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점검해 보는 주류정책의 향후 과제①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생명농업, 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최근 주류정책의 근본이 다시금 재론되고 있다. 정책의 시대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진다. 왜일까? 사실 그 원인은 분명치 않다. 정치 경제 사회의 흐름은 경쟁세상 쪽으로 시계추를 더 넘겨가고 있다. 변화의 폭풍이 더 커지고 있다. 구태의연해 보이는 협동세상은 상대적 비효율성이 크고 부가가치 창출이 느리다. 그래선지 세인들에게 잘 채택되지 않는다. 지금 세상에 비효율적이고 느린 결과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다.
주류정책을 둘러싸고 구태 의연한 ‘규제강화론’이 지금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효율성’의 신화를 추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이 공정과 자유를 추구하고 ‘규제완화’를 계속 외치는 데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정치권은 정책창(policy window)은 ‘국부’팽창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쪽으로 열고 있다. 여전하다. 특별한 물질(extra ordinary substance)로서의 주류관리 경향성, 중요성 등에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주류정책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상하다. 신기한 일일 수 있다.
국세청 중심의 전통주 수출정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최근 국세청을 중심으로 한 전통주 수출정책의 노력이 눈에 띈다. 생각해 보면 시대변화를 관찰한 국세청이 “과연 주류정책의 당면 우선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전과 다른 새로운 답변을 내미는 정황으로 보인다. 당장에 내건 핵심 메시지는 ‘전통주’와 ‘수출’이다. 사실 전통주 수출이 신선한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정책효과성을 비교해보면 과거 타 부처가 추진할 때와는 그 차이가 완연해 보일 수밖에 없어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국세당국자의 관행상 그것만으로 정책프로그램을 끝낼 리가 없으니 추후 변화가 주목된다. 국세청이 정책에 뛰어 들 때 추진력이나 효과성이 달랐던 기억 때문이다.
그 민감한 주세정책을 직접 변화시킬 수도 있고, 면허 제도를 대폭 개선할 수도 있다. 산업 동원력이 강력한 과거의 위명으로 사회적 파급력이 기대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기 과제가 가시적 성과를 보이거나 실현이 분명해 져 갈 때 분명히 그 다음 과제가 뛰쳐나오던 과거 말리다. 상상해 볼 수 있다. 무엇일까. 기대되지 않는가.
사실 술은 과음 시 중독물질이기 때문에 해외로의 수출이 국가 수출정책의 주된 대상이거나 목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자칫 “‘중독물질’을 해외로 보내나?”하는 정책상의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시대 주류 수출이 피지배국에 낳은 폐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어 더 그러하다.
제국주의 초기 중독물질의 수출은 도덕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명한 사례는 중국의 아편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럼주’를 주고 대신 모피를 물물교환으로 받아 유럽시장에서 큰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의 악행이 유명하다. 취한 인디언들의 마을에 다시 군대를 침투시켜 땅을 모조리 빼앗았던 전력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마약과 달리 합법적 물질인 술은 이제 그 모습이나 상징이 완전히 변했다.
과거와 달리 술의 수출은 문화의 교류거나 국가적 상징의 홍보를 넘어 현지인들이 가진 여행경험의 연장 등으로 나타나 이미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마시면서 영국 제국주의를 탓하거나 추악한 과거를 상상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 불란서의 와인이나 꼬냑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전통주 수출정책도 그런 의미와 궤적을 함께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 이후 전통주의 수출은 국가 식량위기 대응이나 지역의 소규모 업체 보호 등 민생과제와도 관련성이 커 국가의 전략적 정책과제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그런 뜻까지도 포함하는 전통주 수출은 세간에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류정책은 본래 ‘소비자효용’ 증대나 ‘산업성장’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2010년경부터 기획재정부, 농식품부, 식약처 등으로 주류정책의 실행 부처를 나누고 주로 기재부를 중심으로 주류정책을 구사했었다. 그 이전과는 정책적 의도의 톤을 달리하는 정책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주류정책은 그 전략적 목표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자 효용의 증대, 산업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정책전략의 맨 윗줄에 적었다. 수제맥주 활성화정책도 그 과제 중 하나였다. 맥주 막걸리의 종가세 전환도 그렇다. 저성장 사회로 들어가면서 주류분야에 대한 정책이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산업들과 정책목표가 다르지 않게 되었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온통 경쟁, 규제완화, 일자리, 성장 등이 주된 구호였다. 주류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류정책에서 건강이나 환경들의 정책수단은 뒷전에 있었다. 게다가 소비자 효용의 증대를 외치며 싼 술을 많은 이들에게 공급하여 소비를 진작하고, 관련 분야의 팽창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정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들의 싼 술 효용이나 업계의 사업편의성에 더 주목했다. 실제로 “왜 서울의 도매상이 부산의 식당에 술을 공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미 국세청 고시와를 고민없이 뛰어넘을 의지가 관청가에서는 도도한 큰 흐름이었다.
그 때 도매유통의 경우도 수천 대의 도매차량을 전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면허권역을 넘어 주류배송을 허용했다. 면허권역 따라 실제 판매영역 따로 되었다. 그 여파로 도매상과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연대하여 전국적으로 주류가 유통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업 편의성 제고 정책 자체는 사실 나쁜 생각이 아니다. 다만 ‘술’이라는 물질의 경우 그 결과가 환경문제를 양산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이다.
한 병이라도 더 팔기 위해 도매업체 간의 경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싼 술과 가짜 양주가 늘었고, 불법 중간상인을 통한 탈세도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익을 남겨 먹고 살 방도를 끝없이 찾는 사람이 많은 게 인간사회였다. 게다가 통상 중소업체로 유지되는 도매업계에게는 별다른 경쟁규칙이 주어졌었다. 그것을 푸는 순간이 전국 다량유통의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의 추세가 지속화 가속화되어 양극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한 달에 2-3억 원을 파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10억원, 100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업체가 생겨 파행적 시장구조를 만들어 내게 된 상황이다.
정책당국에서 사업편리성이나 소비자 효용이라는 정책목표를 선명하게 표방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술값을 가급적 낮게 공급하여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를 늘리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대로 시장에 필요한 일이거나 잘하는 일로 치부되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제학 교과서 술은 달라야 한다고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범생 관료들은 교과서대로 정책도 구사했다. 하긴 정책당국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일반국민들도 주류산업이 더 커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경우가 업계의 미덕이 되었다. 동조자들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경쟁과 성장의 신화에 모두 함께 몸담았던 시대였다.
결국 적정수준을 잊은 폭음과 과음의 관습은 건강과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된다. 그 시절은 술의 속성이나 과음이 낳는 사회 경제 문화적 폐해가 정책의 자리에서 중시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2006년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내건 파랑새플랜을 기억하는 이들은 불과 몇 년 만에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맞을 일이었다. 술로 인한 폐해 문제가 뒷전이 되었을 때 주류 정책이 본령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주류산업이 타산업과 다른 점을 이해하거나 습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기간 중 술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게 되었다.
주류시장의 주도주인 소주 맥주를 ‘국산원료’를 사용하여 제조하는 꿈은 과연 불가능할까?
2023년 들어, 이제 다시 국세청이 주축이 되는 주류정책으로 전통주 수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일은 주류수요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뜻이 다르다는 것을 정책당국자들과 대화 속에서 알 수가 있다. 근본적으로 국세청의 경우는 주류정책의 기조를 ‘규제’로 잡고 있는 정부기구로 알려져 있다.
필요한 규제완화는 계속 해 왔지만 주세와 주류관련 세금, 면허, 품질관리, 도수, 첨가물, 설비, 공간, 교육 등의 규제수단을 직접 구사하는 정책당국이기 때문이다. 주류산업과 음주자인 국민들의 과다한 행동을 관리함으로써 술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당국인 것이다. 산업부나 기재부가 주류산업을 하나의 산업(one industry)으로 보고 술의 수요 확장책으로서추진하는 단순한 수출정책과 그 기조가 같지 않을 것은 분명히 알 수가 있다. 산업부가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통해 기술혁신에 방점을 두고 규제완화를 추진해 오고 있고, 주지하는 바 기재부의 경우도 국부를 논하고 있으므로 소비자 효용과 부가가치 확장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부처의 비전이 가진 한계 일 수밖에 없는 사실일 것이다.
국세청이 전통주를 주류정책의 전략주종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국산원료의 재배 기반의 안정성 확보를 염두에 둔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주는 주정용 쌀의 90%가 넘는 비중이 수입쌀이다. 농식품부의 정보이니 틀리지 않다. 주류용 쌀에서 수입쌀의 비중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쌀 비중이 2021년에 75%, 2022년에는 93%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제 쌀이 주곡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빵과 고기를 주로 먹는 것으로 식생활이 바뀌었다.
국내산 쌀의 수요가 줄어 국가 식량자산의 근간 자체가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의 타개책을 주류산업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민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에는 쌀초과량의 창고비용도 늘고 있고 코로나 당시 국제적 곡물거래가 마비되는 상황을 경험한 이들은 국산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노력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토로한다.
맥주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입 원료가 90%가 넘는 상황이다. 심지어 수제맥주마저도 외형팽창이 1,500억원을 넘는 성장을 낳는 상황인 데 주요 원료인 맥아, 홉, 효모 등을 대체로 수입 원료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제맥주의 성장으로 주류다양성이 늘어났다고 마냥 즐거워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만 국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해외 원료를 쓰고 있는 맥주가 넘쳐나는 시장을 보며 과연 주류정책 당국은 효용과 성장만을 정책의 목표로 잡아야 할 것일지 고민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지방 중소업체들에게 주세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일이다.
전통주에 대한 정책적 지지가 국가위기 대응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 일인지 심사숙고를 요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술은 국산원료를 사용해서 만들어 마셔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야 할 수도 있다. 주류정책의 과제로 원료문제를 제기한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상황이 되었지만 과거와 많이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필요한 일이 되었다.
이웃 일본을 보더라도 일본 국세청과 대장성이 앞장서서 국주 세계화에 나서는 이유가 단지 일본의 문화를 전 세계로 알리자는 이유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 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