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 저도수 시대의 젊은 세대를 준비하자

세상에는 다양한 증류주들이 있다 @픽사베이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203)

 

증류주, 저도수 시대의 젊은 세대를 준비하자

 

최근 소비자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는 여러 방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통주의 소비량 증가뿐만 아니라, 마시는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으며, 전통주를 다룬 방송이나 기사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관심 증가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젊은 층이 전통주를 과거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주류로 받아들인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통주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향상된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막걸리와 함께 전통주 붐을 이끄는 주종으로 증류식 소주를 들 수 있다. 희석식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향이 돋보이는 증류식 소주가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세계에는 다양한 증류주가 존재하고, 나라별 그 문화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음용되고 있다. 증류주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증류주가 다른 주류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숙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들이 많다. 숙성 증류주의 개념은 영국 위스키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초기에 세금을 피하고자 밀주를 오크통에 담아 산속, 지하, 동굴 등에 숨겨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형 증류주보다 부드럽고 풍미가 뛰어난 술이 되어 목통 숙성이 정립되었다. 증류주의 목통 숙성은 이후 브랜디, 다크럼, 숙성데킬라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에 와서 프리미엄 증류주로 일컬어지는 증류주는 숙성 증류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숙성 증류주는 원료의 부가가치 향상 측면에서 발효주보다 10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증류주들이 있다 @픽사베이

국내 양조장들도 다양한 원료와 발효 방식을 활용한 증류식 소주를 선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증류식 소주에 대한 양조장들의 관심이 다양한 제품 생산에까지 이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증류식 소주의 출발에는 유명 연예인을 전면에 앞세운 프리미엄 증류 소주가 그 중심에 있다. 힙합 가수 박재범이 22년에 더현대 서울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일주일간 ‘원소주’를 한정 판매했고, 당시 인파가 몰리면서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MZ 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양조장들도 증류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확대하게 되었다.

원소주 @원소주 인스타그램

그러나 현재 증류주 시장의 성장 과정을 보면, 과거 초기 막걸리 시장 성장 과정처럼 한때의 붐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10년 초 막걸리가 붐을 이루었으나 일부 낮은 품질의 제품으로 인해 시장 전체가 위축된 사례가 있었다. 지금의 증류식 소주 역시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증류식 소주의 경쟁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외국의 증류주 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스키를 포함해서 브랜디, 보드카, 럼, 테킬라, 진 등 다양한 증류주들과 겨루어야 한다.

 

특히, 알코올 도수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출시 증류식 소주 제품들은 저도수 보다는 고도수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술의 향과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고도주의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희석식 소주가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취할 수 있는 술로 자리 잡아 주류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희석식 소주의 도수가 조금씩이지만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졌으며 이제는 14.9% 희석식 소주(선양소주)가 판매되는 시대가 되었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지만 희석식 소주의 도수만 놓고 보면 일부 전통주의 약주나 와인의 도수와 비슷한 수준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국내 희석식 소주 도수 변천사 @한국일보

이러한 희석식 소주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가 저도주로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경제 상황의 위축 이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저도수, 무알코올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례로 주류시장 트렌드 중 하나도 ‘NoLo(논 알코올(non-alcohol)·저도주(low alcohol))’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다변화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술로 하드셀처와 하이볼 등의 저도수 술이 이야기되고 있다.

 

지금의 고도 증류식 소주로는 지금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보다 저도 증류식 소주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저도주로 가면 물맛이 생기거나 충분한 숙성이 안 되었을 때는 오히려 맛이 없는 것이 저도 증류식 소주일 것이다. 그러기에 저도 증류식 소주의 맛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원료나 발효 그리고 허브류들의 첨가로 맛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쌀만을 이용한 증류식 소주 외에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국산 증류주들 @이대형

다양한 국산 증류주들 @이대형

 

주류 시장의 소비량 감소는 계속될 것이다. 특히, 업계에선 하이볼 트렌드가 짧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주에도 ‘래칫 효과(일단 어떤 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칭하는 말)’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번 도수를 낮춘 소비자는 쉽게 고도수 주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주류 소비 감소와 함께 저도수 증류주에 대한 준비를 전통주도 해야 한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알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준비해야지만 그들을 전통주 소비 시장에 계속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저도수 시대에 젊은 세대에게 맞는 증류식 소주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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