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술도 藥처럼 먹으면 보약이 된다
유주강산(有酒江山)은 금수강산(錦繡江山)이요, 무주강산(無酒江山)은 적막강산(寂寞江山)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주당들이 지어낸 말일 것이다.
현대인들 못지않게 우리조상들도 술을 무척이나 좋아 했던 모양이다. 시 한수 지으면서 주(酒)자를 삽입하여 멋을 부린 다거나 동네 이름을 아예 술나오는 주천(酒泉)이라고 했을까.
해가 바뀌면 금연이나 금주를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새해가 되었으니 뭔가 결심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덜컥 금연이나 금주를 선언한다. 가족들은 “또 얼마나 갈 것인가”를 지켜보곤 한다.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인 결심은 아니함만 못한데도 말이다.
요즘 세대들은 친한 벗을 만나면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두 잔도 아니고 한 잔이다. 그러나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 잔 되는 것은 눈 깜짝할 시간이다.
같은 말이지만 옛 사람들은 벗을 만나면 “약주 한 잔 하자”고 했다. 이는 술도 잘만 마시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포 한 말이다.
‘약주’라고 하면, 약 기운을 지닌 갖는 술을 의미하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술의 높임말’ 또는 ‘귀한 술’ 등 우리 술을 일컫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더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 한 예가 조선 중기 때 유학자 서성(徐偗)의 호(號)가 약봉(藥峰)이었는데, 그가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의 약현(藥峴)에 살았으며, 그의 어머니 이 씨가 ‘약산춘(藥山春)’이란 청주를 잘 빚어, 세인들 사이에 명주로 회자되었다고 한다. “약현에 사는 약봉의 어머니가 빚은 약산춘의 맛이 좋다.”고 널리 알려지면서 맛있는 술을 ‘약주’라고 하게 되었고, “약주 대접하다”, “약주 한 잔 하자”는 말이 인사말처럼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그러다 보니 요즘은 소주나 맥주, 막걸리 등 주류를 통털어 ‘약주’라고 일컫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일찍이 13세기 프랑스 몽펠리 대학의 교수였던 빌뇌브는 술의 주요 성분인 알코올의 정체를 밝혀내고 ‘만병통치의 생명수’(아쿠아비테·Aqua-vitae)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빌뇌브는 알코올에 대해 “이것은 실로 불후 불멸의 좋은 물이기 때문에 생명명수라는 이름이 아주 적절하다. 이 물은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모든 불쾌감을 제거하며 마음을 소생시키고 젊을 지켜준다”고 했다.
이 발표로 한 때 유럽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술을 마시도록 권장하고 ‘모든 의약의 여왕’이라고 극찬 했다고 한다. 동양권에서 술을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아더 클라스티 박사도 “1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은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는 심장병 예방효과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지난 해 11월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이 “하루에 소주 한 잔을 마시면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 예방 효과가 62% 높았다고 밝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했다. 이 연구에서 배 교수 탐은 “두 잔은 55%, 서너 잔은 46%로 점점 효과가 낮아져 다섯 잔 이상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 주당들은 “그것 봐라 소주도 약이 된다지 않느냐”며 술 마시는 것을 정당화하려 들었다. 술과 관련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와인이든 소주든 소량일 경우 뇌졸중이나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는 얘기지 부어라 마셔라 하며 과음을 하게 되면 오히려 뇌졸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술 주(酒)자는 물수(水)변에 닭유(酉)자로 되어 있다. 이는 술은 ‘닭이 물을 먹듯이, 술을 마시라’는 뜻이다.
그리고 알코올 량이 순한 술은 주(酒)자를 쓰지만 소주와 같이 독한 술은 닭 유(酉)변에 마디 촌(寸)자인 술 주(酎)자를 쓴다. 독한 술은 마디마디 끊어서 조금씩 마시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상들의 지혜다.
금주선언을 하기에 앞서 백약지장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 절주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