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3根을 조심하라 했거늘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남자는 3根을 조심하라 했거늘

 

꼭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3根을 이야기할 때는 남자에게 하는 말이려니 한다. 과거에는 여자들의 바깥출입이 잦지 않아서 크게 조심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3근이라 함은 혀 끝(말) 손 끝(글) 생식기를 일컫는다.

혀를 잘못 놀려 설화(舌禍)를 당하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과거에는 심한 욕설을 하거나 남을 헐뜯어도 이를 담아둘 장치가 없어 증인을 내 세우지 않는 한 그냥 넘어 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설화가 될 만한 말을 담아 둘 각종 장치가 차고 넘친다. 유명인들이 공중파 방송이나 종합채널 같은데 출연해서 이상한 주의주장이나 남을 폄하하는 말을 했다간 꼼짝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심지어는 개인 간에 전화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이를 고스란히 녹음을 해서 곤혹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정치가들이 지난 시절 쏟아 냈던 막말은 용케도 선거철이 되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를 모르고 후보자를 공천했던 정당들은 초비상 상태다. 일부 막말 당사자는 공천을 받았다가 취소를 당하는 망신살이 뻗치기도 한다.

금년도 총선에서도 예외 없이 지난 시절 내 뱉었던 막말 때문에 금배지를 따 놓은 당상(堂上)이나 진배없는 공천장을 반납해야 하는 일들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북한 목함지뢰 피해 장병을 조롱하는 것처럼 말했던 정봉주 씨가 아닐까.

2015년 북한은 DMZ(비무장지대) 남쪽 우리 측 출입문 바로 앞에 목함 지뢰들을 몰래 설치했다.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이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젊은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다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는데도 정 전 의원은 2017년 “DMZ에 들어가서 발목 지뢰를 밟은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을 경품으로 주는 거야”라고 했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했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의 방송을 다시 들어 보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도 버젓이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가 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봉주 씨.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 씨가 간과한 것은 사과의 정석을 몰랐던 모양이다. 사과의 정석은 일반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실제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등이다.

정치인들이 사과랍시고 하는 사과에는 이런 요소들이 빠진 채 겉만 번지르하게 말하고 사과 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래서 감동을 받지 못한다.

모르긴 해도 정 씨는 보수 언론 때문이라고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국민의 힘 때문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 속내가 궁금하다.

막말파동으로 공천이 반납된 경우는 민주당에만 있지 않고 여당에도 있다. 국민의 힘에선 장예찬(부산 수영) 전 청년최고위원이 10년 전 SNS에 올린 ‘난교(亂交)’ 관련 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2012년엔 “서울시민의 교양수준이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는다”며 “교양 수준으로만 따지면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글을 적은 것이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공천을 취소당한 자들도 자들이지만 그런 자들을 공천했다가 취소한 정당들의 행태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결과다.

정당들은 막말 당사자를 공천하면서 ‘사과’를 이유로 밀어붙이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아이고 뜨거워라’하며 최소했다. 막말 당사자들의 뻔뻔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거짓말을 했거나 추가 막말이 드러난다. 공천 취소는 아니지만 정치인의 막말은 현재 진행형이다. 막말을 하고 사과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막말을 한다.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는 투표라는 몽둥이다.

설화 못지않게 필화(筆禍)에 휘말려 들지 말아야 한다. ‘아’와 ‘어’는 같은 한(一) 자지만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지필묵(紙筆墨) 챙겨서 글을 썼지만 요즘은 간단하게 손가락만 까닥하면 글이 되고 상대방에게 보내진다.

한 때 미투(Me Too)사건으로 유명인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자나 깨나 말조심 하라’는 말이 요즘처럼 귀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다.

성경 잠언 18장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으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 했다.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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