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술심의 노래여

깨어 있는 술심의 노래여!

 

임재철 칼럼니스트

 

‘올핸 꼭 중국 술 한잔 먹세 그려’ 이는 올 초 1월에 필자가 쓴 칼럼 제목이다. 올 한해 역시 쉼 없이 살아오면서 우리는 많은 술을 접하고 또 걸어왔지만 어떻게 올바른 ‘삶과 술’을 맞았을까. 아니면 한 해의 종착역에 도착할 즈음인데 일이 바쁘고 사는 게 힘들어서 시간의 존재를 잊으며 끝자락에 갑자기 도착하려는 걸까.

 

여하튼 또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올해야 말로 기분 좋게 긴 여정을 품고 스스로의 약속을 실천한 다음, 연말 높은 도수의 바이주(白酒)를 한잔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한 필자였다. 그 결과, 우선 여러 일들에 앞서 인생은 그저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일년 내내 바이주를 7~8박스 구입하여 이미 지인들과 들이켰거나 혹은 작은 선물로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은 몇 병은 송년 보상을 위해 남겨두고 한 병씩 마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가만히 여러 생각들을 자신에게 자문했다. 가슴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봤다.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끝없는 물음을 던져 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산다는 것,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또 살아갈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질 것인가.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살이, 살면 살수록 인생을 잘 모르겠다.

싸늘한 겨울바람 앞에서 지금이라는 시각에서의 삶, 또 앞으로 다가올 날을 생각하며 또 자문해 보는 시점이다. 나아가 질기게도 허욕이고 과유불급이지만, 가령 난세를 어떻게 돌파하여 자신을 유지(Yuji)해 갈 것인가. 닥쳐오는 위기를 어떻게 예견하고 어떤 대책을 강구할 것인가.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것 까지도.

기업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는’ 경영보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 아는’ 경영이 훨씬 앞선다고 강력하게 알고 실천하였건만…, 중요한 점은 한국 사회가 참 어지럽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의 독선과 독주가 도를 넘고 있기에. 이러한 실체들이 그동안 소중하게 가꾸어 온 대한민국을 거덜 내고 있다. 사회의 분열이 깊어지고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정세가 험난하다. 안타깝고 서글프고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끌어 넘친다.

특히 민생파탄의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간단히 말해, 치솟는 물물가, 금리인상,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의 삶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부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최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무림에 강호제현(江湖諸賢)들이 많은데, 소시민의 한 나그네가 무공의 현란한 사안을 능력 밖으로, 게다가 자문을 뛰어넘는 외적 세계에 가본들 어떤 깨어 있는 지혜가 있겠는가 마는 대체로 우리가 직면한 틀림없는 문제에는 거의 다 근접한 것 같다.

궁극적으로 존재감 없는 한 나그네가 서 있는 세상, 진정 살아 있는 것인지, 이 또한 허상인지 모르면서 아파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러면 어쩌랴! 나그네 가는 길에 해가 바뀌려 하니 주름만 깊어지는 느낌이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아지고 마음도 낡고 약해져 시름이 깊어진다. 세상의 아픈 걱정, 그리고 강물처럼 가는 세월 어찌 할꼬. 실로 머물러 있을 것만 같던 23년이 문을 닫고 길 떠날 채비를 하며 여기 와 있거늘. 그래 잘 가시게. 언제 자네가 오겠다고 왔나.

하고 많은 세상일도 술 한 잔 마시고 웃고 나면 그만이라…, 다시 술 얘기로 돌아가면, 중국인들은 식사를 할 때 술을 마신다. 중국인들은 서로 거래를 하더라도 합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의를 위해서 마신다고 한다. 그들은 술자리에 아무리 화려한 요리가 있다하더라도 의리가 없으면 맛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술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술이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필자 역시 나그네길 위에 인생이 있고, 세계 어느 곳에 가든 맛볼 만 한 술이 많고, 또한 가장 맛있는 음식은 그 지역 ‘술’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고 술이라면 자다 가도 깨는 애주가는 더욱 아니며, 우리가 술을 통해 얽힌 세상 사람들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막상 올 마지막 달이 지나도록 크게 이룬 것은 없으나 필자가 꿈꾸었던, 말하자면 연말에 ‘중국술을 한잔 먹자’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행하고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일 년 내내 병원 신세 몇 번 지지 않으며, 관성처럼 옆구리에 늘 바이주 술동이를 끼고 뚜벅뚜벅 나그네 길을 무사히 걸어왔으니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한심하지 않은 것 같다.

때가 되어 술과 송년을 함께 하는 세상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외적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과 주변상황을 깨닫고 자신을 지배하며,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고, 의심도 해보고, 그러면서 뭔가를 배우고 알아가며 자신의 실제 상황을 위해 술잔을 부딪부딪치는 세상과 삶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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