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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가무치’ 한 마리 주실래요?”

증류식 소주시장에서 천하무적을 꿈꾼다. 가무치를 생산하는 ‘多農BIO’ 사람들. 사진 왼쪽부터 김민정 주임, 장보아 팀장, 한경자 대표, 한규민 차장, 황동민 대리

‘가무치 소주’ 메이커 ‘多農바이오’ 韓景子 대표

 

“저기요, ‘가무치’ 한 마리 주실래요?”

증류주 소주 시장에 뉴페이스로 등장한 ‘가무치’ 급부상

 

국내 전통주 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한 ‘多農바이오(대표 韓景子, 59)’가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가무치’를 찾는 유통업체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출시된 지 채 1년도 안 된 가무치가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은 찻잔속의 태풍처럼 느껴지지만 왠지 곧 전국을 강타할 태풍급 바람으로 격상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영산홍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봄날, 가무치를 만나러 충주로 달려갔다.

주명(酒名) ‘가무치’는 토종 민물고기 ‘가물치’의 속명이다. 보통 술이름은 안동소주나 금정산성 막걸리처럼 지명(地名)을 사용하거나 송화백일주처럼 식물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보통인데 다농바이오는 민물고기에서도 상위 포식자인 가무치를 술 이름으로 정한 것부터가 재밌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술 이름을 민물고기에서 차용(借用)한 것은 ‘가무치’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증류식 소주시장에서 천하무적을 꿈꾼다.
가무치를 생산하는 ‘多農BIO’ 사람들. 사진 왼쪽부터 김민정 주임, 장보아 팀장, 한경자 대표, 한규민 차장, 황동민 대리

“왜 가무치인가?”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술 이름 짓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직원들과 수차례 논의 한 끝에 이왕이면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가무치로 정했다고 했다.

주명을 짓기 위해 회의석상에 올라왔던 후보군 가운데는 ‘여이주(불교 용어)’, ‘이레’ 등 10여 가지를 놓고 격론을 벌린 결과 ‘가무치’로 정했다고 한다.

토종 민물고기 가물치는 탁한 물밑이나 진흙, 물풀이 무성한 곳에 살며, 피로해소나 여성의 산후조리용 보양식으로 이용하거나 푹 고아서 먹거나 회로 먹는다.

가물치는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다른 물고기들과는 달리,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보조 호흡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 산소가 부족한 곳이나, 부패하여 악취가 날 정도의 물속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을 만큼 육식성이 강한 물고기다.

다농바이오가 첫 번째 술 이름 가무치로 정한 것에 대해 한 대표는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 그리고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함을 가진 것이 우리 회사 이미지와 닮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정했다” 했다.

다농바이오 한경자 대표가 올 추석절에 출시할 40% 가무치를 권했다. 오크통에 숙성시켜 색깔이 코냑처럼 갈색을 띠고 있다. 술맛이 끝내준다.

국내 양조업계에서는 최고의 독일 코테사의 증류기 보유

 

‘다농바이오’란 회사명은 다양한(多) 농산물(農)에 발효생명과학(BIO)을 더해 술을 만들고자 하는 방향성을 생각하여 지은 사명이라고 한다.

농업회사법인(주)다농바이오는 충북 충주시 메가폴리스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약 2,400여 평 대지에 양조장이 들어서 있는데 양조장은 2017년 10월 31일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부터 양조장을 하려고 건물을 지은 것은 아니라고 한 대표는 말했다. 진천에서 꽤 큰 폐차사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꾸고 싶어 폐차장을 처분했다. 처분한 자금으로 다이소를 시작했고, 남은 자금으로 지금 양조장이 들어서 있는 공장부지를 불하 받아 공장부터 지었다고 한다. 이는 공장 건물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양조장을 하게 된 동기는 충주에서 각양각색의 업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상생’이란 클럽에 한 대표도 회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만난 이가 주향 담을 이윤 대표. 이 대표와 공장부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차에 이 대표가 양조장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의(?)에 즉석에서 OK.

사실 한 대표는 술은 마실 줄 알지만 어떻게 술을 빚는지, 재료는 어떤 것들이 들어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양조장을 시작한 인물이다.

유식한 말로 무지자무외(無知者無畏)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인데 한 대표는 양조장을 해야 갰다는 맘을 먹고부터 양조장 설비공사에 들어갔다.

한 대표는 술을 어떻게 빚는지도 모르면서 설비부터 시작한 일에 대해서 “그 땐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어요. 술 빚는 일을 배우고 나서 공사를 했더라면 보다 합리적으로 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기자 생각엔 고 정주영 회장이 배 만드는 도크를 건설하면서 한편으로 배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 대표도 양조설비를 갖추는 한편 술을 빚기 시작했다.

가무치가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다.

양조장 설비업자가 하자는 대로 했다. 그래서 3억7천만 원이나 들여서 독일 코테사의 최상급 상압식 증류기를 수입해서 설치했다. 이 증류기는 1,000ℓ 용량으로 9단짜리 증류봉 2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국내 양조장에 설치된 증류기 가운데서는 크기나 가격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오크통 뿐만 아니라 술항아리에서도 가무치가 숙성되고 있다.
전통옹기에도 가무치가 가득 하다.

다농의 증류기에서 생산되는 초류 알코올 도수는 90%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초류는 전체 술덧의 용량 대비 2%에 해당하는 양을 받아서 소독 등 타 용도로 사용하나 다농에서는 0.5%만 제외한다. 그래도 술맛에 아무 지장이 없다. 그리고 알코올도수가 50%이하인 술은 본 제품에 섞지 않는다.

증류된 소주는 60%로 맞춰서 오크통이나 항아리에 2년이나 숙성시킨다.

현재 이렇게 숙성되고 있는 오크통과 항아리가 300여개나 된다(오크 175개 및 항아리 100개). 별도 창고에 들어가 보니 수입해서 보관되고 있는 크고 작은 오크통이 200여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양의 증류주를 숙성하다보면 5년 10년 된 소주를 마셔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가무치가 주당들로부터 인기 끌고 있는 것은 증류기 때문?

다농바이오의 자랑거리 독일 코테사의 상압식 증류기.

출시 된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가무치(25%)’가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증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다농바이오에 설치된 증류기는 동으로 제작된 상압식이다. 각종곡물로 빚은 술은 물론 과일로 빚은 와인종류도 증류가 가능하다. 보드카도 증류할 수 있다. 이는 증류봉 하나에 9개의 컬럼이 있어 모두 18개의 컬럼을 술의 종류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압식 증류기에서 생산된 소주의 경우 화독내가 올라올 수 있는데 다농의 술에서는 화독내가 전혀 올라오지 않고, 오히려 향긋한 곡물향이 올라온다. 코테사의 이름값을 한다.

발효주 탱크.

이는 증류주의 향기성분 증진에 특화된 다단식 구조의 증류기 때문이다. 증류된 술을 옹기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거친 맛은 사라지고 섬세하면서도 가벼운 바디감, 신선한 사과와 배, 고소한 곡물, 옅은 바닐라 풍미와 쌀의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인 소주로 변한다.

기자의 지인들과 가무치 시음회를 한 결과 모두가 술맛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이를 다룰 줄 모르면 무용지물, 한 대표는 증류기를 설치 후 증류기 사용법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1년 가까이 진행하며 모든 직원이 이를 숙지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증류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어 ‘가무치’가 주당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일반적인 증류기로 증류한 소주는 2년 정도 숙성시켜 출하하는 것이 보통인데 다농이 출시하고 있는 알코올 25% 가무치는 6개월만 숙성시켜도 그 보다 더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올 추석을 겨냥해서 오크통에 숙성시키고 있는 2년짜리 소주는 색깔부터 맛 향이 한마디로 짱이다. 취잿길에 동행한 경기종합주류 박영덕 회장도 엄지척 한다.

가무치 주병과 술잔. 술 병속에 가무치가 보인다.

꿈에서 가물치를 만났다면자신의 짝을 만난데요

 

꿈에서 가물치를 만났다면 어떤 해몽이 나올까. 꿈 풀이에 의하면 ‘자신의 짝을 만나게 된다’는 것. 자신의 반쪽을 소개 받는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여자 친구 남자 친구가 없는 사람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니 ‘가무치’를 많이 마시고 가물치 꿈을 꾸는 것은 어떨까.

또 꿈에서 아주 커다란 가물치를 만났다면 이는 자신이 곧 많은 재물을 얻을 것을 암시하는 꿈이고, 태몽으로 가무치를 꾸었다면 아들을 암시한다니 생김새에 비해 귀하게 여겨지는 민물고기다.

이런 연유 때문인가 ‘가무치’ 케이스에 그려진 가무치는 반쪽이다. 두 개를 구입해서 붙이면 온전한 가무치가 된다.

햇섭(HACCP) 인증을 받아서인가 다농바이오 건물 내부는 병원처럼 깨끗하다.

가무치는 충주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쌀 100%로 만든다. 하루 600여㎏의 쌀이 소모된다. 400여㎏은 고두밥용이고 200여㎏은 입국용이란다. 하루 들어가는 쌀값만도 만만치 않다.

직원 4명이 막걸리를 빚고 이를 증류하는데 정신이 없다. 현재는 판매보다는 숙성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없다. 그런데도 대형 마트에서 술을 구매하러 온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좋은 술 향은 주당을 끌어들이다. 세계 3대 명주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마오타이주(茅台酒)

도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받기 전까지는 촌티가 풀풀 나는 술로 국제 심사위원들로부터 이목을 끌지 못했던 술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했던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냉대를 받던 중 마오타이주를 옮기던 회사관계자가 그만 술병을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술병이 깨지면서 마오타이의 특유의 장향(醬香)이 박람회장에 퍼졌고, 향기에 이끌려 모여든 심사위원들은 마오타이의 독특한 향과 맛에 놀랐다고 한다. 결과는 이 일로 금메달을 받게 돼 마오타이가 일약 세계 명주가 되었다.

별도 창고엔 200여개의 오크통이 가무치가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가무치에서 일어났었다. 가무치를 택배로 보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술병이 깨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때 나온 술향이 퍼져나가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11번가를 비롯해서 온라인 마켓에 퍼져나갔다.

현재 술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무치는 25% 375㎖가 18,000원이다. 증류식 소주치고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다농에서는 당분간 25%짜리 소주만 출하하지만 앞으로 2년 이상 숙성된 40% 이상 소주도 출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다농의 장보아 팀장(오른쪽)이 취재에 동행한 경기종합주류 박영덕 회장(왼쪽)에게 공장 설비와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통주 시장에서 “충주에서 어떤 여자가 증류식 소주를 팔고 있는데 술 맛이 상당히 좋다던데…”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여자가 韓景子 대표다. 나이에 비해 10년은 젊어 보이는 한 대표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사업기질은 대장부 기질이다.

현재 알코올 60%의 소주가 300여개의 오크통과 술항리에서 숙성되고 있다. 또 200여개의 오크통이 술이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공장 규모로 봐서는 200여개가 아닌 2천개도 충분히 쌓아놓을 공간이 충분하다. 그 때쯤 가면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불문가지다.

밥집이나 술집에서 “저기요, ‘가무치’ 한 마리 주실래요?”이런 주문이 쇄도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글․ 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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