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술 좀 작작 먹어라”
요즘의 MZ세대들은 물론 그 윗세대도 ‘보릿고개’가 무슨 고개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벗겨 연명하던 시기를 말한다. 여기서 유래 된 말이 초근목피(草根木皮)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넘쳐흘러서 비만환자가 속출 하는 시대다. 때문에 과잉섭취로 인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술도 음식이라고 할진데 적당히 먹어야지 지나친 음주로 인해 술병에 걸리고 친구나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술을 먹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운전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폐해는 매일 뉴스를 타고 흘러나오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해마다 200여명이 넘고, 술을 먹고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음주운전만 13만 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음주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남의 가정의 행복을 박살내는 범죄행위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도 사회 저명인사거나 유명인이 아니면 언론에 나오지도 않지만 막상 유명 연예인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방송 출연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가수 김호중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최근 배우 박상민이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을 구형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상민의 음주운전은 이번이 세 번 째로 박 씨는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사죄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최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주목받고 있는 이는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41) 씨가 아닐까.
경찰에 따르면 다혜씨는 10월 5일 오전 3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캐스퍼 차량을 몰다가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음주 측정 결과 다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만취상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딸의 음주운전 사고로 아버지(문재인 전 대통령)가 언론에 소환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2018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했던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 등 음주운전 관련 발언을 지적했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명확히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 않았나”라며 “다혜 씨는 거기에 예외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 누가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 서치(Search)를 하다가 국내 최초의 음주운전 사고는 이완용의 아들 이항구라는 사실을 찾아내고 헛웃음이 나왔다.
사건은 이랬다. 191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교통사고 인명 피해 사건을 보도한 신문은 대한매일신보였다. 이항구는 구한말 내무대신(현 행자부장관)을 지낸 이완용의 아들이다.
당시 서울에 있던 10여 대의 자동차 중 내무대신 이완용의 관용차를 그의 아들이 타고가다 어린이 보행사고 1호를 기록한 것이다.
“일이 없는 부랑아들이 자동차를 타고 기생과 동승하여 문 안팎으로 횡행하는데, 이항구와 홍운표(이완용 사위)가 동소문 밖으로 차를 타고 가다가 인창 면에 사는 정진협의 7세 된 아들의 다리를 부상하였다더라.”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일본 경찰은 이항구의 신분을 보고 바로 풀어주었다.”고 적고 있다.
이항구는 배상은커녕 해당 음주운전 치상에 대해 계속 무시로 일관했다고 한다.
오히려 범인이 아니라 피해 가족들이 안절부절못했으며, 결국 어린아이는 중상을 입었지만 치료도 못 받았고 이후에도 생고생을 한 걸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놈의 권력이…. 에라!
하기야 70년대 초만 해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명함 주고 내일아침 회사로 오라는 사람도 있었다잖은가. 이른바 쇼부(勝負, しょうぶ)를 보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세월이 흘러서인가. 다혜씨가 음주사고 당일 현장에서 바로 음주 측정을 하고, 인근 파출소로 임의 동행해 신원 확인을 한 뒤 귀가한 후 추후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완용이 살던 시대였으면 어찌 되었을까.
대통령들에게도 자식은 행복이겠지만, ‘자식이 웬수’가 되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혹여 마음속에 “너 술 좀 작작 먹고 다녀라”고는 하지 않았을까.
연말이 코 앞이다. 진짜로 음주운전만은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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