地球의 歷史를 보더라도 오랜 기간 생명력을 유지해 온 동물은 인간과 벌과 개미라는 연구가 이미 축적되어 있다. 이미 8천 년 전의 동굴벽화를 보면 인간이 꿀벌을 채취하는 벽화가 있다. 벌의 존재는 인간과 함께 거의 만년의 역사가 있었음이 밝혀져 있는 것이다. 개미의 협동역량에 대해서도 이미 잘 밝혀져 있다. 그 메시지는 협력하는 생물만이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생존의 힘을 넘어 역사가 거듭함에 따라 발전의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도매업의 경우 벌과 개미라는 상징적 동물에게 배움을 청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인류 또한 근대 경제학을 통해 협력만이 보다 나은 생존방식을 찾게 된다는 교훈을 연구해 낸 바 있다. 이른바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다. 그 교훈은 서로 협력할 때 최소한의 피해에 그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범죄인들은 상대방이 자백을 할 때 혼자 부인하고 있으면 가장 형량이 크게 된다. 둘 다 함께 상대방을 고발하게 되면 그 다음의 피해를 보게 된다. 협력을 해서 둘 다 부인할 때 피해가 최소화 된다. 물론 혼자서만 살고자 하고 상대방이 끝까지 의리를 지키면 가장 자신에게는 좋은 결과가 온다. 하지만 그 상황은 도리를 벗어난 상황이 되고 만다.

물론 현실의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업체가 제법 있고, 몇몇 업체가 시장규칙을 어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같은 경우는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양측이 배신을 하게 되고 출혈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때는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만다. 결국 협력을 해야 만이 적절한 수준에서 협상은 마무리 되게 된다. 가장 행복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피해를 최소로 줄이면서 업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상황이 바로 서로 경쟁 속에서 협력하는 상황인 것이다. 도매업계의 선택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경쟁 속의 협력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된다.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혁신하고 블루오션(Blue Ocean)찾기가 과제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도매업체 중 상당수는 협력관계 보다는 경쟁관계 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매업의 영업구역 제한이 폐지된 이후 그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 이전에도 도매업계는 지입차량을 이용한 거래, 중상들을 통한 무자료 거래를 늘리거나 전자카드를 다량 직접 소지하면서 탈법적 유통행위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경우는 거래규칙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행위였기 때문에 단속도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상을 가지고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정상적인 규칙 속에서 업계 내부의 출혈적 경쟁을 하는 경우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거래구역을 전국화하면서 규모가 큰 업체들이 타 지역의 소매상들에게 접근하는 경우 해당지역의 기존 업체들은 심각한 경쟁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밝혀진 바대로 소매업들은 도매업들에게 사업 준비금이나 설비투자비용의 일부를 도매상들에게 차입하거나 지속적 거래를 조건으로 제공받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조건의 차이에 따라 거래업체의 이전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자금력이 뛰어난 업체들에게 거래가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거래조건의 차등노력은 결국 해당업체의 비용증가를 가져와 이윤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러한 이윤축소를 상대 업소가 거래를 포기할 때 까지 지속되게 된다. 정상적인 이윤이하에서도 경쟁업체가 도태될 때까지 거래 확장을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부터 사업을 축소하거나 도산의 위기에 처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소위 경쟁의 비정상화와 이윤율의 저하경향, 경쟁과열 및 출혈경쟁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도매업체의 수가 과다한 데에도 그 이유가 있고, 다양한 비용증가 요인을 시장 확대로 해결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배후에는 정부, 제조업계, 소매상과의 관계, 시장여건등의 변화 등 다각적인 문제발생의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도매업의 경쟁조건을 바꾸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TO제도를 없애고, 도매면허들을 통폐합하겠다는 생각이다. 면허의 다양성이 오히려 도매업의 존립상황에 혼돈을 주고 있으니 단순화를 하고, 시장의 정리정돈을 업체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생각이고, 순리에 모든 상황의 정리임무를 맡기겠다는 생각이지만 업체들의 경쟁역량상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무책임하다는 평가에 직면할 수 있다.

항상 그렇듯이 도매업계의 탈세나 부당거래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선언은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니고 당연한 일일 뿐이다. 그 선언적 정책은 지금의 도매업체들이 가진 문제해결과는 깊은 관련성이 없는 일이다. 도매업의 형태가 다양화 되고 경쟁상황도 시장화 되어감에 따라 용도표시제도 폐지 검토도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도매업체나 소매상들과 거래관계를 가지고 싶어 하고 있다. 소매업과 교통의 발달 등 거래처와 물류조건의 변화 들은 거래의 다각화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조업 또한 업체 간 경쟁이 커지고 비용절감의 필요성이 늘어남에 따라 보다 조건이 좋은 도매업 또는 소매업과의 거래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변화가 도매업의 경쟁상태 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사슬의 반대방향에 있는 소매상들의 요구도 과거 보다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소매업의 경쟁격화로 인한 비용증가 요인이 도매업의 부담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 주류소비총량 증가가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에 소매업 경쟁이 늘고 이 영향이 도매업계에 작용하는 것이다. 업소용과 가정용의 비중변화나 일인가구의 증가 등 소비자의 정체성 변화 등은 도매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이 모든 것이 비용증가의 요인이 된다.

주류품질제고 압력도 주류보관 비용의 증가요인이 되고 있고, 심지어 여성음주증가, 청소년 음주문제증가, 주폭증가 등 사회적 문제에도 도매업계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병관리 등 환경문제에서도 도매업계가 과거와 달리 보관 및 선별력 강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다양한 수입주류의 증가도 그 품질력 유지를 위한 시설투자를 요구하게 된다.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도매업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요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매업의 혁신(Innovation)과 공급사슬경영(Supply Chain Management) 관리

사실 혁신과 블루오션 찾기 이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 살 깎기로 불리는 출혈경쟁의 특징은 업체 간 전략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나 소매업체 등에 대한 대응책이 업체 간 차별적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응전략이 같게 되고 그 결과는 비용의 과다지출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상황이 불안정 적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일관성 있는 대응은 사치스러운 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 과거의 방식대로 거래를 지속하게 될 수밖에 없다. 통념을 탈피하고 협력을 하는 등 혁신적 행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것인가. 그에 관한 답변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업체 간의 협력을 둘러싼 전략은 역시 자율규제와 자율적 경쟁이 될 것이다. 정부가 업체 간의 협력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라는 주문을 하지만 자율성이 증진된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과거와 달라질 경우 시장의 형성은 업체의 자율적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협회를 매개로한 자율적 시장유지 행위만이 업체의 생명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되지 않겠는가. 고객의 가치창출을 겨냥한 업체들의 가치전략, 그를 구체화한 액션플랜, 적어도 업체에 무리한 과다 출혈 경쟁 등의 자제력 또한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다.

게다가 보다 근본적인 측면도 도매업체들의 가치를 늘리자면 신경을 골고루 써야 할 일들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도매의 본연의 기능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재고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소매상의 요구에 추호도 모자람이 없이 대응하고 있었는가? 소매상들의 주문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했는가? 시장정보를 조사 또는 확보하여 영업대책을 수립하고 있는가? 소매상의 지원도 무리한 부분은 없는가? 품질을 원활히 유지시키는 노력을 하며 제품공급을 하고 잇는가? 새로운 고객층들에 대한 욕구를 탐문하여 제조업체들에게 보다 고객욕구에 부응하는 제품구성이 가능할 것인지? 요구하는 일들, 일시적인 곤란에 빠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매상들에 대해 어떤 형태의 지원을 할 것인가? 에 대한 의사결정 등이 그것들이다.

다른 시각을 가지고 혁신 전반을 파악하려면 도매업의 공급사슬 전반을 관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공급사슬은 판매예측과 재고계획, 구매 단계로부터 재고관리와 창고 보관, 그리고 주문관리 및 배송, 끝으로 성과측정이 된다. 그 과정상의 모든 것을 세밀히 관리하는 일은 여태껏 그런 경영관리를 경험하지 못한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도매업이 대기업도 아닌데 그런 세밀한 부분 까지 관리하자면 비용이 더 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리의 대상 중 실제로 개별 업체에 중요한 관리초점을 잡아내고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지름길이 된다. “창고의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인가? 상품은 과연 어떤 조합을 가지고 선택할 것인가? 해외 수입품은 과연 어떤 주종을 얼마나 취급할 것인가? 국내 제품의 경우도 업체들이 힘을 합쳐 개별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시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해외진출도 고려해야 할 것이 아닌가?” 등 고려해야할 일들이 많다.

창고의 위치는 물류비의 경감과도 직접 관련이 있는 일로 규모가 일정 수준이상이 될 때에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일이다. 규제의 완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밀어닥칠 경쟁적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개별 브랜드에 대한 검토는 그 경우 필수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일정량 이상이 된다면 해외 도매업계 또는 소매업계와 연계하는 진출방식을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국내업체들은 해외 유통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의 생리를 잘 아는 국내업체가 매개가 된다면 새로운 시장개척도 가능하고 제조업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공동물류창고의 설치 유용성은 오랫동안 도매업계의 숙제였다. 지금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창고를 운영하여 물류비용을 절감해 온 업체들이 있다. 신뢰나 출자비용의 분담, 마케팅의 혼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루어 온 공동창고 설치는 비용관리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유용성을 검토해야할 과제가 된다. 제품의 다양성 증가나 해외 수입품의 증가, 제품관리제도의 변화 등은 정보화의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 심지어는 물류를 외부 위탁하여 비용절감에 나설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나 태도변화 등 인적자원의 관리도 과거와 같아서는 안 될 것을 시사한다.

점차 배송시스템과 시간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도주인 발효주 취급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품질관리의 필요성에서라도 배송관리는 과거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 같은 공급체계관리는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생산성 등 다각적인 성과지표관리를 통해 과학적인 경영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대략 재고나 창고, 배송이 제때 제때 잘 되었는지, 고객으로부터 불평을 듣는 정도의 성과관리로 끝낼 일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 성과측정과 그 성과지표들의 간계별 관리를 통한 전략적 성과경영이 도매업계에도 필요한 때가 분명 되었다고 본다.

 

◈주류행정 변화에의 대응과 신뢰(Trust)의 관리

주류행정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한마디로 규제가 중요했던 시대에서 자율적 경영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기에는 혁신과 자율규제 등이 중요한 시대다. 이는 새로운 일이거나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진행된 일이다. 이때 적응의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것은 뻔 한 일이다.

과거에는 정부에서도 국세청에 모든 국세행정을 일임하는 시대였다. 규제 위주의 일사불란한 관리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부처 청들이 개입할 여지도 필요도 없었다고 보면 옳을 것이다. 또한 주세행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주세재원으로 경제개발 및 성장, 지역문제 해결 등에 자원을 배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었다. 주세관리, 안전관리, 면허관리, 행정처벌 등은 모두 국세청이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으며 공정거래 사안까지도 그다지 거론할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역할을 “주세관리서비스에 국한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논의가 2000년에 들어서자 공식적 논의과제가 되었다. 원료, 제조, 유통 및 소비안전관리는 “식품의약안전관리당국이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고 효과적이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이 제기 되었다. 도한 “전통주의 면허와 관련된 행정처분도 농식품부의 소관이 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공정거래 문제도 과거보다 중요해졌고, 공정거래당국도 주류에 대해 가격담합 문제나 유통과정상의 담합과 불공정행위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보건당국에서도 술로 인한 유해성 문제에 대해 과거와 달리 심각하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주류행정은 과거와 달리 국세청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공정관리위원회, 식품의약안전처, 농식품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나누어 다양한 관리주체가 필요하다고 논의되었다. 이에 우리나라의 행정관리 관례로 볼 때 업계로서는 행정적 부담이 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술에 문제가 많다면 다양한 관리도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행정관리 경로를 단일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겠다. 원스톱 행정서비스는 시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만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행정서비스에도 적용해야 할 원칙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일단 주류업계가 대응하는 행정당국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러한 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대응경로를 다양화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응도 보다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도매업계가 해당하는 업무도 개별업체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협회에서 보다 전문적인 대응준비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주류에 관한 정부의 정책방향 중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상충되고 있는 것도 지적해야 할 일이다. 술과 건강, 위생안전, 주취자 문제 등과 관련된 규제는 강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주류산업의 경쟁력이나 전통주 진흥과 관련된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술은 적당히 마실 때 위험이 적고, 알코올이 상당량 들어있는 성분상 특성으로 위생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주류의 특성상 규제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리한 경우도 많다. 이에 정부 부처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류업계도 술의 적정소비 및 위생안전관리 과제에 동참하고 있어 큰 문제는 발생하고 있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업계의 정보를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 간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경우다. 특히 도매업의 경우는 앞서 기술한 바대로 경영성과 정보를 둘러싸고 입장차이가 크다. 이에 대한 개책은 업계의 경영정보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공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일본 도매업계의 경우는 국세청과 협조하여 전국통계자료를 수집 공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의 상황을 정부당국이 잘 알고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도매협회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투명한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정한 제도와 정책이 세워질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업계 간의 신뢰의 네트워크 구축이 업계발전을 위해서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업계에 대한 불신상태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다.

 

◈해외 주류도매업계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

도매업계는 해외 업계의 상황도 주시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홍콩의 도매업계는 개별 주류브랜드를 만들어 유통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 도매업계의 일이 아닐 수 있으나 산업계의 기술과 가치 창출 방법이 다양해지고 경쟁이 심해지고 있으므로 그 또한 항상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일이다. 이 같은 조사연구도 업계가 어렵다면 중앙회 등 도매협회의 일이 될 것이다.

일본 도매업의 변화는 우리 도매업계에 시사 하는 점이 많다. 일본 주류 도매업계는 대형수퍼나 할인점을 통한 매출이 늘고 있다. 이에 반해 도매업은 소규모가 줄어들고 합병을 통해 대형도매점의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도변화도 빠르다. 전통적인 제조, 도매, 소매의 3단계 주류유통경로는 변하고 있다. 이제 물류혁신이나 가격혁신 등의 경영혁신이 있는 경우 제조업과 소매업에도 도매기능을 허용하고 있다. 대형소매상이 제조업체에서 주류구입을 직접 하는 경우와 도매업이 아닌 대형 물류센터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도매업계도 대형화, 경영과 기술혁신, 전문화 등이 실천적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일본 국세청에서도 이미 일본의 주류도매에 대해 규제완화가 일반화 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충분히 되고 있는 일이다. 아직 일본보다는 느리지만 변화직전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본은 이미 도매면허를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에 개방하고 있다. 물론 도매업체들에게도 주류이외의 음료나 식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캐나다의 도매업계를 보면 대부분의 규제는 완화된 상황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만 캐나다에서 전통적인 3단계 유통경로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도매업계가 제조업의 물류센터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미 가격과 기술 등의 영역에서 효율성을 고도화 하고 있다. 존재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병 선별 시설을 갖추고 있고, 창고시스템도 대형화되는 등 경쟁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캐나다의 도매업체들은 정부의 보호나 제도에 의해 제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존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매업들의 경우도 과거와 같이 제도와 정책적 이유로 유지되는 차원을 벗어날 채비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으니 더욱 그 당위성은 커졌다.

 

◈종합주류도매업의 대책과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

기본적으로 도매업계에게 필요로 하는 일은 제도변화과 과당경쟁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과 역향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불법유통, 무상공급, 금융, 장려금, 타 업체 영업지역침탈 등 불공정 내지는 비공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게다가 대정부 및 국회, 사회에 대한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주류산업의 현황에 대해 사실 주류산업의 외부에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산업과 유사한 대책을 고수할 수가 있다. 그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하며 그를 위한 정보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과거의 도매업은 시장점유율 제고를 통한 이윤확보가 주된 과제였다. 경쟁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제 살 깎기의 이윤 없는 성장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제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위 이윤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도매업계가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 경영조건을 형성하는 일이 된다.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에 나서야 한다. 이에 정보, 교육, 컨설칭, 제도나 정책적 협상 등에서 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협회역할 강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종합주류도매업 경영파라다임을 정리해 보자. 정부의 업계 규제를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대세가 아닌 시대에는 업계 스스로 규제하여 위기적 상황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그러한 자율규제의 사회적 인정은 신뢰를 기반으로 할 때에라야 가능한 일이다. 과거와 같이 혁신이 부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금 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와 정책개선에도 업계의 대리인인 도매협회가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도매업은 아직 시장적 영역에 완전히 들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직 TO제도도 운영되고 있으며 행정지도를 통한 문제해결도 유지되고 있다. 이에 제도개선을 통한 경쟁 환경조성에 업계 스스로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 것이다. 다만 그럴 능력이 있다고 정부와 사회가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반은 사회적 공헌과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업계의 생존은 기본적으로 경영과 기술 혁신에서 그 힘이 발생할 것이다. 업계의 그러한 힘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역량확보에서 비롯될 것이다. 전통적인 경영개선 방법이 도매업계에서도 작동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도매업은 다른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업계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자기 모델로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새 시대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혁신의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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