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다는 虛勢를 부린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쪼다는 虛勢를 부린다

 

 

“너 두고 봐. 진짜, 가만 안 놔둘 꺼야.”

초등학교 시절 힘센 친구로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어른들은 이런 겁주는 친구 말에 울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두고 보자는 사람 안 무섭다”면서 아이를 달랬다.

장성해서도 비리와 타협하지 않는 범생(範生)들은 비리를 일삼는 동료들로부터 협박조의 말들을 들으며 살아간다. 힘이 넘치는 사람들은 약자들을 짓밟으며 군림하려 드는 것이 그들의 생활방식이다.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도 매한가지다.

이런 경우 사용하는 말이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사자성어다. 호가호위는 중국의 고사성어로,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린다’는 뜻으로 힘없는 자가 강자의 힘을 빌려 다른 이들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바로 이런 것이 허세다.

요즘 어느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무슨 힘을 믿고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힘자랑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강하다. 정치권 같은 권력세계에서는 힘이 없어도 있는 척 하는 곳인데 금배지를 달았으니 힘이 없어도 있는 척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지나치다는 느낌이 강하다. 청문회의 장에서 후보자들에게 소리 지르고, 욱박지르는 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런 수준의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사란들을 보고 싶다. 설마 저럴 줄은 모르고 찍었겠지만….

허세를 부리는 집단의 대표 격은 북한 사람들이 아닐까.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당시 통일원 송영대 차관과 대화하던 북한의 박영수 대표단장이 회담 중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은,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당시 박영수는 술도 안마시고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김여정이 세치 혀를 놀려대며 허세를 부리지만 우리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나 보다. 우리는 이런 유의 사람들을 쪼다라고 부른다.

상대를 제압해야 살아남는 법을 아는 조폭들도 잔뜩 허세를 부리다가 상대가 세면 꼬리를 내릴 줄 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진상 보호자는 환자를 무작정 큰 병원으로 옮겨 달랬다. 환자가 위험하다고 이를 거부한 진료 진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보건복지부 윗분에 전화 한통이면 너희들은 다 모가지야”라며 허세를 부린다. 이에 대해 수간호사가 진상 보호자에게 전화기를 들이대며 사자후로 전화를 걸어 보라고 소리치자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기세등등했던 진상은 꼬리를 내린다.

허세를 부리는 부류가운데는 주당들도 빼 놓을 수 없다.

술자리에서 몇 순배 술잔이 오가다 보면 기분이 엎된다. 특히 후배들이 참석한 술자리라면 허세를 부리는 꾼들이 많다.

“라떼는 말이야 선배를 하늘처럼 모셨지, 선배가 시키면 하라는 대로 했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거든…” “그러니까 너희들도 잘하란 말이야”

술자리에서 자신이 왕년에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은 사람은 실속이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소싯적엔 밤새도록 마시고도 아침에 일찍 출근했거든 그런데 술 몇 잔 마셨다고 지각을 해….” 이렇게 허세부리는 사람은 소싯적에도 술을 못 마신 것이 틀림없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서 진짜로 주먹을 잘 쓰는 고수는 항상 겸손하고, 힘자랑을 하지 않는다. 어정쩡한 애들이 싸움하러 다니고 설친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의 상투적인 언어 가운데 하나는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에 대한 정답은 “몰라요” 그래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쪼다소리를 듣는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의 이면에는 과도한 열등감과 자부심이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임에서 “다음엔 내가 거 하게 쏠게” 그래 놓고 함흥차사인 친구도 있다. 쪼다다.

테이블 위에 자기 차 키 딱 올려두는 사람들… 그것도 비싼 차 로고가 보일 수 있게 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허세일수도 있다. 진짜로 부자는 자동차 키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전문 기사가 따로 있으니까.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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