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우리 술의 불편함을 이야기 해 보자
이번 칼럼을 쓰기위해 고민을 하면서 주제는 쉽게 정해졌지만 오히려 제목을 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전 코미디 프로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어찌 보면 아래의 내용들이 하나같이 ‘우리 술의 불편한 진실’일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술과 관련되어 오랜 기간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 중에 몇 가지를 풀어 보려 한다.
먼저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입국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입국(Aspergillus luchuensis)은 우리 술을 아는 분이라면 이야기 들어보았던 우리 누룩을 사라지게 한 나쁜 균으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이러한 내용을 오래전부터 보고 듣다보니 지금은 거의 모든 언론에서도 다음과 같이 비슷하게 보도되고는 한다. “우리나라의 가양주 문화는 일제강점기에 세금을 걷기위한 방편으로 주세법(1909년)이 반포되면서 가양주 생산을 못하게 되었고 특히 막걸리를 만들 때 우리의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일본에서 들어온 입국균(Aspergillus luchuensis, 예전에는 Aspergillus kawachii로 불림)을 사용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우리의 가양주는 맥이 끊겼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같은 기사를 한 번씩은 봤을 것이다. 하지만 입국균이 들어와서 우리의 누룩을 사용 못하게 하였다는 것은 잘못 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세법은 1949년 탁주 원료를 곡류와 누룩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며 입국은 소주와 청주에만 사용하게 끔 하였다. 또한 1962년까지 탁주에 누룩 10%이상을 사용하게 하였으며(입국 사용은 허용) 1963년에 와서야 누룩 사용량 규제를 폐지했다. 이러한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에 입국이 들어 왔다고 해서 우리의 누룩을 사용 못하게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의 입맛이 누룩을 찾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입국으로 넘어 갔다고 봐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본 내용이 입국의 사용을 옹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사실을 바로 보자는 것에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다음으로 약간은 목적이 틀리지만 우리 술의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 카바이트 막걸리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분이 SNS에 쓰신 글을 기자가 인터넷 신문에 올린 것이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과거 카바이트 막걸리라고 해서 막걸리를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카바이트를 막걸리에 넣었다고 알려진 내용은 잘못되었고 실체가 없는 괴소문이 지금까지 진실처럼 받아져서 막걸리 이미지를 망가트렸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카바이트를 막걸리에 넣으면 마실 수가 없는 막걸리가 되기 때문에 카바이트 막걸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통주를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과거 70년대의 막걸리가 잘 나가던 시절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그때의 내용을 기존 책에서 습득해야 했던 사람으로 대부분의 책에서 막걸리의 쇠락이 카바이트 막걸리의 영향이라고 쓴 기사에 세뇌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상의 몇 가지 예처럼 우리 술에 있어서 오랫동안 잘못 알려져 있어서 마치 진실처럼 되어 버린 내용들이 매우 많다. 어떤 것은 잘못된 역사로 어떤 것은 잘못 된 과학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면서 지금은 그것이 마치 진실처럼 되어 버렸다.
이밖에도 우리 술은 여러 부분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현재 진행되는 전통주의 복원은 진짜 전통주의 복원인지? 약간은 다르지만 전통주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만든 과거의 술이 전통주라면 언제부터가 과거인지? 전통주라는 명칭은 괜찮은 것인지? 일본의 사케는 프랑스의 와인은 독일의 맥주는 그들에게 있어 전통주가 아닌지? 효모를 사용하면 전통주가 아닌지?」 등 아마도 우리 술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한번은 들어 보았을 그리고 고민해 왔을 이야기 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몇 가지의 예를 들어 소개를 했을 뿐이고 막걸리나 우리 전통주에 대해 잘못된 어찌 보면 왜곡된 정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이러한 이야기 들은 계속적으로 나왔으며 가끔은 공론화가 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유야무야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결론이 나기 힘든 이야기 여서 일수도 있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서일 수도 있다.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다면 계속적인 발전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시간이 될 때마다 위의 내용들 중에 하나씩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고 더욱더 많은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진짜 우리 술이 발전해야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이야기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