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소주병에 와인담아 수출하는 ㈜한국애플리즈 한임섭 대표
5월 사과와인 아디브 런칭 후 공격적인 판매전략 펼쳐
수출 주력상품 탄산와인 ‘사이다’도 내수판매에 주력

지난해 3월 경북 의성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경상북도 내 1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 중 하나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발생한 모든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된 산불이었다.
당시 의성군 단촌면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애플리즈(대표 韓壬燮, 75)는 다행히도 산불의 큰 화를 입지 않은 것이 궁금하여 다녀왔었다.
1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의성은 어떤 모습일까. 8월의 땡볕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날 의성을 찾았다. 새까맸던 산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소나무들은 불탄 그대로였지만 활엽수들은 파란 잎들을 달고 있었다. 자연의 힘은 참으로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한국애플리즈는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활기가 넘쳐났다. 최근의 여타 양조장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애플리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월 런칭한 사과 와인 아디브(ADeVe)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아디브를 포함해서 한국애플리즈가 하루 생산하는 술은 5만여 병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현재 한국애플리즈는 사과를 원료로 한 사과탄산와인(사이다)을 생산하여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국내 소비자들도 내수용 와인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사과로 화이트 와인(아디브)을 새롭게 개발하여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하하고 있다.

술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 기업
사과(apple, 沙果)는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과일이다. 오죽하면 제사를 지낼 때 제물(祭物) 가운데 사과가 없으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사과는 귀하게 대접받는 과일이다.
지금이야 마트고, 노점상에서도 돈 몇 푼 주면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70년대만 해도 사과는 귀하게 여겨 사과로 술을 빚겠다는 생각은 쉽게 하질 못했다.
현재 사과로 술을 빚는 업체는 국내에 애플리즈를 비롯해서 서너 개 업체가 있지만,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업체는 애플리즈가 유일하다.
평소 한국애플리즈 한임섭 대표는 자신을 ‘고향인 의성 사과나무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말할 정도로 사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사람이다.
1996년 양조장을 만들어 사과 와인과 사과탄산와인(Cider) 등을 생산해서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한 결과, 작년 매출은 내수를 포함해서 9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주 맥주를 제외하고 전통주업계에서 술 수출이 가장 많은 업체는 한국애플리즈가 유일하다.
한국애플리즈가 펼친 영업방식은 독특하다. 남들이 다들 코로나 펜데믹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한임섭 대표는 오히려 공격적 해외영업전략을 펼친 덕분에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한 실적을 거두게 된 것이다.
전 세계 어느 술 회사도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인 경영방식은 내수를 탄탄하게 다진 연후에 수출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영업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보통인데 수출로 경영을 안정화 시킨 후 올해부터는 내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뒷배가 튼튼하니까 내수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애플리즈가 본격적인 마케팅으로 와인 시장을 키우면 국내 와인 시장도 활성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국내 와이너리들이 그동안 좋은 와인 개발에만 신경을 썼지 어떻게 팔 것인가에는 신경을 덜 쓴 것 같다”면서 “국내 술 시장에서 국산 와인이 외국산 와인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이 와인이 활성화하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소주병에 담은 사과와인 K 술, 해외에서 인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와인의 역사가 오랜 나라의 와인의 맛을 따라가기 위한 것보다는 한국적인 와인의 맛과 향을 개발하여 우리만의 독특한 와인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한국애플리즈는 이를 위해 장미 향이 나는 사과와인뿐 아니라 커피 향, 포도 향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은 사과와인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녹색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 내놓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와인은 고급술이란 이미지에서 소주병에 담은 와인을 보면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게 와인이라고?”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애플리즈는 과감하게 녹색 소주병에 사이다를 넣어서 60여 개 나라에 수출한다. 한국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판매가 더 잘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값싼 술의 이미지의 대명사 같은 소주병에 와인을 담는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수출을 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녹색 소주병은 한국 술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와인병에 비해 소주병은 단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도움이 컸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하는데 드는 비용 절감이다. 술을 1톤 수출한다고 치자. 이때 술 내용물은 절반밖에 안 되고, 술병 무게가 절반을 차지한다. 20톤 컨테이너에 꽉 채우면 병 무게만 절반인 10톤이다. 750ml 술병의 술 무게는 760g이다. 술 내용물과 병 무게가 거의 같다.
따라서 술을 담을 병값을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느냐가 술 제조원가, 나아가 소비자가격을 결정한다. 가장 쉬운 원리 같은데 이를 생각하는 양조장들이 얼마나 될까?

국내 양조업계도 주병을 새로 개발하거나 비싼 술병을 수입하다가 사용할 것이 아니라 소주병에 담아서 출시하면 그만큼 원가가 절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소주는 단일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다. 2024년 소주류(일반 소주 및 과일 소주 등 혼성주)의 수출 중량은 12만 4천 톤으로 이는 소주병(360㎖) 기준으로 약 3억 4천만 병 상당에 해당한다.
한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와인병이 가장 흔한 것처럼 한국에선 소주병이 흔하다. 그러니, 소주병 단가도 아주 싸다. 그래서 애플리즈는 사과와인을 굳이 비싼 와인병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술(사이다)을 수입해간 나라의 반응은 어떨까.
한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다 팔렸다(sold out)’고 난리 칠 정도”라고 했다.
최근 “K푸드, K컬쳐 등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K 술의 판매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한국 소주는 슈퍼에서 3달러 정도 한다. 같은 소주병에 든 애플리즈 제품은 5달러에 팔린다. 같은 병을 쓰지만, 내용물이 전혀 다르다. ‘Apple Wine’이라 표시돼 있고, 맛도 미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와인 맛”때문이라고 했다.
어렸을 적 메이드인 U.S.A, 메이드인 재팬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외국에서 Made in Korea 하면 엄지 척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분 좋은 소식 아닌가.

“사과와인 사이다(Cider)는 음료수가 아닙니다”
지금은 ‘한국애플리즈’라고 하면 주류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세를 타도 있는 기업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에겐 사이다는 아직도 낯설어하는 술이다. 소주도 아닌 것이, 약주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포도로 만든 와인도 아니니, 정체성이 각인되기 어려운 술이다. 그런 데다 이름은 익숙한 ‘사이다’라고 하니 소비자들이 헷갈려한다.
한임섭 대표는 문득 “프랑스 사람이, 한국 사람 좋아하는 된장을 파리에서 만들어 프랑스 사람들에게 팔려고 하면 그게 잘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사과와인을 만들었으니, 아직 사과와인 맛을 모르는 국내보다는 와인 본고장에 수출하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가 2002년쯤이었다고 한다. 이후 해외 시장개척을 위해 해외를 많이 다녔다.
“2005년부터다. 미국, 일본으로 제품을 보냈다. 그때는 석류주, 석류와인이었다. 석류와인이 애플리즈가 해외에 처음 수출한 제품이었는데, 이때도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고 한 대표는 술회했다. 수출을 할 때 술병, 라벨, 술 이름 등으로 애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이를테면 술병 라벨에 석류를 ‘SUCK RYU’라고 영문 표기를 했는데 미국에서 ‘SUCK’이 심한 욕이란 걸 미처 몰랐다.
이 때문에 급하게 라벨을 떼어내고 ‘류몽’이란 라벨로 바꿔야 하는 등 애를 먹기도 했다. 이후 그 나라의 언어나 풍습 등을 고려하여 라벨을 부착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 전무는 말했다.

한국애플리즈, 경북 농식품 수출 프런티어 기업 선정
한국애플리즈 정문을 들어서다 보면 상호 이외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인증받은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 ISO 9001:2008, 6차산업인, 청년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찾아가는 양조장 같은 작은 간판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애플리즈가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기야 20만 명의 주민이 살던 의성에는 현재 5만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직원 30여 명을 두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형편으로 의성군 입장에서는 고용 창출은 물론 세수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한국애플리즈는 의성 사과를 주원료로 숙성한 증류 원액을 사용해 사이다 ‘애피소드’, 과실주 ‘더 찾을수록’, 디저트와인 ‘한스오차드’, 15년산 정통 브랜디 ‘금과명주’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양조업계 최초로 2019년 제56회 무역의 날에 처음으로 1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021년 58회에서는 300만 불, 2023년 60회 때는 500만 불탑을 수상했다.

한국애플리즈 ‘ADeVe’ 국내 상표등록
한국애플리즈가 ‘ADeVe’와인의 상표등록을 한 이유는 유럽 수준의 프리미엄 사과 와인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앞으로 수출하는데 자칫 상표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점을 차단하기 위서인데 국내 와이너리들이 상표등록까지 생각지 않는 것은 확장성을 보지 못하는 처사처럼 보인다.
국내에서의 상표등록은 브랜드 보호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다.
빈대떡엔 막걸리 한잔. 그런데 최근 젊은이들에겐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샹들리에가 걸린 멋진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와인잔을 드는 것이 아니고 시장 노포에서 빈대떡 안주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로 잡아간다.
와인 안주로 족발이나 파전도 OK. 이런 분위기에 맞춰 한국애플리즈는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ADeVe’을 지난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장시장내 365장터에서 아디브 팝업 스토어를 열고 아디브를 직접 홍보에 나섰다. 아디브는 12%로 의성 사과를 원료로 한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 잔으로 1잔에 6천을 받고 판매했는데 내국인은 물론 광장 시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와인을 마셨다. 노포에서 와인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발상이 신선하지 않은가.
와인 시장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