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아줌마의
전통주 입문기 6편
일요일 아침 7시 30분 홍천을 출발했습니다.
달리는 국도변은 온통 꽃동네입니다.
오늘은 종로 인사동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에서 시음회가 있는 날입니다.
부지런히 달려 갤러리 도착시간 10시 10분
이현주 관장님
신혜영 주임님
무라오카 유카리 전통주 소믈리에님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괜찮다고 하셔서….
시음대 위에 미담, 술샘, 산수, 자희향, 천비향 등등에서 생산된 꽤 많은 술(약주, 탁주)들이 진열되고….
초청받으신 분들은 내·외국인 블로거, 내·외국인 시음단, 기자, 그리고 존 플랭클린 연세대 교수님 이시고, 저와 다른 두 분의 양조장 대표님들….
잠깐 플랭클린 교수님을 살펴보면 연세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면서 전통주 빚는 실력도 수준급이고 우리 술 전통주를 많이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11시가 살짝 넘어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고 어찌 알았는지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도 오시고….
자리가 모자라 관장님이 걱정하시는 가운데 옹색한 대로 자리도 더 만들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존 플랭클린 교수님의 사회로 시음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하는 우리 술에 대한 소개, 설명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시음회 내내 그분의 우리 술에 대한 열정, 해박한 지식, 바라보는 관점, 우리 술의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등등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이 우리 술 전통주 시음회의 사회를 본다니….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교수님은 전통주 전도사였습니다.
기자와 다 같이(양조장 대표들과도 같이) 앉아서 나눈 인터뷰, 혹은 대화내용 적어봅니다.
교수님이 전도사로 나서게 된 동기는 ‘한국 사람이 전통주의 가치를 너무 몰라서’라고 합니다.
한국의 전통주를 일본의 사케와 비교했을 때 “오미(五味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구수한맛)가 살아있는 술인데 한국 사람들은 그 좋은 맛있는 술보다 다른 술을 찾는다”며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플랭클린 교수는 솔직히 시중에 파는 막걸리를 처음에 마셨을 때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맛있는 술을 찾다가 전통주 우리 술을 알게 되었고, 놀라웠고,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은 집에서 직접 빚어 먹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술 전통주가 대중화와 해외진출을 위하여 무었을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에 대해 해준 말은 ‘술도 하나의 문화이다’ 입니다.
막걸리를 라이스 와인(rice wine)으로 고치기보다 그냥 막걸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외국인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전통도 지키고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효과적이라고 하면서 맛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기를 전통주 대중화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맛의 표준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프랑스 와인의 예를 들었습니다.
프랑스 와인은 해마다 다른 기후와 지역별로 다른 경작 환경 등을 스토리텔링해서 상품을 만든다.
한국의 전통주도 여러 가지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을 차별화해서 스토리텔링을 입혀서 알리는 작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하면서 덧붙여 일본 사케와 한국의 전통주와의 관계는 벨기에 맥주와 독일 맥주의 관계와 비슷하다.
벨기에 맥주가 맛은 있지만 마케팅과 문화로 포장한 독일 맥주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하다며 전통주는 이런 부분의 개선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더 많은 한국인이 전통주를 경험하고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통주에 반하게 된 매력에 대해 묻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당연히 맛’이라고 간단하면서 명료하게 말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당연히 맛’이라고 표현하면서 미소 짓던 그의 당당한 표정이 생각납니다.
그날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우리 술을 사랑하고 술빚기를 하고 양조장을 찾아다니고 공부를 하는 외국인 모임 분들도 있었고 자기들 시간을 쪼개어 우리 술 알리미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우리 술에 공통된 불만이랄까 아쉬운 점은 찾고 싶고 먹고 싶어도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먹을 곳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좀 더 쉽게 접근할 곳이 없다는 얘기겠죠.
방배동에서 한식주점을 운영했던 저로서는 백배 공감하는 말입니다.
그냥 술만 팔고 안주만 팔고 차림표에 나와 있는 술(전통주)에 대해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하는 그런 곳이 아닌 술에 대한 기쁜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얽힌 이야기도 빚는 이야기도 거르는 이야기도….
그러면서 그 이야기 속에 우리네 사는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공감하면서 보듬을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죠.
이날의 시음회를 보면서 물론 오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라 모두가 긍정적인 표현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자신은 우리 술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비판적이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기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적당히 보듬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의 시음회를 보고 느낀 한정된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날시음회에 선보인 제 술이야기 잠깐 하겠습니다. 총 일곱 가지 술을 선보였습니다.▴미담 석탄 약주 탁주▴미담 연엽 약주 탁주▴미담 송화 약주 탁주▴미담 생강 탁주다른 술도 반응이 좋았지만 그중에 송화주와 연엽주의 반응은 폭발 적이었습니다.특히 연엽주는 감칠맛 나는 완벽한 오미(쓴맛 단맛 신맛 떫은맛 구수한맛)와 어여쁜 꽃분홍색으로 시음단의 마음을 몽땅 가져 버렸고, 송화주는 개성이 있고, 밸런스 와 풍미를 잘 잡아낸 술 이라고 호평을 받았습니다.어쨌든 행복하고 가슴 벅찬 살맛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