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8)
칠일주(七日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칠일주(七日酒)’는 속성주류의 한 가지로 이양주법(二釀酒法)이 주류를 이루는 데도 “7일이면 술이 익어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그만큼 단시간 내에 발효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데도 7일 안에 술이 익기 위해서는, 발효온도를 높이거나 밑술이 괴어오를 때 덧술을 해 넣든지 하는 방법과, 고두밥 외에 죽 또는 설기떡과 같이 쌀을 가루형태로 하여 익히고, 주원료가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밑술과 버무려 발효시키는 방법이 있다.
‘칠일주’는 최근 발굴된 <규중세화>를 비롯하여 <農政會要>, <民天集說>, <山家要錄>, <山林經濟撮要>, <술방>, <釀酒集>, <要錄>, <음식디미방>, <林園十六志(高麗大本)>,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酒方>, <酒食方(高大閨壼要覽>, <增補山林經濟>, <浸酒法> 등 15종의 문헌에 그 방법이 30차례나 수록되어 있어, 상당히 대중적으로 즐겼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칠일주’는 각각의 문헌마다 술 빚는 법이나 재료 배합 비율에서 차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들 모든 문헌의 ‘칠일주’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칠일주’라는 술 이름과는 달리, 밑술을 빚기 시작해서 술이 익기까지 10일이 소요되는, 이른 바 발효기간이 10일이 소요되는 ‘십일주’가 다수를 차지하고, 또 ‘칠일주’라고 하는 주품명이 암시하는 것은, 덧술의 발효기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술이 다름 아닌 속성주(速成酒)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칠일주’는 단시간에 발효시키는 술이라는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 어떤 주방문보다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술을 빨리 익히는 방법으로서 죽이나 떡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단양주의 경우, <農政會要>를 비롯하여 <山林經濟撮要>, <술방>, <增補山林經濟>에서 공히 무리떡을 쪄서 식혀서 사용하고 있으며, 멥쌀을 비롯하여 누룩과 물의 사용비율이 동일한 주방문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양주(二釀酒)의 경우에는 <규중세화>에서 멥쌀설기떡과 찹쌀고두밥, <農政會要>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民天集說>에서 멥쌀설기떡+멥쌀구멍떡과 찹쌀고두밥, 멥쌀고두밥과 멥쌀죽, <山家要錄>에서 찹쌀죽과 멥쌀진고두밥, 멥쌀설기떡과 찹쌀고두밥, <山林經濟撮要>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술방>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釀酒集>에서 멥쌀담(범벅)과 멥쌀진고두밥, <要錄>에서 멥쌀범벅과 멥쌀고두밥, <음식디미방>에서 멥쌀죽과 찹쌀고두밥,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林園十六志>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멥쌀죽과 찹쌀고두밥 2회,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멥쌀죽과 찹쌀고두밥 2회, <酒方>에서 멥쌀죽과 찹쌀고두밥, <酒食方(高麗大閨壼要覽)>에서 멥쌀죽과 멥쌀고두밥,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增補山林經濟>에서 찹쌀죽과 찹쌀고두밥, <浸酒法>에서 찹쌀범벅과 찹쌀고두밥이 함께 사용되고 있어, 밑술의 경우 죽과 범벅, 구멍떡, 고두밥 순으로 선호되고, 덧술은 고두밥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民天集說>에서 밑술에 설기떡과 구멍떡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와, 멥쌀고두밥으로 빚은 밑술에 멥쌀죽이 덧술로 사용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칠일주’가 속성주라는 특징으로 볼 때 덧술에 죽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아니겠으나, 대부분의 ‘칠일주’에서 고두밥을 덧술로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청주를 얻기 위한 방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칠일주’는 밑술의 쌀 양 보다 덧술의 쌀 양이 적게 사용된 경우를 <규중세화>를 비롯하여 <民天集說>, <山家要錄>, <要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주방문은 속성주가 아닌 주품에서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목적하는 바가 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거나 거친 술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주방문이라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칠일주’는 15종의 문헌 가운데 8종의 문헌에서 15차례나 술밑을 발효시키는 장소 또는 방법으로서 더운 곳이나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거나 이불을 덮어 발효시키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칠일주’라는 주품명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즉, 밑술과 덧술의 발효를 7일 안에 마쳐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로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7일 안에 발효를 마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실질적인 양주에서는 7일 안에 발효를 마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헌에서 덧술의 발효기간을 7일로 하고 있고, “7일이 지나 익기를 기다렸다가 마신다.”고 한 것을 볼 수 있다.
실례로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칠일주’ 주방문을 보면, “찹쌀죽을 쑤어 더울 때에 누룩가루와 합하고, 더운 방에 두어 하룻밤 익힌 다음, 다음 날 찹쌀고두밥을 섞어 넣은 뒤, 더운 방에서 4~5일간 발효시킨다. 이어 술독을 서늘한 곳에 하루동안 둔다. 모두 7일이면 익는다.”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덧술 간격, 즉 밑술의 발효기간이 하루에 그친다는 사실과 밑술이 끓어오르는 힘을 이용하여 덧술의 발효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덧술을 빚은 지 4~5일 후에 술독을 서늘한 곳에 옮겨 두고, 다시 2~3일이 지나면 술이 익는다.”거나, “밑술이 끓어오르면 냉수 2사발을 붓고, 주걱으로 휘저어 두면 다음 날 걸러서 마실 수 있다.”는 부연설명을 볼 수 있다.
‘칠일주’는 대부분의 주방문을 보아 알 수 있듯 맑은 술, 곧 청주를 빚기 위한 방법인데,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빚은 술은 막걸리처럼 뿌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반 청주처럼 맑지도 않다는 점에서 ‘칠일주’ 역시 속성주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칠일주’ 주방문을 통해서 ‘좋은 술’이란, 좋은 재료 못지않게 적당한 온도에서 서서히 발효시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공부가 되었다.
◈ 七日酒 <山家要錄>
◇ 밑술 빚는 법:① 찹쌀 3말을 씻어(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 ② 물 3말을 끓여 뜨거울 때 쌀가루에 붓고, 고루 섞고 끓여서 죽을 쑨 뒤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죽에 누룩가루 4되 5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발효시킨다.
◇ 덧술 빚는 법:① 멥쌀 10말을 씻어(백세하여) 물에 담갔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 물 10말을 끓여 가장 뜨거울 때 고두밥에 붓고, (고두밥이 물을 다 빨아 들였으면 자리에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누룩 1말 5되를 맷돌에 갈아 고두밥에 밑술과 함께 섞고,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켜 채주한다.
<원문> 米十三斗粘米三斗洗浸細末湯水三斗歇氣和作粥待冷匊四升五合和入瓮待熟白米十斗洗浸熟蒸湯水十斗和合待冷匊一斗五合碾出前酒和入七日用之.
◈ 七日酒 <民天集說>
◇ 밑술 빚는 법:① 이른 아침에 멥쌀 2되를 (백세하여 물에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작말한다. ② 쌀 1되 분량의 쌀가루는 시루에 안치고 쪄서 떡을 찌고, 1되 분량의 쌀가루는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떡을 빚는다. ③ 무리떡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덩어리 없이 풀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익반죽한 떡은 끓는 물 (3되)에 삶아 익어 떠오르면 건져내고, 흰무리떡과 삶은 떡을 한데 섞어 주걱으로 으깨어 (인절미 같은) 떡을 만든다. ⑤5. 떡과 떡 삶은 물을 한데 섞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 식은 떡에 흰누룩가루 3홉을 넣고, 힘껏 치대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 술밑을 밑이 넓은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밀봉한다. ⑦ 술독을 따뜻한 방에 앉히고 이불을 덮어 3일동안 발효시킨다.
◇ 덧술 빚는 법:① 찹쌀 1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다 쪄 졌으면 퍼 낸다(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과 누룩가루 2홉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이불로 여러 겹 덮어 따뜻한 (온돌)방에 앉혀두고 3일 발효시킨다. ⑤ 덧술 빚은 지 3일 후에 술독에 냉수 1동이를 후수하고 숙성되기를 기다려 수일 내 사용한다.
◇ 방문 말미에 “여름에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원문> 白米一升作末蒸之後復以白米一升作末造甁以烹熟水調和作餠入白曲末三合前以餠拌均入缸三日成酒力以粘白米一斗作飯以其酒和納又加白曲末二合入缸三日後成酒入冷水一盆數日內使用之過夏不變.
◈ 칠일주 <술방> 칠일쥬 미 두말 셰여 말여 녹이 곡말 셔되 다솝 린 물 서말 아홉되 타 항의 너허 칠일 만의 쓰 법이라. <칠일쥬 한법>은 찹 되 셰작말여 듁 쑤어 김 여 더운 김의 곰말 다솝 타 밋 너른 항의 너코 무엇 덥허 더운 방의 두고, 즉시 찹 말 셰여 지어 밥 셔 맛시 달게 랴면 물 셔되 려고 실우의셔 지 말고 어졔 슐밋여 너튼 기다라, 그 밋 버무려 다시 항에 너허 더운 병의 덥허 오일 후 옴겨 찬 두어 모도 칠일 만의 먹으면 오 두어도 죠흐니라.
◈ 七日酒 <釀酒集> 試之則味好雖七日方試釀見之則二七日慰也二月釀見(시험삼아 빚어본즉 맛이 좋았으나 7일에는 익지 않는다. 14일은 되어야 한다. 2월에 빚었다). 白米 三升 百洗 作末야 인 믈 말 여 장 식거 曲子 二升 五合 섯거 녀허다가 三日 後 白米 二斗 七升 百洗야 닉게 밥 인믈 三斗五升예 골화 장 거 曲子 五合 眞末 五合과 밋술 섯거다가 七日 後 라.
◈七日酒 <要錄> 白米十斗百洗細末水三盆作醅待冷麴末一斗合和納缸五日後白米五斗如前洗蒸如溫飯出前酒和入缸經日後用之(백미 10말을 백세하여 곱게 가루로 만들어 물 3동이로 술죽을 쑤어 식기를 기다렸다가 누룩가루 1말을 골고루 섞어서 항아리에 담아 놓는다. 5일 후에 백미 5말을 앞서와 같이 씻고 쪄서 진밥을 지어 가지고 따뜻할 때 밑술과 섞어서 독에 안치고 밀봉하여 두었다가 며칠 지나서 사용한다).
◈ 칠일주 <음식디미방> 미 서되 작말여 믈 반동만 글혀 반동예란 프러 쥭 숴 장 서케 시겨 누록 되 칠홉 섯거둣다가 사흘만애 두말 몬져 미 섯거둣다가 닐웬만애 라.
◈ 七日酒法 <增補山林經濟>-단맛 나게 빚는 법- 粘米一升淨洗作細末作稠粥出熱氣待頗暖用末麯五合相和納廣底之缸以衾擁埋溫堗內卽時用粘米一斗百洗蒸之而要味甘水一鐥酒於甑米而蒸之要烈則三鐥水洒而蒸之勿出甑待昨日釀本之時取調其本得納缸內溫室內多覆衣衾待四五日移置冷處則凡七日用之雖久藏味甘美(찹쌀 1되를 깨끗이 씻은 다음 곱게 빻아 된 죽을 쑨다. 뜨거운 김이 가시고 제법 따뜻할 때에 누룩가루 5홉을 섞어 밑이 넓은 항아리에 담고, 이불을 덮어 따뜻한 온돌에 놓아 둔다. 곧 찹쌀 1말을 백세하여 찌는데 술맛이 달게 하려면 물 1복자(간장이나 기름을 아구리가 좁은 병에 담을 때 쓰는 귀가 달린 작은 그릇)를 시루 안의 쌀에 뿌리고, 독하게 하려면 세 복자를 뿌리고 찐다. 시루에서 퍼내지 말고 하루 지나 밑술을 담갔던 어제의 그 시각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밑술과 버무려 다시 항아리에 담는다. 옷가지나 이불을 여러 겹 덮고 따뜻한 방 안에 놓아 두었다가 4~5일 만에 차가운 곳에 옮겨 둔다. 도합 7일 만에 쓰게 되는 셈이다. 오래 보관해도 맛이 달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