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하늘님이여

 

音酒동행

 

잠자는 하늘님이여

 

문 경 훈 교사

 

문경훈

모처럼 지면상에 글을 싣게 되었다. 그동안 SNS에 개인적인 단상은 꾸준히 남겨왔지만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은 나로서도 오랜만이라 글감 선택에 고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2025년 새해를 맞아 젊은 감성이 잘 드러나도록 밝고 톡톡 튀는, 이를테면 아이돌 그룹이 광고하는 탄산음료 같은 감성의 글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스스로에게조차 내적 압박을 가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나 한 잔의 탄산음료로 퉁 치기엔 도저히 눈 돌릴 수 없는 일들이 산재한 지금 글 쓰는 이로서 현실을 말하지 않기란 도리어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 있다. 산업혁명 이래로 약 20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44%를 방출시킨 인류는 4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무서운 속도로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가 높아졌으며 기후학자들이 경고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인 2도 상승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2도가 임계점인 이유는 빙하가 녹아 더 이상 태양열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반사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님은 이제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농작물과 생태 환경의 파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히 벌어지고 있다. 더욱 슬픈 것은 기후 위기의 피해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인 빈곤층이 가장 먼저 받는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전망은 결코 녹녹치 않다. 1인당 국민 총소득, 가구 순자산은 줄고 자영업자의 20%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의 폐업률인데 더욱이 큰 문제는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빈부격차가 가파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에 따르면 빈부격차의 심화는 청년층의 혼인·자녀 계획에 영향을 미쳤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합계 출산율 0.7명대라는 결과를 불러와 이제 대한민국은 초저출산사회가 되고 말았다.

 

한편 출산율의 저하는 자연스럽게 인구의 고령화로 이어졌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요인보다 저 출산이 고령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2024년 70대의 인구수가 30대를 증가하며 우리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말았다.

이러한 초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경제 성장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여 현재 2%, 205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그리고 2025년 새해를 한 달 앞둔 12월 3일,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한민국은 정확히 둘로 갈라졌다. 세대·성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이 싸움이야말로 내란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치열하게 진행 중이며 이 전쟁의 와중 12월 29일, 우리는 가슴 아픈 참사에 땅을 치며 눈물 흘려야만 했다.

암울한 위기 상황 속 끝나지 않는 비극 앞에 대화와 타협의 고리는 약해지고 개인은 고립되었으며, 거짓 선지자의 혹세무민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야 말았으니 그 어떤 시기보다도 간절히 신의 이름을 부르짖게 되는 요즘이다.

 

1994년 소리의 마녀 한영애는 ‘조율’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80년대를 수놓은 유명 싱어송라이터 한돌이 작사·작곡한 것으로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0년 이후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한영애는 소리의 마녀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극적인 목소리로 ‘잠자는 하늘님’을 목청껏 불렀고 그 모습은 고대의 제사장을 연상케 하도록 충분했다. 사람들이 한영애와 조율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보이는 이 위기를, 끝날 것 같지 않은 정치 진영과 세대·성별 간의 대립을 절대자가 나서서 조율해 주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잠자는 하늘님’이란 곧 사람들을 말한다고 곡을 쓴 한돌은 이야기했다. 우린 간절히 신의 이름을 부르짖지만 결국 세상을 조율하는 주체란 신이 아니라 인간이란 뼈 있는 조언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어쨌든 새해는 밝았다. 신은 인간사에 그저 미소 지을 뿐, 이제 조율은 우리의 몫이다. 다른 줄의 소리를 압도하며 한 개의 줄로 연주되는 현악기는 없다. 각각의 줄이 저마다의 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악기는 제 기능을 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25년에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우리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연주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 문경훈

▴1990년 출생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졸업▴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반 수료

▴한국가양주연구소 전통주소믈리에 자격 취득 ▴한국가양주연구소 명인반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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