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 지금 품질을 높일 때이다

박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증류식 소주들 @이대형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193)

 

증류주, 지금 품질을 높일 때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는 여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통주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서 마시는 연령대가 젊어지고 전통주를 다루는 방송이나 기사 모두 호의적인 내용들이 많다. 관심 증가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층이 전통주를 과거에 올드한 주류가 아닌 새로운 주류로 받아들인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물론 큰 틀에서 전통주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전통주 @이대형

막걸리 붐이 한참이던 2010~12년 막걸리 품질이 일정하지 못해 맛이 변하거나 때로는 후발효로 인해 병이 터지는 경우들이 생기고는 했다. 양조장들이 자신들의 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편승하여 저가 품질의 술을 생산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막걸리 붐이 꺼지는 여러 요인 중에 막걸리의 일정하지 못한 품질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다시금 전통주 붐이 부는 지금 전통주 품질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술을 만드는 양조인들 모두 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품질을 안정화 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품질이 좋아진 만큼 맛도 향상되고 안정화되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최근 막걸리와 함께 전통주의 붐을 끌고 있는 주종이라면 증류식 소주를 들 수 있다. 희석식 소주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향이 있는 증류식 소주는 새로운 술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많은 양조장에서 다양한 원료와 발효 방법의 증류식 소주가 나오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증류식 소주를 시음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부 증류식 소주들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을 보면 발효까지는 잘했지만, 증류를 잘했는지 의문이 드는 제품들도 있다. 증류뿐만 아니라 숙성이 충분하지 않은 제품들을 만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양조장들 입장에서는 좋은 술을 만들려고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증류라는 과정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거나 자신들의 술을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큼의 기간 동안 숙성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지 못한 듯하다.

사실 증류주를 만들 때에는 많은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술이든 제조가 쉬운 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증류주의 경우 발효 공정 후에 증류라는 과정과 함께 숙성이라는 과정까지 일반적인 발효주와는 다른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술의 품질을 높인다. 그러기에 과정의 단계만 보면 발효주보다 그 복잡성은 더 커지고 그러기에 증류주가 발효주 보다 더 어려운 제조과정이라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증류와 숙성 모두 중요한 과정이다 @빅사베이(좌) 이대형(우) 사진은 특정업체와 관계가 없음

지금 증류주 제품의 시장 성장 과정을 보면서 과거 초기 막걸리 시장 성장 과정처럼 한때의 붐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막걸리 정체 시기 때 일부 좋지 않은 품질의 막걸리로 인해 전체 시장이 함께 감소를 한 것처럼 말이다. 이때의 막걸리처럼 현재의 증류식 소주도 제품의 품질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증류식 소주의 경쟁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외국의 증류주 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스키를 포함해서 브랜디, 보드카, 럼, 데킬라, 진 등 다양한 증류주들과 겨루어야 한다. 이러한 증류주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지금의 우리 증류주들이 경쟁력을 충분히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

세계의 여러 증류주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pixabay

증류식 소주들이 가진 제품의 문제들은 누구보다 술을 만드는 양조장에서 잘 알 것이다. 분명 우리의 증류식 소주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증류식 소주가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계의 다양한 증류주와 품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이 필요하다. 증류식 소주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더 많은 원료와 발효 방법 연구를 해야 할 것이며 양조장들도 자기만의 술 향과 맛 향상을 위해 자기만의 증류 기술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증류주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할 수 있다. 과거 막걸리와 같은 급성장 후 하락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많은 연구자와 양조장들의 증류주 품질에 대한 고민이 지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증류식 소주들 @이대형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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