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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의 또 다른 경쟁력은 효모에서 시작된다

효모의 여러 생성 물질 @탁약주개론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21)

 

 

우리 술의 또 다른 경쟁력은 효모에서 시작된다

 

 

전통주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좋은 쌀이나 누룩, 깨끗한 물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모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술을 실제 술 답게 만드는 마지막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효모다. 효모는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발효의 핵심 미생물일 뿐 아니라 술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같은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효모를 사용했는가에 따라 과일 향이 풍부한 술이 되기도 하고, 깔끔한 맛을 가진 술이 되기도 하며, 묵직한 풍미가 있는 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세계의 유명한 술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갖는 이유도 결국은 자신들만의 효모를 확보하고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술 제조는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과학이다. 누룩 속 곰팡이는 곡물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당화를 담당하고, 효모는 그 포도당을 이용해 알코올과 함께 다양한 향기 성분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스터류와 고급알코올, 유기산 등은 술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즉 효모는 단순히 알코올을 만드는 미생물이 아니라 술의 개성을 만드는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의 주류 산업은 오래전부터 효모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유럽에서는 파스퇴르가 효모에 의해 발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 순수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양조효모가 개발되었다. 맥주와 와인은 물론 위스키 산업까지 각각의 술에 적합한 효모를 선발하고 개량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지금은 특정 향을 강화하거나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발효하는 등 목적에 맞는 다양한 효모가 상용화되어 있다.

효모의 여러 생성 물질 @탁약주개론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은 효모 연구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은 오랫동안 사케 제조에 적합한 효모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국가 연구기관인 주류종합연구소와 일본양조협회가 중심이 되어 우수한 효모를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 일본양조협회의 협회 효모는 이미 수십 종 이상이 개발되어 있으며, 양조장은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술의 스타일에 맞는 효모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효모와 건조효모를 모두 공급하여 규모와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효모가 실제 양조 현장으로 이어지고,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다시 연구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일본 사케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양조협회 효모 중 일부 @일본양조협회

반면 우리나라는 국산 양조용 효모의 개발과 보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연구기관이 다양한 목적의 효모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국산 효모 산업의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전국의 누룩과 발효 환경에서 유용한 효모를 발굴해 양조용 발효제로 보급하는 정부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증류주용 효모를 양조장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으며, 충북 영동와인연구소도 자체 개발한 효모를 지역 와이너리에 공급해 지역 와인의 품질 향상과 차별화를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산 효모를 선택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면, 이제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우리 효모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기반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발효제(효모) 보급 사업 @더술닷컴

최근에는 민간 기업의 연구 성과도 눈에 띈다.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효모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양조용 효모를 전문적으로 배양, 공급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건조효모뿐 아니라 배양 직후의 활성을 유지한 액상 형태의 생효모를 소량 생산해 필요한 양조장에 공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생효모는 세포 활성이 높아 발효 개시가 빠르고 안정적인 발효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세계 여러 양조 산업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물론 냉장 유통과 보관이 필요하다는 제약은 있지만, 필요한 양만 공급받아 사용할 수 있어 소규모 양조장에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우수한 효모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실제 생산하고 공급할 기반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함께 국산 효모의 산업화를 이끌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효모들 @업체 홈페이지

그런데도 실제 양조 현장에서 국산 효모의 사용률은 아직 높지 않다. 많은 양조장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외국산 상업 효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 품질이 검증되어 있고 발효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효모를 적용했을 때 기존 제품의 향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쉽게 도전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국산 효모의 사용이 계속 늦어진다면 연구 성과 역시 산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우리 전통주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산 효모의 개발뿐 아니라 실제 사용을 확대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연구기관은 양조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특성의 효모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민간 기업은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며, 양조장은 새로운 제품 개발 과정에서 국산 효모를 적극적으로 시험하고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용이 늘어날수록 현장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는 다시 우수한 효모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의 협회 효모 역시 이러한 연구와 산업의 연결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다.

 

전통주는 이제 지역 농산물만으로 차별화되는 시대를 넘어섰다. 앞으로는 어떤 효모를 사용하는가가 술의 개성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 누룩과 우리 환경에서 찾은 효모가 실제 양조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때 비로소 한국 전통주만의 독창적인 향과 맛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효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이지만, 앞으로 우리 술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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