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에 더 아름다운 술

핫 토디(Hot Toddy)

『빈 술병』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더 아름다운 술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마지막 잎새가 찬바람에 가늘게 펄럭이는 12월이다. 한해를 뜻있게 보내면서 다시 희망찬 새해 아침을 맞이하려는 송구영신을 기약하는 송년회가 잦고, 여기저기 술자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술을 많이 먹게 되는 연말, 술과 건강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소량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견해이다. 술에 관해 가장 의견이 많은 부분이다. 소량의 음주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 다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음주를 안 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최근에는 “소량의 음주라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지고 있다. 암 발생 원인에서도 소량의 음주도 해롭다는 것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송년의 아침 금강 일출

둘째, “소주는 발효로 만들지 않은 화학제품으로 나쁘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술인 소주는 대부분이 희석식 소주다. 순수한 알코올인 주정에 물을 섞고 감미료 등으로 맛을 낸다. 전통 소주는 발효 후 증류를 하는데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을 사다가 섞어서 만드니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큰 오해다. 심지어 주정은 석유로 만든다는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있다. 이는 식용 에틸알코올과 공업용 메틸알코올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온 말이고, 주정을 석유에서 만든다는 말은 과거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의 구소련에서 있었던 일이다.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주정은 일단 발효로 만든다. 과거엔 전분질이 많은 감자와 고구마를 썼고 요즘엔 수입한 타피오카를 발효해서 만든다. 결론적으로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를 발효시켜 술을 만든 후, 발효된 술을 증류하여 소주로 만드니, 소주는 나쁜 화학제품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겨울 술 모주

셋째, “술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는 견해이다. 술 속의 알코올인 에탄올은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될 때 1차적인 대사와 2차적인 대사과정을 거친다. 1차 대사는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운반된 에탄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을 거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1차 대사과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MEOS라는 2차 알코올 대사가 시작된다. 이 MEOS가 활성화되면 알코올 대사율도 증가되기 때문에 주량은 늘어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마시다 보면 잘 마시게 된다는 말과는 다른 문제다. MEOS과정의 영향은 전체 알코올 대사의 10%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이 매우 적다. 결론적으로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을 조금 더 흡수할 수는 있지만 영향이 그렇게 크진 않다. 주량과는 관계가 없다.

에그노그(Eggnog)

넷째, “추울 때 술을 마시면 체온이 올라간다”는 견해이다. 보통 추운 나라들에선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의 독한 술을 마시는 비율이 높은데, “술이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먹으면 몸이 화끈거리고 체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술을 마시면 체온은 내려간다.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덜 춥게 느낀다는 것이다.

핫 토디(Hot Toddy)

다섯째, “와인이나 막걸리는 건강에 좋은 술이다”라는 견해이다. 술 주류산업은 시장이 크기에 각국은 자국의 주류산업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다양한 술 산업 증진을 위해 술 속에 함유된 극미량의 좋은 성분을 발굴하고 그것을 통해 술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와인의 레스베라트롤, 막걸리의 파네 졸, 맥주의 글라이신 베타인과 슈도유리딘, 청주의 유용아미노산 등이다.

이런 사고의 효시는 소위 ‘프렌치 파라독스’ 덕분에 대중화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적다”는 데서 유래한 ‘프렌치 파라독스’는 미국의 유명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와인 소비가 극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심혈관 질환 발병자가 줄지 않았는데, 술 속에 조금씩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전부 좋은 물질만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술 자체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것이다.

히레사케

최근 우리 사회도 과거처럼 “한 해를 잊기 위해 부어라 마셔라”하는 술 문화보다는 공연을 같이 보거나 분위기 있는 술을 곁들여 맛있는 식사를 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겨울 송년회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훈훈하게 나눌 겨울 술들도 많다. 따듯하게 데워먹는 낮은 순도의 한국 전통 술 ‘모주’, 유럽의 감기약으로 불리는 ‘뱅쇼’, 북미에서 크리스마스에 즐기는 ‘에그노그(Eggnog)’, 스코틀랜드에서 마시는 따듯한 술 ‘핫 토디(Hot Toddy)’, 복어꼬리를 넣고 70도 정도로 뜨겁게 마시는 일본 술 ‘히레사케’, 겨울에 몸을 녹이거나 감기 예방 차원으로 마시는 이탈리아 술 ‘핫 버터드 럼(Hot Buttered Rum)’등이다. 음주가 불가피하더라도 횟수를 줄이고, 자신의 주량을 절대 넘지 않는 선에서 기분 좋고 즐겁게 조금만 마셔야 건강하고 아름다운 송구영신의 술이 아닐까?

 

핫 버터드 럼(Hot Buttered Rum)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