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특별한 물질, 그 정책의 현황평가와 과제(上)

술 특별한 물질, 그 정책의 현황평가와 과제(上)

 

 

조성기(아우르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술의 정책에 대해 간단치 않은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더욱이 전문가들, 공직자들, 관련업계, 소비자단체들 간에도 다양하고 속 깊은 협의가 필수적이다. 왜냐? 술은 일반적인 상품인 음료와 의류, 식사, 주택과 다른 상품이다. 술에 대한 과세액이 적지 않아 지역발전을 위한 재정수단이 되기도 하고, 술자체가 건강관련성이 크다. 만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담배와는 속성이 다르다는 평도 있다. 물론 마약과도 다르다. 재정적 보건적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다중적 속성을 가진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적당하면 문제가 되지 않고 과하면 문제가 된다는 이중성도 매우 흥미로운 속성이다. 희망을 주기도 하고 절망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가져왔고 정책적 위상도 워낙 컸었다. 폭력적 국가들의 전시물자조달수단이 되기도 했고, 실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위로제이기도 했다. 그 효과도 각 사람, 시대, 국가에 각기 달랐다. 참, 특이한 물질이다. 비용도 발생하지만 편익도 매우 큰 물질이다. 효능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다. 도력이 있는 물질이 아닌가.

정치적으로나 종교적 신념에서 술 자체를 소멸시키고자 노력한 시대나 국가도 있었다. 현대에 와서도 그러한 국가나 지방정부가 많았다. 시도했으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정부정책의 중요한 대상이었다. 더욱이 그 정책의 성패기준은 누구나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견도 많았다. 그 와중에 정책당국자들은 나름의 정책목표를 정하고 정책수단을 동원해 술을 관리해 왔다.

모두 한 때의 방편으로 각기 다른 칼을 사용했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정책관리대상이 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 관리방식은 나라마다 정권마다 차이가 있었다. 관리범위도 광범위했다. 더 적지 않아도 끝없이 설명이 가능하니 누가 뭐라든지 정말 특이한 물질이 아닌가. 과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포괄적 분석대상이자 관리대상인 것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는가?

그 이유로 각국은 주류정책을 위해 포괄적 전문지식을 갖춰왔다. 그 정책의 세밀한 부분은 모두 다 달랐다. 그러니 보다 종합적인 사고체계가 술정책에 대해 필요했다. 정부마다 보다 많은 분야를 경험하고 논리적으로 무장된 정책전문가들이 필요했다. 그 정책을 담당한 각각의 부처마다 그 인재를 보유하고 서로 인재를 교차파견해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토의하는 시스템도 필요했다.

불행히도 21세기 우리 정부에는 술정책을 신중히 다룰 수 있는 당국자를 육성하지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정책에 관한한 아직도 초기 준비상태라고 평가한다면 과할까? 목소리 큰 몇몇 영웅들의 논리로 정책이 휙휙 바뀔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한다면 무리할까? ‘왜 전문가가 없나요?’ 하고 반발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우리 정부의 인사체제는 보편적 전문가를 육성하는 순환보직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정정책 분야에 전문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을 적정수 보유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면 인사전문가들이 이견을 낼 수 있을까? 적어도 주류정책의 현재 운영실태를 보면 그러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무리 뒤져도 주류 정책분야에 오래 근무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가들이 정부의 요직에 앉아 있는 부처를 찾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기 때문이다.

국세당국의 경우 과거 주류관계 행정 분야에 오랜 직무훈련을 받은 당국자들이 그나마 몇몇 양성되고 있었다. 국세가 내국세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선지 주세당국마져도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일반행정전문가들이 배치될 뿐 주류전문가들을 유지하는 체계적 노력은 찾기 어렵다. 그 결과가 주류정책의 전문성 하락이라면 잘못된 평가일까. 국세당국이 그렇다면 다른 부처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민간의 전문가도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종합화하는 역량을 갖춘 정책전문가나 산업경영관련 전문 인력은 찾기 쉽지 않다. 원료, 양조, 제조, 유통, 소매, 소비, 공병 재사용 환경에 이르기 까지 각각 특정분야의 기술적 전문가들은 그나마 있다. 그러나 전체를 조망하는 네트워크는 아직 시기상조다. 정책분야의 전문성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예를 들어 양조전문가가 정책연구를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도 다 바쁜데 말이다. 그래서 특정분야 전문가들이 정책전문가로 재탄생하기도 하지만 그 전문성이 주류산업의 정책수준을 높일 수 있는 데까지는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책 관점의 다각화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조선시대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근현대 등 전시대를 거쳐 술이 중요한 물질이었던 것은 예외 없는 일이다. 어느 국가, 어느 시대에나 술이 중요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집트에서는 급여의 구실도 했으니 재정정책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중세의 서양에서는 성당에서 술제조를 관장하기도 했다.

성당의 생계나 성당신축 보수공사, 성당유지관리 등을 위한 예산확보 수단이었다. 중세의 서구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래도 교단의 유지비용을 일일이 정부재정에서 가져다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 정권은 술제조권한을 성당 쪽에 넘겼었다. 그만큼 술은 끝없이 알을 낳는 수단이 될 수 있었기에 그런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인류사에서 술만큼 기호품으로 애호 받은 물질이 또 어디 있었던가.

우리도 불교가 융성했던 시기에는 술제조를 절에서 관장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 절이 정토가 아니라 부정한 곳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절집의 재정확보가 안정되었고, 경제적 형편이 좋았던 시기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종교도 술제조를 통해 번 돈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종단의 유지수단으로 종교가 술제조를 관장한 것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술의 수요는 시공간을 막론하고 항상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술관리정책 자체를 정부가 종교집단에게 완전히 넘긴 적은 없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부에서 술관리 개입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불개입정책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은 민간의 일상 속에 필요불가결한 물질이었다. 일하는데 필요한 농주였고, 병자에게 필요한 약주였으며, 선비들의 풍류수단이었다. 그만큼 중요했고 일상 속에 항상 자리한 물질이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술 정책이 정부의 개입정책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는 순간은 주세정책이 생기면서 부터다.

우리나라의 주세정책은 1909년 일제에 외교권을 강탈당한 시기에 시작된다. 주세를 중심으로 주류정책이 형성되었으므로 모든 주류정책은 제조단계의 특수 세와 제조 유통단계에서의 수익에 과세하는 데 치중되었다. 그 이전의 시대와 달리 정부의 개입이 구체화 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주막이나 사가에게 술을 제조하고 상시 소비했으므로 제조와 서비스가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으며, 주세개념도 없었다. 사학자들도 아직 경국대전에서 주세관련 문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술을 만드는 일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었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한 주세정책으로 부터 통제정책이 시작된다. 주류에 대한 통제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주세를 통한 초기의 통제정책결과 영세주막과 주조업의 몰락이 이어졌다. 관행상 술이 특별한 이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어서 높은 수준의 주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1965년에 시행된 양곡정책이 정부의 주류관리 정책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부가 개입한 첫 번째 정책수단은 주세였지만 이번에는 원료가 대상이 되었다. 주세로 가격을 올렸고, 이번에는 원료사용을 제한한 것이었다. 6.25사변 이후 1960년대가 되어도 식량사정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쌀술 제조를 금지했다. 그 결과는 쌀 막걸리 제조사들의 시장퇴출이었다.

그 이후의 통제도 역시 주세관련 분야가 주요대상이었다. 시설 및 품질규제로 제조전반을 통제하여 주세를 걷었고, 면허 및 시설규제 등의 수단으로 유통을 통제했다.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세가 국가발전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강력한 통제를 유지했다.

1988년 올림픽이후 술시장이 글로벌 화되었다. 수입주류가 증가하고 소득이 증가하자 주류소비량이 크게 늘었다. 소비량증가로 인한 건강문제가 불거지자 건강정책이 쟁점이 되었다. 알코올 섭취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성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이 중요해졌다.

국민건강증진법과 함께 음주건강정책이 구체화 된 것이 1995년 9월의 일이다. 국세청은 술로 인한 국민건강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주류산업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1997년 소위 주류산업차원에서의 주류소비자보호사업이 시작된다. 같은 해 7월에 청소년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청소년의 음주피해문제도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게 된다. 주류정책의 관심사가 음주건강과 청소년보호 등 소비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도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위주의 정책이 무성해졌다. 주류정책은 주류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경쟁의 강화로 전개되었다. 글로벌 자본이 전 세계 시작을 석권해 가면서 한국제조업체도 접수하였다. 맥주사 2개 중 하나가 해외자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병마개제조사도 진입이 허용되어 수가 늘고 전통주 관련규제도 대폭 완화되었다. 제조와 도매 등의 시설규제와 면허규제 완화문제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 규제완화 과제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1세기의 주요 정책사안 중 하나가 환경문제다. 주류산업에서도 공병재사용과 주류제조 쓰레기처리 문제가 이미 불거졌다. 그 이후 환경이슈는 중요한 과제로 환경부의 개입을 통해 지속적 과제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의 술병은 유리병이 주력이다. 가히 유리병 사용량은 전 세계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주류산업도 소주와 맥주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공병공동사용을 추진하였다. 재사용 횟수 증가를 위해 관련단체도 결성이 되고 공병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공병보증금 인상도 추진되었다.

주류정책의 대상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원료로 부터 제조, 유통, 소비건강과 그 이후 빈병재사용 문제에 이르기까지 과제가 산적하다. 술은 그저 잘 마시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물질이다. 일반인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삶과 술의 조건이 지속적으로 변해가면서 술을 둘러싼 정책관점이 실로 다각화 되었다.

새로운 정책과제가 생겨나는데 기존의 과제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주류정책의 특징이다. 그 정책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당국도 다양화된다. 주류정책당국의 주력은 지난 40년간 국세청이었다. 하지만 주류정책이 다양화 되자 정책당국도 다각화 되었다. 국세청은 주세로 부터 주류산업의 합리화, 품질관리, 유통질서 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통괄 관리했다. 행정당국의 다각화로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해당관청으로 등장한다. 정책당국이 다각화되고 유관 정책은 나뉘었다. 그 계기는 국세청의 지휘권을 민간 교수출신 청장이 잡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정책당국의 이합집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0년에 국세청의 주류안전관리업무가 식약청으로 이전되었다. 식약청은 그 후 식약처가 된다. 식약처가 주류 위생과 함유물질의 유해성 여부 판별 등의 업무를 전담해서 수행하게 된다. 같은 해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자 관련 업무 역시 국세청에서 농식품부로 이전된다. 반세기 만에 정부정책의 담당부처 다각화가 실현된 것이다.

 

세 연결고리 정책(3-tier policy)

주류산업의 구조를 보려면 가장 기본으로 무엇을 관찰해야 할까? 제조와 도매, 소매로 분류된 연결선을 읽는 것이 아닐까 한다. 주류산업이 그 기본골격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의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대체로 그렇다. 다른 산업에서처럼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통제적 정책관점에서 인위적인 노력을 한 것이다. 특히 제조와 도매단계에서 면허 제도를 통해 그 관점을 유지하였다.

최근 들어 일부 국가에서 그 구조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각 노드에 질적 자태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제조가 도매로 넘기고 도매가 소매로 넘겨 소비자가 구입하게 되는 흐름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물론 그 시스템을 유지한다. 하지만 변화의 이브를 맞고 있다.

그 골격을 무너뜨리는 자태변환의 시발점은 역시 소비자의 질적 양적 변화다. 소비자들의 수가 변화하면 만들어 옮기는 기능보다 판매지점에서 애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소비자의 절대수가 줄었다. 소득도 함께 줄자 음식점에서 보다 가정에서 마시는 음주량이 증가하였다. 소매상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러자 유통과정의 중점이 변했다. 전과달리 도매유통이 위세가 줄어든다.

소비자들의 변화는 유통마진의 최소화를 지시한다. 심지어 유통단계를 축소해서라도 비용절감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자들도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면 정책의 중점을 변화하기 시작한다. 절대로 3단계 연결고리 정책상 예외를 용납하지 않았던 일본 국세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정책의 맥락이 바뀌는 것이다.

각종 요구에 발맞추어 점두도매, 협동조합도매, PB 도매 등 업태의 다양성도 증가한다.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와 함께 예외적 업체들이 시장진입이 가능토록 변한다. 물류비용절감이 가능케 하는 기술보유 업체가 등장하거나 네크워크관리에 성공하여 소매단가를 낮출 능력이 생긴 자들에게도 도매권리가 주어진다. 소위 합리적 가격인하까지는 용인하는 것이다.

세고리 정책 자체가 무너지는 것까지는 아니다. 술은 주세건 건강이건 통제목표의 대상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근간을 부수지는 못한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도매단계는 주세보전과 거래질서의 유지, 산업진흥 등을 위해 허가 제도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 정책기조를 둘러싸고 가끔 민원이 발생한다. 국세청을 중심으로 정부도 그 구조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제조단계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소주 제조면허 1도 1사의 원칙이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행정지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에 소주공장이 세워지거나 강원도도 작은 업체가 진입했다는 예외정보가 있다. 근간은 아직 불변이지만 그런 예외적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제조단계도 어떤 이유에서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단계의 자유화는 유럽의 맥주나 포도주의 오랜 전통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주세가 없는 국가도 많다. 3단계의 골격은 유지하지만 그 경우 정책의 목표가 달라지게 된다. ‘제조는 자유, 품질은 통제’로 정책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홍콩은 대형유통업체가 브랜드력을 앞세워 제조된 술을 OEM으로 주문하여 자사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최근 자사브랜드를 갖춘 소매상에 도매를 허용하는 변화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맥주업체가 해외브랜드로 주문자표시 생산을 하는 사례가 실제상황이 되었다. 소형전통주 업체도 판매경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 대형제조사의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유통업체의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때는 유통만 남고 제조는 지하에 숨게 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정책의 근간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정부당국은 주류를 특별한 물질로 통제하는 3단계 연결고리 정책을 과연 어떻게 유지 관리할 것인가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맥락의 변화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 준비가 되지 않은 정부는 시장에 손을 들고 정책은 포기하게 될 수 있다.

가끔 주류정책에 관한 한 3단계 연결고리구조라는 정책적 골격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점차 망각해 가는 징후가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유주의 정책관의 만연이다. 또 하나는 술정책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다. 정부가 정책의 이유를 잊게 되는 것이다.

구조적 예외상황이 시장에서 발생할 때 정책의 생성원인, 과정, 결과, 성과의 정책과정에 정신 줄을 좋고 있으면 정책부재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경쟁적 소매나 도매구조를 보유하는 곳에서는 그 상황이 증가한다. 경쟁은 신은 항상 관리의 신보다 기가 센 것으로 보인다.

세 연결고리에 대한 정부의 규제방향과 수준도 변화 중이라는 것이다. 제조와 도매규제를 완화하고 소매규제를 강화하자는 시각이 늘기 때문이다. 전체 관리가 쉽지 않자 자유화의 신이 제조와 도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였다. 일견 보면 합리적으로 들이는 마술적 위력이다. 건강정책이 중요하고, 하나의 노드만 통제하면 나머지는 풀어 놓는 게 효율적이 아니냐는 반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매규제의 끈만 늦추지 않는다면 마지막 보루만 지킨다면 전체의 정책비용이 줄어들고 중요한 문제는 거의 통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제조와 도매규제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래도 관리를 대부분 시장에 맡기자는 소리가 점차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전지구화가 낳는 어쩌면 당연한 변화다.

시장은 변화가 거듭하게 된다. 다양한 방책이 탄생된다. 시설이나 진입규제의 장벽이 낮은 경우 제조품질규제 만은 강하게 유지하자는 국가들, 도매진입규제가 낮을 때 부당거래행위나 탈법, 위생환경관리에 치중하는 국가들, 제조와 도매의 연결고리를 강화시켜 품질관리의 초기단계를 강화시키는 국가들, 면허권을 허가제로 유지하고 마지막 통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국가들 등 다양한 관리체계를 선택한다.

이들의 정책관 근간에 숨어있는 잊지 않아야할 정책관은 무엇일까? 어떤 형태로 변화하더라도 술은 특별한 물질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주류산업에 관한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끈을 놓지 말아야 자칫 발생하는 오류를 극복할 힘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주는 한 술은 특별한 물질에서 일반적 물질로 변화하게 된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게 될까?

최근 우리나라도 제조와 도매규제를 완화하고 소매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 주장의 이면에 역시 산업통제의 자유화 시각이 있다. 역시 건강문제만 제외하고는 모두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생각인 것이다. 언뜻 보면 그 같은 정책관은 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동조화 현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 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자유화의 시각은 마법처럼 정책당국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주류정책은 아무리 신중히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류정책은 1960년대 국세청이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 반세기 동안 제조와 도매규제를 유지했고 소매규제를 완화했었다. 벌써 반세기가 지난 정책의 세월이다. 최근 10년 정도는 꾸준히 시설, 품질, 면허 등에서 규제완화 추세를 유지했지만 마지노선은 지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주류시장의 모습은 사실상 반세기 동안 지속된 정부의 작품이다.

3단계 시장과 산업관리의 기조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합의와 심사숙고가 필수적이다. 깊은 고찰 없이 간단히 규제를 풀 때 산업의 3단계 연결고리 속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시장력에 의해 묻히고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사회의 손에서 벗어나 개인에게 맡겨지게 된다. 어쩌면 대자본기업의 손에 맡게 질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그래도 될까? 규제정책의 방향과 수준은 무엇을 어찌해야 옳을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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