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와인(Ice wine), 아이스바인(Eiswein)

김준철의 와인교실(17)

아이스와인(Ice wine), 아이스바인(Eiswein)

 

 

김준철 원장 (김준철와인스쿨)

 

 

김준철와인스쿨(원장)

아이스와인은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편이다. 원조는 독일이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했던 사람들이 그 곳에서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맛을 보고, 달콤하고 오묘한 향에 반하여 국내에서 많이 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포도를 얼려서 수확한다는 특별함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여 스위트와인 중에 아이스와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디저트와인(Dessert wine)

 

대체로 이렇게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을 ‘디저트와인’이라고 하는데, 식사코스가 끝난 다음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붙은 것이다. 우리나라 주당들은 달콤한 술을 싫어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이 달콤한 와인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면서 대단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스위트와인은 옛날부터 인기가 있어서, 로마시대부터 포도를 건조하여 당분을 농축시킨 다음에 만들기 시작하여, 현재는 지역별로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되었다. 양조란 당분이 변하여 알코올이 되므로 스위트와인을 만들려면 발효를 중지시키면 된다. 그러면 알코올 농도는 낮고 단맛이 남게 된다. 그보다 더 단 스위트와인은 포도를 과숙시키거나 건조하여 처음부터 아주 당도 높은 포도를 얻은 다음, 여기서 얻은 포도즙을 발효시키면 너무 당도가 높아서 이스트의 활동에 제약을 받아 발효가 완벽하게 되지 못하므로 단맛이 남게 된다.

 

약점을 강점으로

 

이 디저트 와인 중에서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포도를 한겨울까지 포도나무에 매달아 놓은 채 얼려서 수확하여 만들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와인 생산국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는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하여 만든, 그야말로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같이 추운 나라에서는 항상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정상적인 수확시기를 지나서 늦게 따면, 포도의 당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계속 미루다가 겨울까지 온 것이다. 보통 포도는 9월이나 10월에 수확하는데, 아이스와인을 만들려면 12월이나 1월에 서리와 눈을 맞히고, 바짝 얼어붙은 포도를 수확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새벽에 온 동네에 비상을 걸어 새벽잠을 깨고 눈을 비비면서 꽁꽁 언 포도를 수확을 하여, 녹기 전에 얼어 있는 상태에서 압착한다. 그래야 얼음이 녹아서 생기는 물에 의한 과즙의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

 

아이스와인의 특성

 

이렇게 수확한 포도는 나무에 오래 매달아 놓은 덕분에 묘한 향이 추가되어 더욱 깊은 향과 맛을 가진 와인이 되고, 추운 지방이라서 포도의 신맛이 살아있어서 신선한 맛을 갖게 된다. 이는 추운 겨울에 포도를 건조시키는 ‘냉동건조(Freeze drying)’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부패가 방지되고, 포도 고유의 향이 고스란히 보존되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 명태를 말리는 우리나라 황태덕장도 바로 이런 냉동건조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낮은 온도에서 건조시키면 거조는 느리지만 향이 고스란히 보관되기 때문이다. 그라고 포도를 영하 7-8도 정도에 두면, 수분은 얼고 당도가 높은 주스는 얼지 않으므로 얼음만 제거해도 당도가 올라간다. 또 이 포도를 착즙하게 되면 얼음은 착즙기에 남고 얼지 않은 주스만 흘러내리게 되므로 당도 높은 주스를 얻을 수 있다. 요즈음은 이 방법으로 포도주스의 당도를 올려서 와인을 만드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

 

이 아이스와인 생산은 위험이 따르는 사업이다. 포도를 늦게 수확한다는 것은 수확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달콤한 포도란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물을 쳐서 새들의 침범을 방지해야 하고, 포도가 말라비틀어질 수도 있으며, 많은 포도가 땅으로 떨어지거나 썩을 수도 있다. 또, 포도가 얼 만큼 날씨가 알맞게 추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수확량은 엄청나게 적어지고, 이렇게 얼어있는 포도에서 짜낸 즙의 양도 적기 때문에 보통 와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가짜 아이스와인

 

아이스와인의 인기가 올라가자, 최근에는 춥지도 않은 나라에서도 아이스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은 포도를 인공적으로 얼려서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아이스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에서는 인공적으로 얼려서 만든 와인에는 ‘아이스와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런 와인을 ‘아이스박스 와인’이라고 한다. 독일은 영하 7도 이하, 캐나다는 영하 8도 이하에서 수확하도록 규정을 정했다. 이 규정을 가장 환영하는 곳이 캐나다다. 여기는 추위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추워져 냉동실 온도인 영하 20도가 되면 포도가 얼음 덩어리로 변하여 즙을 짤 수 없으니까 적절한 온도가 되었을 때 재빨리 수확해야 한다.

 

아이스와인의 원조는 독일

 

요즈음은 지구온난화현상 때문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는 날씨가 쉽게 찾아오지 않아 10년에 3-4번 정도로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독일은 아이스와인(아이스바인)의 고향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서리가 내려 아이스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1794년부터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향이 좋은 리슬링이란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향기 가득한 와인이 되며, 산도가 높아서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다른 것보다 더 오래 숙성시킬 수 있다. 이웃 나라 오스트리아도 아이스와인으로 유명하지만, 1985년 와인에 점도를 더해주고자 글리세린 성분을 첨가하여 큰 사건이 된 ‘와인 스캔들’ 때문에 아직도 명예회복이 안 된 상태다.

 

이에 비해 새로운 아이스와인 생산지로 주목을 받는 곳이 캐나다로서 해마다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아이스와인 생산량도 가장 많고 아이스와인 생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상업적인 아이스와인 생산은 현재 캐나다 최대의 아이스와인 생산자인 이니스킬린(Inniskillin)이 1983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1991년 세계와인전시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캐나다 아이스와인이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언제 마시나?

 

아이스와인은 다른 스위트와인과는 달리 산도가 높아서 금방 질리지 않고, 복숭아, 살구, 꿀 그리고 열대과일 향까지 다양한 풍미를 자랑하며, 알코올 농도가 낮기 때문에 초보자나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알코올이 6도 정도, 캐나다의 것은 8-13도 정도니까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달콤하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아이스와인은 여러 가지 와인과 음식을 맛본 다음에, 한 잔 따라서 그 농익은 향을 음미해보면 또 다른 와인 맛을 발견할 수 있다. 우아한 디너의 마무리에 빠질 수 없는 와인이다.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마스터 코스:24년 01월 15일(월) 오후 7시 개강,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오후 10시, 주 1회, 12주, 수강료 200만 원

►와인인문학 코스:24년 01월 25일(목) 오후 7시 개강,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오후 10시, 주 1회, 15주, 수강료 18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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