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동을 품는 자가 세상을 품을지니

신년칼럼/ 권 녕 하

 

낙원동을 품는 자가 세상을 품을지니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가에 행정지명 낙원동(樂園洞)이 있다. 이곳은 2016년 1월 현재, 실버세대로 통칭되는 ‘세상의 아버지들’ 즉, 퇴직자들 집결지로 유명하다. 그것도 최근 들어와 명실상부 더욱 유명(?)해졌다. 변화를 거듭하는 이 세상에서 문화적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배경에는 연금세대의 증가와 그들의 동선(動線)이 낙원동을 축(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연금세대의 주요 구성원이 지공선사(地空禪師)로 불리우는 ‘지하철무임승차대상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낙원동의 밤’ 문화는 ‘영등포의 밤’, ‘강남의 밤’과는 달리 지하철 1호선과 3호선 막차 시간 이전에 필히 ‘올드랭 사인’이 울려 퍼진다. 밤 문화가 비교적 깔끔하다는 것이다.

 

낙원동은 시혜의 현장이다. 무료급식소가 여러 곳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천 기원(바둑)이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사시사철 성행(盛行)한다. 바로 옆에는 낙원악기상가가 있고 종묘방향에 있는 국악거리를 배경으로 음악인들~ 연주가, 작곡, 작사가들의 집결지가 된다. 바로 옆 인사동(仁寺洞)에는 문화예술인들~ 시인, 작가, 화가들이 자주 모여, 공식적 행사를 끝내고 나면 2차로 삼삼오오 ‘저렴한 술과 음식’을 찾아 낙원동으로 모여든다. 또한 대로변 종로 3가에는 ‘국일관’이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실버세대들의 랜드마크가 돼 있어 그 주변의 기원과 당구장 콜라텍, 대형음식점들이 학교, 고향, 직장, 취미생활을 통한 동창회, 모임, 클럽의 성지(聖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실버세대들의 안식처가 된 낙원동 일대의 상권(商圈) 파워는 얼마나 될까. 이 일대는 2016년에도 거대한 소비전문시장이 유지될 것이다. 주요 고객은 실버세대의 주축을 이루는 퇴직자, 자영업 퇴출자에 무직자들까지 가세한다. 이들에게는 저렴한 ‘한 잔의 술’과 적당한 ‘한 끼의 식사’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먹고 마시는 일이 실버세대의 동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된다. 이와 같은 현실상황은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엄연한 일상생활 중의 하나이고 서민적 삶의 엄숙한 단면일 뿐이다.

 

한 잔의 술! 한 끼의 식사! 지고 갈수는 없어도 먹고 갈수는 있다는 용력(勇力)을 되살려낸 낙원동! 조선시대 육의전이 있던 곳, 일제저항기의 협객 김두한이 활개치던 역사적인 곳, 낙원동이 실버세대의 소비생활 장소로만 기능하고 말 것인가!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집결하는 낙원동이 국가발전과 민족의 융성을 기원하는 발원지가 된다면 더욱 좋지 아니한가. 1911년을 떠올리면서~, 질박(質朴)한 심정으로~.

2016년, 丙申年! 세상의 아버지들이 모이는 곳! 낙원동을 품는 자가 세상을 품을지니.

 

글 쓴이 權寧河는:시인, 문화평론가, 한국문화네트워크 상임대표, 한강문학회 회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감사,《한강문학》발행인 겸 편집인,『삶과술』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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