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21번 째 이야기
옥지주(玉脂酒) · 옥지춘(玉脂春)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옥지주(玉脂酒)’ 또는 ‘옥지춘(玉脂春)’은 ‘잣’ 또는 ‘실백(實柏)’, ‘백자(栢子)’라고 하는 잣나무열매를 쌀과 함께 주재료의 한 가지로 사용하여 발효시킨 술로, 전통 과실주의 한 가지로 분류하여 왔다.
따라서 ‘옥지주’ 또는 ‘옥지춘’은 ‘백자주(栢子酒, 잣술)’의 한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연유로 ‘백자주’와는 다른 주품명을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어떤 문헌이나 기록에서도 ‘옥지주’ 또는 ‘옥지춘’과 관련된 언급을 찾지 못하였으며, ‘백자주’와 관련한 문헌과 주방문에서도 ‘별칭(別稱) 옥지주’ ‘이명(異名) 옥지춘’과 같은 언급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옥지주’ 또는 ‘옥지춘’에 대한 문헌기록으로는 1450년대 <山家要錄>을 시작으로 <승부리안주방문>과 <諺書酒饌方>, <曆酒方文>을 들 수 있는데, <산가요록>과 <승부리안주방문>에는 ‘옥지춘’으로, <언서주찬방>과 <역주방문>에는 ‘옥지주’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 네 문헌의 주방문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역주방문>에는 “내가 도와서 빚는 뛰어난 술(節吾家所釀)”이라고 하는 부제(副題)의 ‘옥지주 우방(又方)’도 볼 수 있는데, 특히 잣이 사용되지 않는 일반적인 청주 주방문이라는 점에서 ‘옥지주 우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청주류편에 수록하였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옥지주’ 또는 ‘옥지춘’처럼 여러 문헌에 일관되게 동일한 주방문이 수록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옥지주’ 또는 ‘옥지춘’은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각 문헌마다 “봄 ․ 여름 ․ 가을에 빚어 마시면 좋다.”거나 “겨울은 사오납나니 날물기를 일절 말라.”고 한 사실에서 다른 주품들과는 달리 겨울철을 꺼리는 반면, 오히려 서늘하거나 따뜻한 계절이 양주적기(釀酒適期)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은 주재로 잣을 사용하게 된 데서 기인한 불가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잣의 주성분 가운데 지방(脂肪) 성분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잣기름은 따뜻한 온도에서 잘 분해되기 때문에, 추운 겨울철보다 서늘하거나 따뜻한 시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둘째, 밑술을 죽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기록인 <산가요록>과 <언서주찬방>에서는 쌀가루를 쪄서 백설기를 만들고 끓는 물과 섞어 죽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이후의 <승부리안 주방문>에서는 백설기를 끓는 물과 섞고 죽처럼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웠던지 처음부터 죽을 쑤는 방법으로 변하였고, <역주방문>에서는 범벅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범벅도 죽의 한가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옥지주’ 또는 ‘옥지춘’의 주방문은 밑술 빚는 방법과 형태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셋째, 밑술과 덧술에서 각기 누룩과 밀가루가 사용되는데, 덧술에서 그 양을 적게 사용하고, 밑술의 쌀 양보다 덧술의 쌀 양이 적거나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른 주품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덧술은 대개 알코올도수를 높이고 양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효모 배양 목적인 밑술에 사용된 양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옥지주(玉脂酒)’ 또는 ‘옥지춘(玉脂春)’의 경우는 일반적인 양주원칙과 상반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쌀을 적게 사용하는 목적과 의도가 알코올도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용된 잣을 삭이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옥지주’ 또는 ‘옥지춘’은 밑술의 발효기간이 하룻밤 또는 하루 동안으로 매우 짧다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은 덧술에 사용되는 쌀 양과 누룩, 밀가루가 적게 사용되고, 특히 잣이 사용된데 따른 조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소와 효모활성이 가장 왕성한 시기가 밑술을 빚은 지 하루가 지난 2~ 3일째로, 이 시기에 잣을 사용함으로써 잣을 삭힐 수 있게 된다.
다섯째, ‘옥지주’ 또는 ‘옥지춘’은 잣을 사용한 데에서 오는 발효현상에서 주품명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백자주’를 빚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번에 알아차리는 것이 잣을 분쇄하여 술에 사용하게 되면 발효 중에 잣기름이 주면(酒面)에 넓고 두껍게 뒤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면의 잣기름을 ‘옥지(玉脂)’라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옥지주’ 또는 ‘옥지춘’을 빚을 때 주의할 일은, 잣을 넣은 주머니가 주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은 돌멩이를 함께 넣도록 하고, 냉각 후에 잣기름이 주면 가득 뒤덮었거든 술덧을 가끔씩 휘저어서 기름이 주면을 뒤덮지 않도록 해주어야 산패(酸敗)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옥지주’ 또는 ‘옥지춘’은 오랫동안 두어 숙성시킬 목적으로 주방문 보다 발효기간을 길게 가져가서는 반드시 산패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玉脂春 <山家要錄> -쌀 1말 3되 빚이-
◇ 술 재료▴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2되, 밀가루 5홉, 끓은 물 9선(9되)
▴덧술:찹쌀(멥쌀) 3되, 피백자(皮栢子) 7~8홉, 누룩 2홉, 밀가루 2홉
◇ 술 빚는 법▴밑술: 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3일간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흰 무리떡을 푹 쪄 낸 다음, 물 9복자(9되)를 팔팔 끓여 섞고, 주걱으로 개어 밤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떡이 식으면 누룩가루 2되와 밀가루 5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중간 크기의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룻밤 동안 발효시킨 후, 밑술을 치대어(뒤섞어) 놓는다.
▴덧술:①앞서 빚은 밑술에 찹쌀 또는 멥쌀 3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무르게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낸다(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과 좋은 누룩 2홉, 밀가루 2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피백자(皮栢子) 7~8홉을 (물에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없앤 다음,) 절구에 찧어 가루를 만들어 작은 주머니에 담아 술독에 안친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날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이 지난 다음에 열어 쓴다.
* 주방문 말미에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 술은 봄과 여름, 가을에 빚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 옥지츈법 <승부리안주방문>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2되, 진말 5홉, 물 1말 5되
▴덧술:찹쌀 1말, 누룩가루 (1되), 실백자 1되
◇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②솥에 물 1말 5되와 쌀가루를 풀어 넣고 끓여 죽을 쑤었다가, (넓은 그릇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죽에 누룩가루 2되와 진말 5홉을 한데 섞어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넣어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룻밤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무른 고두밥을 쪄 낸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넓은 자리에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실백자 1되와 누룩가루 (1되)를 (절구에) 짓찧어 베줌치에 넣고 독 밑에 안친 후, 술밑을 그 위에 담아 안친다.⑤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익으면 (용수 박아) 채주한다.
◈ 옥지쥬 <諺書酒饌方>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 2되, 밀가루 5홉, 끓인 물 9대야(선)
▴덧술:찹쌀(멥쌀) 3되, 누룩 2홉, 밀가루 2홉, 실백자 5홉
◇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일백 번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②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무른 백설기를 쪄 놓는다.③솥에 물 9대야(선)를 끓이다가, 백설기가 익었으면 퍼내고 끓는 물 9대야를 한데 합하고, 골고루 화합하여 백설기 죽을 만들어 놓는다.④백설기죽을 넓은 그릇에 퍼서,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차게 식은 백설기죽에 누룩 2되와 밀가루 5홉을 한데 섞어 술밑을 빚는다.⑥술밑을 술독에 넣어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룻밤 재운다.
▴덧술:①밑술 빚은 다음 날 찹쌀(멥쌀) 3되를 일백 번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무른 고두밥을 쪄 낸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넓은 자리에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누룩 2홉과 밀가루 2홉을 밑술에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실백자 5홉을 잘게 두드려(짓찧어) 독 밑에 안치고, 빚어 둔 술밑을 그 위에 담아 안친다.⑤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익으면 (용수 박아) 채주한다.
*주방문 말미에 “겨울은 사오납나니 날물기를 일절 말라.”고 하였다.
◈ 玉脂酒方 <曆酒方文>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2되, 진말 5홉, 끓는 물 9병
▴덧술:찹쌀 3되, 누룩가루 2홉, 진말 2홉, 백자 19개
◇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매우 깨끗하게 헹군 뒤, 새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②물 9병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붓고, 매우 치대어 범벅을 만든 후, 넓은 그릇에 퍼서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범벅에 누룩가루 2되와 밀가루 5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서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술독 주둥이에 묻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베보자기와 뚜껑을 덮어) 1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3되를 백세 하여 (매우 깨끗하게 헹군 뒤, 새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쌀을 시루에 안치고 쪄서 무른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낸다(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밑술과 누룩가루 2홉과 밀가루 2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백자 19개를 깨끗하게 씻고 잘게 부수어 작은 주머니에 담아서 술독에 넣는다. ⑤소독하여 준비한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다음, 술독 주둥이에 묻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베보자기와 뚜껑을 덮어 14일 발효시켜 채주한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