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받은 후보자들 모아 놓고 술을 먹여 보자

김원하의 취중진담

 

공천 받은 후보자들 모아 놓고 술을 먹여 보자

 

 

군자가 되기에는 애진 작에 틀린 모양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正己篇)에 주중불어진군자(酒中不語眞君子)라고 했다. 즉, 술 취해서도 말 없어야 참다운 군자라고 했는데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술잔만 비우고 있는 것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총선에 출마가 확정된 각양각색의 인물들에 대한 품평을 해야 속이 풀릴 수 있겠는데 이를 참아야 군자가 될 수 있다니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는가.

평소에도 시끌버끌 한 곳이 대폿집. 그런데 요즘은 마치 전쟁이 난듯하다. 한동훈이 어떻고, 이재명이 저렇고, 모두가 마치 정치평론가들의 토론장 같다.

술자리에서는 정치 이야기 하는 것 아니라고 하지만 요즘 같은 선거철은 예외다. 자신이 지지 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옆자리 사람들이 헐뜯기라도 하는 날에는 싸움판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금해야 할 말이 정치, 종교, 돈자랑, 술자리에 없는 사람 험담, 남의 사생활 이야기라고 했던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다섯 가지 주제를 제외하고 술자리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정치 이야기 하지 말자던 사람이 먼저 꺼내는 이야기가 정치가들의 뒷담 화다.

어떤 이들은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신처럼 떠받든다. 그래서 흠결이 있어도 눈감아준다. 이를 들추어내는 상대방 정치인이나 언론은 사탄으로 규정한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 “국힘 누나 둔 민주당 후보, 윤리 감찰해 달라”는 제하의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오누이간은 모자라면 서로 채워주고 밀어주어야 하거늘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고 감찰까지 요구하고 있다니 참으로 세상이 정치 때문에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다.

요즘은 가족 간에도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자식과 부모 간에는 세대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 때문인지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부모 자식 간에도 핏대를 세우며 언성을 높인다는 집이 많은 모양이다.

하물며 총선이나 대선 같은 큰 선거가 치러질 때는 더 그런 모양이다. 어느 국회의원인가 하는 집안은 부모 자식 간 당이 달라서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자식 놈은 선거 운동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상대방 정당의 선거운동을 한다는 말도 돈다.

자식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지 모를 판이다. 하기야 자식 이기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어렸을 적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자녀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 어디선가 정치성향에 물든 친구나 스승을 만나서 물들어 버리면 좀처럼 빠지지 않는 모양이다. 정치 이념은 그렇게 강하다.

소시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국민들 등따습고 배부르게 해주면 최고로 친다. 그런데 국민들이 보는 현실 정치는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뱃지를 달겠다는 지나친 탐욕에서 벗어나서 진정 봉사자로 거듭나는 정치인이 되게 하기 위해선 국회의원이 누리는 지나친 특권을 확줄여야 한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은 200여 가지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의 특권·특혜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1인당 1년간 7억 700만원이 든다는 것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의 주장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을 250명 정도로 줄이자는 대목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어쨌거나 이번만은 학연 지연 떠나서 진정 국민의 공복을 뽑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참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모두를 한데 모아 술을 먹여 보면 어떨까. 왜냐 하면 道人이 술을 마시면 天下가 平和롭고, 俗人은 술을 추(醜)하게 마신다고 했다. 그러나 君子는 술을 아름답게 마신다고 했다. 평소에도 막말을 해 대는 정치가들이 술 취하면 어떤 말이 나올까 궁금해서다. 취중진담이 여기서 나오니까.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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