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
청도(靑島)와 청도(靑道) 술의 아름다움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나의 고향 당진(唐津)은 중국 산둥반도와 매우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일찍이 당나라와 교역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당진의 지명 유래가 된 마을이 바로 고대면 당진포리인데, ‘당나라와 교역한 나루(포구)’라는 뜻에서 당나루, 즉 ‘당진포(唐津浦)’라 불렸다. 당진까지“새벽닭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산둥반도(山東半島)는 중국 화북평원(華北平原) 동부에 있는 반도로서, 랴오둥(遼東)반도와 대치하면서 보하이해(渤海)를 둘러싸고 있다.
하천의 충적지에 둘러싸여 편마암을 중핵으로 하는 고생 층의 암석이 해발고도 200m 전후의 구릉지를 펼치면서 국부적으로 라오산(노산嶗山:1,130m)·쿤룬산(崑崙山:824m) 등 고봉을 일으켜 노년기지형의 특색을 보인다. 침강해안에 형성된 작은 만에 칭다오(靑島)·신라 해상왕 장보고의 활동지 웨이하이(威海)·옌타이(煙臺) 등의 양항이 입지한다. 기후는 남안(南岸)이 해양의 영향을 크게 받아 비교적 온화하나, 북안은 북서풍의 바람받이가 되어 겨울 추위가 심하고 항구는 동결한다. 주변 해역은 중국 유수의 어장이고, 농산물로는 밀·땅콩·잎담배·포도·배 등이 있다. 생산량이 풍부한 밀은 청도 맥주의 주원료이다.
평소 관심이 많던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Qingdao, 青岛市), 100년 역사의 맥주를 품은 아름다운 해양 도시를 11월 초 방문하게 됐다. 칭다오도 중국이 서양 열강에 침략당할 때 독일에 빼앗겨 100년간 땅을 넘겨주었다가 그 후에는 일본의 침략기지로 활용되었으며 결국은 중국의 영토로 회복되는 수난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또한 칭다오에는 한국인과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인구 1,000만 명이 살고 있는 중국 큰 도시 중의 하나이다. 칭다오엔 칭다오 맥주(青岛啤酒股份有限公司 : Tsingtao Brewery Co., Ltd.)가 유명하다. 19세기 말 독일이 산둥반도를 조차(租借)한 이후 1903년 독일인과 영국인에 의해 설립된 합자회사가 기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중 하나로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맥주공장에서 소변을 누는 기행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래도 맥주 박물관도 견학하였고, 일정 중에 간간이 칭다오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렇지만, 나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칭다오 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서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공항 입국심사대에 들렀을 때는 마치 큰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취조를 받기 위해 손가락 10개의 지문을 찍히고, 얼굴과 전신사진을 찍어서 인체정보를 제공한 후에도 추가 수사를 받기 위해서 취조 장에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입국심사 때부터 질리는 공산주의·사회주의·전체주의 공안(公安)이 입국심사대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여행객들을 향해 이해 불가한 입국심사 절차를 장시간 진행한 후 입국심사대를 통과시켰다.
한국 여행객의 전신과 얼굴을 촬영하고, 좌, 우 손가락 네 개씩 지문을 촬영한 후, 다시 양손의 엄지 2개를 촬영하는 등 여행객들은 과거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서 동사무소에서 지문채취에 응했던 것 이상으로 신체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제공하고서야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무언가 중국 정부로서는 한국 여행객들의 신체정보 등을 채취해서 활용할 목적이 있으리라. 더구나, 중국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호텔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도 외국의 자유로운 통신을 차단하여 네이버, 유튜브, 카카오톡 등이 모두 불통으로 핸드폰조차 무용지물이 되었다.
따라서 어디서나 연결되는 문자로 그나마 간단한 단어 몇 개로 소통하며, 답답해서 질식할 정도의 중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공산당원 9천만 명의 나라란다. 9천만 명의 일당독재가 14억 명의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는 자유 없는 나라 중국, 일당독재 국가로서 국가의 효율성은 기할 수 있을 것이나, 진정한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의 삶은 공기 없는 곳에서의 삶과 같다는 느낌 지울 수 없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출국장 보안검색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몸 구석구석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뒤지는 가히 성추행에 가까운 심한 짐 검사와 몸수색이 감행됐다.
칭다오가 맥주의 고장이라지만, 맥주박물관 외에는 독창적인 맥주 소재 관광지가 없었다. 다만, 맥주의 맑은 수원지가 있는 노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노산을 무대로 그 옛날 도교인들이 선경을 노닐던 모습을 그릴 뿐이었다. 중국의 획일성을 보고, 역시 자유를 바탕으로 한 민간 기업의 창의성이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청도(靑島)와 밝음은 같지만, 한자로는 다른 경북 청도군(淸道郡) 화양읍 송금길 100에 있는 청도(靑道) 와인터널(총길이 1.01km, 높이 5.3m, 폭 4.5m규모)이 비교되었다. 기찻길의 추억을 잠시 회상하며 철길을 걷다 보면 청도의 특산물인 감즙을 숙성한 감와인을 맛볼 수 있다. 청도 와인터널은 천장의 붉은 벽돌, 벽면은 자연석으로 쌓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터널 중 하나인데, 대한제국 말기인 1904년에 완공이 되었다. 중간 정도를 걸으며 와인을 시음하고 마실 수 있는 와인카페가 있어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벽면에 빼곡히 장식된 숙성고와 와인병이 장관이다. 큰 맥주공장은 없어도 자유롭게 한 잔 술을 곁들인 여행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대한민국 청도의 와인터널이 더 아름다운 것은 왜일까?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