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貪大失

김원하의 취중진담

 

小貪大失

 

요즘 법(法)카의 수난시대다. 법카는 법인이 소유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따위의 결제카드다. 개인카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업자등록번호나 공공기관이 발급받는 카드다. 이 카드는 법인의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라고 법인의 임원, 공공기관의 임원 등에 지급되는데 법카를 무슨 개인 블랙카드마냥 펑펑 쓰다가는 큰 코 다친다.

법인이 임원에게 법카를 지급할 때는 쓸 수 있는 한도액을 정해주는 것이 상례다. 법카 사용을 제대로 인지 못하고 개인 카드처럼 법카로 가족이나 친구한테 밥 사주고 소고기 사먹다가는 어느 순간 공금횡령으로 몰릴 수 있다.

필자가 잘 아는 어느 운수단체의 전무가 있었다. 그가 재직할 때 그 단체의 회장이 바뀐 적이 있었다. 회장 선거에서 신임 회장을 밀었던 인사를 전무로 앉히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무를 내 보내야 했었는데 이렇다 할 명분이 없자 그동안 그 전무가 사용한 법카의 사용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자체 감사를 동원해서 3개월을 뒤졌지만 1원 한 장 허투루 쓴 것을 찾아 내지 못하자 외부 감사를 통해 또 3개월을 뒤졌다. 결국 전무를 내 보내는 명분을 찾지 못하게 되었고, 그 전무는 후에 그 단체의 이사장에 임명돼 10여 년간 재직하다 퇴직했다.

어느 날 그 때를 회상하며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법카는 법에 맞게 사용하면 됩니다.”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혐의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난 11월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 법인카드로 사적 식사대금을 지출하고, 경기도 예산을 음식값·세탁비·과실값에 사적으로 지출하는 한편 관용차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이 대표의 자택에 주차하고 공무와 무관하게 사용하는 등 총 1억 653만원에 대한 배임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법카 유용 기소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유시춘 EBS 이사장이 법카를 유용했다고 언론들은 난리를 쳤다.

의정부지검은 4월 30일 ‘유시춘 법카 유용’과 관련하여 유 이사장의 EBS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유 이사장은 법카로 정육점, 백화점, 반찬가게 등에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요즘 세간에는 이런 법카 유용을 빗댄 사자성어 소탐대실(小貪大失)이 회자되고 있다.

소탐대실은 사전적 의미로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인데 내용을 들여다 보니 본뜻과도 얼추 비슷하긴 하지만 약간 다르다.

‘소탐대실’에서 ‘소’는 소고기를 뜻하고 ‘대’는 대통령을 뜻한다고 한다. 풀이하면 소고기를 탐하다가 대통령을 잃는 다는 사자성어라고 한다.

누가 생각해낸 유머인지는 모르지만 법카의 중요성을 잘 표현한 사자성어 패러디가 아닐까 여겨진다.

법카 사용에 따라 청렴의 길 또는 부패의 길을 갈 수 있다. 어느 길을 걷느냐에 따라 흥망은 갈릴 수 있다. 이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청렴 의식’은 어떤 유혹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자물쇠인 것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도 “청렴은 백성을 이끄는 자의 본질적 임무요, 모든 선행의 원천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라고 했다.

현대판 ‘탐관오리’가 별것인가. 공금을 제대로 쓰면 청렴이요, 제멋대로 소고기 사먹으면 그게 탐관오리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 기소된 ‘경기도지사 시절 도 법인카드·관용차 등 사적 유용 혐의’에 관해 ‘죽을 때까지 기소할 거냐’면서 야당탄압, 대표 죽이기라고 항변하지만, 새미래민주당 지도부는 ‘법카 유용’ 사건은 제20대 대선 말미 이재명 후보를 패배하게 만든 치명적 사건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병헌 대표는 “그래서 김혜경 여사(이재명 대표 부인)가 별도의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실상 대선 지원활동을 마감하게 만든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과거의 탓, 남의 탓만 부각되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이런 세상을 미리 내다 보셨던 것인가. 이 모든 탓이 다 ‘내 탓이오’ 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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