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청포도’ 와인

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

『빈 술병』

 

264 ‘청포도’ 와인

육정균(시인/부동산학박사)

 

 

육정균

해마다 7월이 다가오면, 누구에겐들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이다. 일제 치하에서 17번의 옥고를 치르며 단 한 번의 꺾임도 없이 살다 결국 해방을 눈앞에 둔 1944년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한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는 “내 고장은 조선이고 청포도는 우리 민족인데, 청포도가 익어가는 것처럼 우리 민족도 익어간다. 그리고 곧 일본도 끝장난다.”며 눈을 감았는데, 그의 예언대로 일본은 패망했고 우리는 독립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집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육사(李陸史) ‘청포도’

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

예부터 우리나라에도 ‘청포도’가 있었고, 간혹 포도로 술을 담근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와인이 국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건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려사다. 고려사를 보면 “충렬왕 11년(1285년) 8월 28일(음력) 원(元)나라 황제가 고려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하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를 와인의 첫 공식 기록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육사 시인의 대표작 ‘청포도’의 시구에서 시작된 와인(‘264청포도와인’)이 있다. 시인의 조카뻘 되는 이동수 대표(58)가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빚게 된 배경에는 이육사 시인의 시가 있었다.『264청포도와인』은 청포도 ‘청수’로 만드는데, ‘청수’는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에 알맞게 개발된 청포도 품종으로 껍질과 알맹이가 쉽게 분리되고, 와인을 만들면 특유한 풍미의 과일 향과 산뜻한 산미가 있어 우리나라 음식과 잘 어울린다.

『264청포도와인』은 이육사문학관과 시의 도움을 여러모로 많이 받았고, 제품 역시 이육사 시인의 대표작인 ‘광야’, ‘꽃’, ‘절정’을 스토리텔링 화하여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어, 수익금 일부를 문학관에 후원하는 등 문학과 산업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경북 안동시 오계리 와인 ‘청수’

그 외 우리나라 최대 포도 집산지이자 국산 포도를 원료로 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 최대 주산지로는 경북 영천시를 꼽을 수 있다. 영천 와인의 첫 시작은 1977년 경산 ‘마주앙’ 공장이 설립되어 일부 농가와 계약 재배를 하면서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영천와인사업단」 홈페이지에는 오계리 청수와이너리 등 14개의 와이너리가 소개되어 있다. 경북 영천의 포도 재배 면적은 2천 2백여 헥타르에 연간 생산량만도 3만 7천여 톤으로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그러나 대부분 생식용으로 출하될 뿐 부가가치를 높일 가공산업에 눈을 돌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국내 최대 포도집산지인 이곳 영천 포도는 그 품질이 우수해 고급 와인 생산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조량이 높아 맛과 향이 좋고 밤낮의 일교차가 커 과분이 잘 생기며 유기질 함량도 높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충북 영동군의 보급형 와이너리

또한, 충북 영동군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포도 주산지이자 국산 포도와인의 메카이다. 1930년대 일본인 가쿠타니가 영동읍 회동리에서 캠벨얼리 품종을 재배한 이후 영동 곳곳으로 확산됐다. 2006년 4,655농가가 2,466㏊에서 4만 1,477t까지 생산했다. 하지만 2015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여파로 재배 농가가 급속히 줄어 2018년엔 2,169농가 950.89㏊까지 떨어졌다. 이에 한때 기업형 와이너리 1곳과 농가형 와이너리 40여 곳이 성업했지만 지금은 기업형 1곳, 농가형 33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2023년 보급형 와인공장까지 준공되어 영동에서 담근 와인을 쉽게 마실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와인공장엔 농가형 와이너리 12곳의 와인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자신의 농가에서 생산하는 고가형 와인과 별도로 보급형 와인을 개발해 생산·판매할 방침이다. 이곳에선 연간 최대 26만병(750㎖기준)까지 생산할 수 있는데, 모두 영동에서 나는 포도 등을 재료로 이용할 참이다. 농촌과 지방소멸이 특히 우려되는 지금, 수준 높은 한국산 264 ‘청포도’ 와인으로 세계를 주름잡는 것은 어떨지.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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