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산업 중국에 있다
임재철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이전 서울 번화가인 명동이나 동대문, 백화점, 지하철을 걷다 보면 일본어, 중국어를 듣는 일이 부쩍 많았다. 그 외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이었다.
실제로 당시 한류 스타 사진이 걸린 명동의 모 화장품 업체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로 인해 하루 매출액이 1억 5천만 원~2억원에 육박했다. 또 서울시내 특급 호텔을 비롯한 관광호텔들도 객실이 모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최근 들어 속속 들이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엔데믹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시에 활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때 이른 폭염이 원인인지 몰라도 벌써 시내 커피숍 등지에는 많은 피서객이 눈에 띈다. 그 중에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상당수 보인다.
다만 달라진 점은 외국인들의 구성비다. 중국인보다 동남아 혹은 유럽인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관광 발전에 고무적 인 일이나 세계 최대 관광시장이요, 큰 손 관광객인 중국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위기의 한중 관계 및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도로 악화된 이유일 거다.
그런 가하면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열기도 아직 미미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관광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하겠다. 한국인의 일본 관광 열풍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생겨났다. 세계 여러 나라 여행을 해본 부류일수록 일본 관광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가성비가 좋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한국과 사뭇 다른 정서와 더불어 볼거리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한국보다 싼 편이다.
일본인들의 해외 관광 역사 또한 우리보다 훨씬 빨리 시작되었다. 빨랐던 만큼 이에 대한 열기가 식은 지 오래고 상대적으로 일본인들은 이제 국내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일본 경제의 후퇴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테면 이웃집 마실 다니듯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있는 한국이 다시 일본인이 즐겨 찾는 관광 목적지가 되기를 기대하는 거다.
여행은 물론 무역이나 투자 등 경제적 거래를 포함하여 국가 간의 모든 교류는 걸림돌이 제거되어야 활기를 띤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국가라 할지라도 정치·제도·문화·경제 등의 이유로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하자면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이 재개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과 관련해 ‘유커(遊客)’의 한국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지극히 썰렁한 수준이다.
가령 이를 푼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냉랭한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들의 여행 선호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처지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보면 한국 관광산업에서 중국 관광객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서울시는 2027년까지 해외 관광객 3000만 명에, 관광 수입 300억 달러를 목표로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해외 관광객 유치 실적 1750만 명과 비교하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 없이 이런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일본은 우리보다 한 수 위다. 2019년 일본의 해외 관광객 유치 실적은 우리의 거의 두 배 정도인 3200만 명에 달했다. 2025년까지 이 수준을 넘어섬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을 20만 엔(2019년 15만9000엔보다 25.8% 증가)까지 늘려 외국인 관광 수입을 5조 엔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 지역 도시들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어 목표 달성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1~4월 일본 방문 한국인 관광객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고작 170만 명에 불과했다. 즉 무역에 이어 여행 수지에서도 일본에 대해 엄청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관광시장의 매력 포인트인 중국시장 대처이다. 아웃바운드의 경우 글로벌 정세의 급변에다 더딘 중국시장 회복세와 인력난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이 개방할 때만 하더라도 봄 시즌 과도기를 거쳐 여름 성수기에는 수요가 어느 정도 올라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기존 인기 목적지였던 장자제, 백두산마저 예약률이 저조해 올 여름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인바운드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중국인 개별 방한여행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바운드에서 비중이 높은 단체관광은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윤대통령의 타이완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이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등 정치적인 이슈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냉각된 점도 악재중의 악재다. 중국 인바운드 업계는 일방적인 외교 및 정치적 이슈로 악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말하자면 관광으로도 중국(中國)은 문자 그대로 ‘세계의 중심국가’다. 따라서 중국 관광객의 지속적 내수 동참 유도를 위해서 특단의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라의 장래는 참으로 위험요소만 증대되고 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묻지 마 식으로 한미 동맹만 외치는 난맥상에다 일본의 입장만 옹호해주는 대일외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에 한·중의 관광 상황은 악화 그 자체다. 역사의식의 빈곤과 전략적 사고의 부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부터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성장 동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판에서 결국 플러스 알파인 중국 관광객의 유치는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