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金喜泰 회장
지방 주류도매사들 주류 전문 프랜차이 때문에 枯死 위기
‘92년 전으로 돌아가 酒類 販賣구역제한 복원 시급 하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산하 16개 시․도 협회 가운데 금년도에 회장이 바뀐 협회가 8개 협회가 있다. 강원도협회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월 13일 개최된 2023년 강원종합주류도매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춘천 현대주류 김희태(金喜泰, 54) 대표가 신임 회장에 당선돼 강원도 종합주류업계를 이끌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주․맥주 시장이 홈술․혼술 등으로 매출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강원도주류업계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을까.
다른 지역에 비해 유명 해수욕장, 유명 계곡 등 관광지가 많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류매출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강원도협회를 찾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김희태 강원도주류도매업협회 회장은 “과거에는 휴가철 관광지 주변에서는 주류 매출이 증가해 특수를 누렸는데 요즘은 수도권에서 오는 피서객들이 술까지 사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알뜰피서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이는 춘천이나 원주 등은 고속도로나 철로 등이 발달돼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관광객이 많아 관광 특수를 누린다는 것은 옛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주류도매업체들은 “지킬 것은 지키며 영업한다”
강원도 인구는 지난해 말 153.6만 명에서 지난 6월 말 153만 2,617명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 6월 11일부로 ‘강원도’에서 ‘강원특별자치도’로 개편되어 나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道다.
강원도는 1970년대에 탄광 산업으로 잠시 180만 명대까지 달성했지만 근자에 들어와서는 군부대마저 줄어들어 인구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주시에 혁신도시가 생겼지만 기대와는 달리 공공기관 직원들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어 당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분석이다.
전국적인 저 출산의 영향 등으로 강원 인구도 다시 감소하고 있지만 의외로 영․호남보다는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고 한다.
먹고 마시는 식음료계의 자원은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을수록 주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인구가 많지 않아 강원도의 주류 소비는 적은 지역이다.
현재 강원도에는 56개 종합주류도매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으나 월 매출 면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지난 6월말 춘천시 인구는 28만 6,938명인데 주류도매업체는 10개나 된다.
“파이 자체가 워낙 작아 매출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인데도 강원도 도매업체들은 지킬 것은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다”고 김 회장은 말한다.
수도권 대규모 주류도매업체들이 지방도시까지 판로 넓혀
강원도는 면적이 넓어 단체장으로서 회원사를 자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회원사들의 복리 증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우리 속담에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말이 있는데 주류도매업계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수도권 대규모 주류도매업체들이 강원도까지 판로를 넓히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인구가 적어 주류매출이 크게 일어나지 못하는 지역이다. 오랜 세월 근근이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수도권 대기업들이 강원도로 판로를 넓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92년 12월 31일부로 ‘酒類 販賣구역제한이 全面 폐지’되고 나서 줄곧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과거에는 주류 판매가 세무서 관할에서만 가능했는데 1991년 주류수입이 전면 개방되면서 주류 판매구역제한이 풀렸다. 정부는 1990년 12월 19일 경제행정규제완화실무위원회를 열고 도매업의 구역 제한을 폐지 한 것이다.
구역제한 폐지 초창기에는 지방 도매사들이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주류 판매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주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업(franchise業)체가 4천여 개가 운영 중에 있어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가 지방의 중소도시까지 가맹점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주류 판매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도권 대규모 도매업체와 계약을 맺고 주류를 납품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지정하는 지방 가맹점에 주류를 보내라고 하면서 도매업체들은 큰 이익이 없어도 배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지역에 배달하는 물량이 많지 않을 경우 주류제조사 지역 대리점에서 술을 받아서 배달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도매업체 몇 개가 새로 생겨난 것과 맞먹는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기존 도매업체들보다 가격을 내려서 공급하고 있다. 지방의 소규모 도매업체들은 이들과 경쟁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보니 도매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하소연이다.
92년 풀었던 판매구역제한 환원시켜야
술을 소비하는 주점이나 식당들 입장에서는 지역 도매업체에서 공급받을 때보다 싸게 공급을 받게 되니까 자연히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술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회장은 “비단 강원도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방의 주류도매업체들은 매출을 어떻게 늘려야 하는 문제보다 어떻게 방어해야 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에선 92년 풀었던 판매구역제한을 과거처럼 환원시키지 않으면 지방의 주류 도매업체들은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의 모든 국가 정책이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술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판매구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김 회장만의 주장은 아니다.
주류 유통은 보건위생과도 밀접한 과계가 있는 상품이다. 모르긴 해도 청소년들을 제외하고 주류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 일 것이다.
농촌의 작은 가게에서도 생수를 구입할 수는 없어도 소주나 맥주는 구입이 가능한 나라다. 그만큼 주류의 유통이 원활한데도 프랜차이즈까지 만들어서 주류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류 판매구역 제한 없어 장거리 주류 배달 많아져
판매구역을 제한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대표적인 문제점이 교통소통에 저해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술을 배달하는 화물차들의 왕래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매연발산도 많아져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달환경이 열악해져 인건비 상승 원인도 되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수도권 지역의 대형 도매사들은 92년 전으로 주류 판매를 구역별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겠지만 지방 경제를 살릴려면 강화할 것은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지방 주류도매업계의 주장이다. 그래야만 지방 주류도매업계의 고사(枯死)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 회장은 주류도매업체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주류 쇼케이스 같은 내구 소비재를 제조사들이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세법에 의해 제조사들이 도매업체에 지원해주고 있는 내구소비재는 도매사 매출의 0.5%(각종 세금을 뺀 매출액)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는 턱도 없는 액수라고 했다.
“주류제조사와 유통 회사 간 상생이 이루어 져야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의 주장은 간절하다.
춘천에서는 봉사 많이 하기로 알려진 토박이 春川人
김희태 회장은 춘천 토박이다. 김 회장은 지금껏 춘천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 보지 못한 춘천인 이다. 2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주류업계에 발을 디뎌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강원협회 전임 김왕기 회장과는 동년배로 친구사이. 김왕기 전 회장은 김 회장에 대해 선배를 잘 모시는 의리파라고 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후배보다 선배가 많다.
김 회장의 이력에는 춘천시역도연맹 회장이라는 경력이 있어 스포츠맨인가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제가 존경하는 은사분이 계셨는데 역도연맹에 관한 일을 하실 때 연맹 회장 자리를 강권하셨습니다. 그래서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연맹 회장을 맡았습니다.”
스포츠 가운데 엘리트 선수만 있고, 아마추어가 없는 분야가 역도다. 그래서 감투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역도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철저한 봉사자라고 했다.
김 회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기 저기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춘천에서는 알려진 인물이다. 2014년부터 3730 지구 동춘천 로터리 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그 중하나다.
600여 평 터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주류, 11명의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하는데 한 낮이돼서 그런가 한가하다. 폭염이 내리쬐는 8월.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좋으련만….
지방주류도매업계에 단비가 돼줄 ‘酒類 販賣구역제한’이 업계가 원하는 데로 개정되길 바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