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노미 시대: 지역특산주가 이끄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199)

 

 

로코노미 시대: 지역특산주가 이끄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현재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 1.51명에 비해 매우 낮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1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지역의 인구 감소가 심하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지방 소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었다. 이는 교육,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생겨난 표현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이주해 일자리를 찾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어려움 앞에 이러한 말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워진 시대가 온 것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역 @행정안전부

 

정부는 서울에서 먼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지역활력타운’을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칭)’를 추진하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로컬(Local·지역)’과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의 합성어로,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최근 ‘로컬’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에서도 ‘로컬’과 ‘경험’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 6월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는 최근 1년간 23만 건의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여름 국내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경험’, ‘숨겨진 장소’, ‘로컬 여행’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로컬 여행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고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 숨겨진 장소와 맛집, 포토 존을 발견하는 로컬 여행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 먹거리는 로컬 여행에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된다. 빵지순례(빵+성지순례)나 냉면 맛집 투어처럼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전국의 명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로컬에 대한 관심은 ‘로코노미’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가 합쳐진 신조어로, 지역의 특색과 희소성을 담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한 프랜차이즈에서 출시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와 머핀이 6일 만에 50만 개가 팔리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들은 매달 지역 전통주를 소개하는 ‘힙걸리 프로젝트’ 또는 ‘월간 막걸리’를 운영하면서 지역에서 유명하지만, 그동안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막걸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로코노미 트렌드는 새로운 상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간 막걸리(좌), 힙걸리 프로젝트(우)의 막걸리들 @CU, GS25

 

지금 로컬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로컬 소비의 선두 주자는 전통주였다. ‘지역특산주’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야 하는 면허 제도로 인해 지역성을 필수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주의 고구마, 고흥의 유자, 곡성의 토란, 영도의 포도 등을 활용한 전통주들이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다. 이러한 특산 주들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지역의 독특한 맛과 이야기를 제공한다.

다양한 로코노미의 유형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소비 측면에서도 전통주는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은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기에 조직적인 영업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에서 제일 먼저 소비자들 만나게 된다. 지역에서 인기를 얻으면 이후 그 인기를 바탕으로 서울 등 대도시의 식당에 납품되기도 한다. 또한, ‘고향사랑기부제’처럼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납부하면 제공되는 답례품으로도 전통주가 많이 활용도고 인기도 많다. 이는 전통주가 지역을 알리는 데 있어 탁월한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전통주는 로코노미의 선두 주자로서,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고 지역을 알리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지역 특색을 강조한 상품들이 힙하고 멋지다고 인식되면서, 젊은 세대에게 지역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주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여, 이들이 지역에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특산주 단지가 조성된다면 미국의 나파밸리(와인)나 스코틀랜드의 스페이드사이드(위스키)처럼 전통주 자체가 관광 자원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산물 소비와 관광 등의 연계성을 본다면 지역특산주를 지역에서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나파밸리(좌)와 스코틀랜드의 스페이드사이드(우) 지도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