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행

다시 여행

 

임재철 칼럼니스트

 

연일 다양한 모바일 광고에서는 여행 관련 유혹이 넘쳐 나고 있다. 특별히 여행이나 업계에 관심이 많은 필자여서 그렇겠지만 유독 여행 관련 광고가 눈에 들어오며, 그것만 봐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페이스북 등 SNS채널에서도 광고를 넘어 지인들의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 인증 샷과 후기가 끊이지 않고 포스팅 되고 있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이 연차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시즌이다. 말하자면 11월은 전통적인 해외여행 비수기이지만 여행업계는 ‘얼리버드 특전’ 예매 등 내년 여름 상품까지 특가 프로모션을 다수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11월은 비수기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예 얼리버드 할인으로 겨울을 공략하는 상품들이다. 하지만 SNS에서는 조기 예약을 제안하는 등 진짜 여행 시즌에 돌입한 것처럼 북새통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심리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불안정한 경제‧전쟁 등이 겹치며 여행업계의 또 다른 시각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긴장감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면서 상황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여행업계는 관성처럼 주저 없이 10월 말부터 항공사들의 동계 스케줄이 시작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은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점을 감안, 안정적인 일본과 동남아시아 노선으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겨울에는 유럽이나 중국보다 동남아시아, 일본, 남태평양 등 따뜻한 곳으로 향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우리가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를 하는 시간은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계획이 필요하다. 요즘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인파가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에 증명사진을 찍고, 음식점에서 ‘건배’를 외치며 여행을 마무리하던 모습은 거의 없다. 홀로 혹은 두셋 단위의 사람들이 비일상적 낭만의 향유와 감성으로 자신을 뒤돌아보고 도시 생활에서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녹여내며 충전이 가능한 개별 여행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지라 제대로 된 여행과 힐링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는 그래도 ‘겨울에는 여행이지’라는 매력에 빠지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여행의 형태가 있지만, 오랫동안 머물면서 오로지 그곳을 흠뻑 느낄 수 있는 한 곳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한 달 살기’ 여행을 권유하고 싶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도 많지만 필자는 조금 춥더라도 유럽의 일상 과 액티비티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달 살이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한편으로는 여행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작은 도움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의 한 달 살이도 좋겠지만 필자는 낭만과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체코,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 동유럽을 제안한다.

우선 언어가 조금 부족해도 구글 번역기를 믿고 호기롭게 동유럽 한 달 살이를 계획하는 배짱 같은 게 필요하다. 가령 여행 책자를 좀 훑고 숙박지를 예약하고 현지의 항공, 기차 등 대략의 교통편 예약을 시작하는 거다. 숙박지의 경우 숙박 앱 등을 활용, 중심지와의 거리, 주변 환경, 가격 등을 고려해 하면 된다.

지난해 체코의 프라하에서 한 달을 여행하고 온 한 선배는 시내와 조금 멀어도 버스 여행이 가능하며 숙소도 관광호텔 수준이면 가격도 저렴하고 유적지도 많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의 한 달 생활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

이를테면 남유럽에 로마가 있고 서유럽에 파리가 있다면 동유럽에는 프라하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프라하가 동유럽 최고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도시라는 뜻일 거다. 그래서인지 프라하는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로맨틱한 감성이 살아 있는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중세 유럽의 느낌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이며 보석 같은 곳이다.

어쩌면 한 달살이도 꽤 긴 장기 체류여행이라 할 수 있는바 왜 우여곡절이 없겠는가. 사실 타국에서 한 달을 산다는 건 낯설고 생소한 문화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한 달씩이나 멀리 있는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1~2주간의 해외 출장도 여간 힘든 일인데 어떤 목적으로 가든 한 달 동안 가족이 해외에서 보내는 경우는 더욱더 힘들 수 있다.

실상은 여행의 방법, 그리고 체득하는 감성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많은 것을 배우고 지내는 동안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 후에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에서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제시한 최상급 수준의 ‘관찰한 것을 체험하고 습득한 뒤 집으로 돌아와 일상적인 생활에 반영하며 습득한 지혜를 활용하며 사는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가 저 언덕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세상사 바람이라 여행을 가보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못 가본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올 겨울에는 그런 곳을 가서 실컷 구경하고 느끼고 가슴에 담아 보시길! 지금 떠나지 않으면 그리고 경험하지 않으면 일상의 변화는 없고 세월이 흐른 뒤 꺼낼 얘기도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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