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류주협, 증류식소주 주질 향상으로 공동마케팅 펼쳐나간다

사진 좌로부터 유성운 사무차장(대한민국주류대상 심사위원), 이종기 회장(오미나라 대표), 이한상 사무국장(풍정사계 대표)

사단법인 한국증류주협회 이 종 기 회장

 

 

한국증류주협, 증류식소주 주질 향상으로 공동마케팅 펼쳐나간다

정부로부터 한국증류주협회정식 인가 받아 본격 활동 채비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스카치위스키는 전 세계 주당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위스키다. 현재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스카치위스키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증류소에서 시작된 이 스카치위스키가 어떻게 전 세계의 주당들을 매혹시키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한 이종기 박사(오미나라 대표)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위치하고 있는 ‘스카치위스키협회(SWA, Scotch Whisky Association)’의 힘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SWA는 스코틀랜드에 산재하고 있는 150여 양조장 가운데 138개 업체가 협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데 SWA는 스코틀랜드 경제의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단체다. 그런데 이처럼 스코틀랜드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협회지만 정부의 간섭이나 지원책도 없이 민간인들 스스로 자율적인 운영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리의 술도 스카치위스키처럼 전 세계 주당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술이 탄생하기 위해선 SWA같은 협회의 설립과 운영이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때맞춤 국내 뜻있는 양조장들이 힘을 모아서 우리의 증류주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사단법인체로 ‘한국증류주협회(Korea Spirits Association)’를 발족하고 농립축산식품부로부터 허가도 받았다.

한국증류주협회 발족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증류주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술이 탄생하여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 좌로부터 유성운 사무차장(대한민국주류대상 심사위원), 이종기 회장(오미나라 대표), 이한상 사무국장(풍정사계 대표)

증류식소주 활성화로 세계적인 명주 만들자

현재 우리나라 술 가운데 스카치위스키처럼 세계주류시장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술이 있는가. 우리는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물음에 “이 술이 그런 술이요”하며 자신 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술은 어떤 술인가.

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를 비롯한 중국의 마오타이주, 프랑스의 코냑이나 와인 같은 명주를 만들어 세계주류시장에 당당히 내놓아야 된다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자금력도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실개천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루듯 “우리도 품질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이뤄 명품주를 만들자”는 뜻있는 양조장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뜻을 가진 전통주생산업체들이 모여서 설립한 단체가 ‘사단법인 한국증류주협회’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꿈은 원대하다. 우리도 SWA처럼 스스로 발전하여 세계적인 명품주가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이 단체를 중심으로 증류주 업계가 발전하려면 정부의 지원에 앞서 양조업체들 스스로가 방관하지 말고 협력하여 협회를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나라 일본도 한 때 희석식 소주가 甲류소주였고, 쌀, 보리, 고구마 등으로 제조한 증류식 소주는 乙류소주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일본 지방 소주공장업체들이 규모가 커지고 일본인들이 증류식 소주를 찾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33년부터 일본식 소주 제조방법이 도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근자에 이르러 서는 거의 전부가 일본의 본격소주제조법(本格燒酎 製造法)에 의해 소주를 제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방식인 증류식소주와 같은 방식이다. 현재 일본은 본격소주 제조방식으로 제조된 소주가 소주시장의 65%에 이르고 있고, 판매가격면으로 볼 때는 85%에 이를 만큼 본격소주 즉, 증류식 소주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본격소주가 활성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본격소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본격소주협회(本格燒酎協會)’를 결성하고 업계발전에 힘써왔기 때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주류산업은 본격소주 생산 등으로 상당한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주류인 증류식소주는 소비자들로부터 맛이나 가격면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수가 높아서 마시기가 힘들고, 화덕내가 나고, 가격이 비싸서 사 먹기가 힘들다는 등의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유를 해소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기 위한 노력이 소홀했던 것은 비단 증류식소주뿐만 아니라 증류주 즉, 코냑이나 위스키 등을 생산하면서 받고 있는 어려움을 풀어줄 창구가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와인 생산이 국가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는 주류산업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발전시키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증류주협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기 회장이 협회가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증류식소주 공동브랜드로 활로 개척해야

‘한국증류주협회’는 이종기 박사(오미나라 대표)를 중심으로 2020년 설립됐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그동안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해 5월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이종기 대표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여 협회를 구성하게 된다.

창립총회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에 법인설립 허가를 받으려고 노력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허가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 2월17일에야 허가증(제966호)을 받고 본격적인 협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내 양조장 가운데 증류주 면허를 받은 업체는 현재 전국에 200여개 업체로 추산되고 있으나 현재 협회에 가입의사를 밝히고 정 회원으로 가입한 회원은 개인 포함 50여개업체에 이른다.

증류주협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이종기 박사는 “현재 국내 증류식소주 시장은 연간 1,400억 원 규모인데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남짓 밖에 되지 않아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증류주협회는 앞으로 협회 문호를 적극 개방하여 증류주 생산자뿐 아니라 관련 유통업계, 학계,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회원가입을 적극 유도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종기 협회장은 “증류주협회는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협회(SWA)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증류주협회 존재를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본은 1950년대만 해도 희석식소주 시장 점유율이 거의 100%였지만, 현재 증류식소주(본격소주, 乙류소주) 시장이 희석식소주(甲류소주)를 가격 면에서는 85대15, 양으로도 65% 대 35%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국산 원료로 빚은 증류주의 공동마케팅을 펼쳐나간다면 증류식 주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증류주협회는 증류식소주 품질의 고급화와 다양화로 새로운 명품주 시대를 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증류주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숙의하고 있다

현재 많은 양조장들이 증류식 소주면허를 받아 소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각 양조장 마다 주질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조교육 등을 통해 술맛을 끌어 올려 전체적으로 국산 원료로 빚은 증류주의 맛도 좋고 향도 좋아 마실 만 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이 회장은 보고 있다. 주질 향상을 위한 한 방법으로 공동브랜드를 생각할 수 있다.

증류주 협회의 집행부에 의하면 공동브랜드의 전제 조건으로 ▴도수는 20% 이상으로 하고, ▴주정은 일체 섞지 말아야 하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올배당체 같은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천연 원료로만 제조한 증류주만으로 공동브랜드를 만든다면 소비자들은 술맛에서 오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규정에 맞게 생산한 증류주에 대해선 인증마크를 부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증류주도 외국의 위스키처럼 5년산이나 7년산, 10년 산 등으로 등급을 매기는 방법도 구상하겠다는 것이 증류주협회의 구상이다.

이 회장은 국내 양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역특산주의 원료 조달 지역을 확대’하는 것인데 업계를 위해 정부에 건의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산 증류주의 다양화 고급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색깔, 향기와 맛을 지닌 소량의 천연 원료를 블랜딩 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지역특산주는 양조장이 위치한 관할 기초자치단체와 인접 지역에서만 주원료를 조달하게 돼 있다.

주세법대로라면 이번 경상도 지역의 산불로 사과 농사를 망쳐서 사과를 생산하지 못하면 이 지역 양조장들은 사과를 구입하지 못해 술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은 기후 리스크가 매년 있기 마련이어서 지역특산주의 원료 공급을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국산 원료로 빚은 증류주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인들은 케이(K)팝, K뷰티, K드라마, K푸드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식(韓食)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한식에 걸맞는 좀 더 고급지고 멋진 술을 내놓는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내 경기 위축으로 국내 주류시장은 현재 다소 위축돼 있다. 그러나 고급 증류식소주 시장과 사과등 국산 과실로 빚은 일반 증류주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1년 대비 2022년은 2배 이상 늘어났으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도 매년 평균 33.6% 신장한 것이 증류식소주 시장이다.

특히 중장년층보다 신세대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들이 증류식 소주를 찾는다. 각종 주류박람회장에서 젊은 층이 선호 하는 주류를 살펴보면 고급진 증류주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오미나라 고운달(오크통 숙성 52도 500ml 오미자증류) 전통 주 선물세트는 판매가격이 36만원이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닌데도 젊은 층이 주저 없이 카드를 긁는다.

이 같은 현상을 볼 때 증류식소주를 잘 만들어 숙성을 잘 시킨다면 주당들이 지갑을 여는데 어렵지 않아 보이다.

이종기 회장이 직접 설계하여 제작한 증류기. 이 증류기는 전남 광양에 위치한 ‘섬진강의 봄’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증류식소주 생산은 쌀 소비에 일등공신이다

식생활 변화 등으로 인한 쌀에 대한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가운데 10년 후에는 쌀 소비량이 현재보다 1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농업전망 2025’ 보고서를 보면 올해 식량용 쌀 소비량을 273만 t으로 예상했다. 이어 이 수치는 2026년 269만 t, 2030년 253만 t, 2035년 233만 t 등으로 매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10년 뒤인 2035년의 경우 식량용 쌀 소비량 전망치는 올해 소비량 예상 치에 비해 14.7% 적다.

그렇다고 농민들한테 쌀농사를 짓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하는 길 밖에 없는데 쌀 소비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증류식소주를 생산하는 길이다.

가령 쌀로 막걸리를 빚고 이 막걸리로 증류를 하게 되면 부피로 봐서 대략 8분의 1로 줄어든다. 쌀 8가마로 소주 1가마를 생산할 수 있으니 쌀 소비로서 이만한 것도 없다.

이번 증류주협회 설립인가는 우리나라 주류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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