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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전통주와 위기 속 민속주, 민속주의 미래는

엔비큐어스댄스컴퍼니 범내려온다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22)

 

 

성장하는 전통주와 위기 속 민속주, 민속주의 미래는

 

매년 국세청은 전년도 주류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를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2026년 국세통계연보’에는 2025년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의 출고 현황이 담겨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 술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통계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모습도 보인다. 전통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민속주 시장은 오히려 계속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주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구분할 수 있다. 민속주는 국가 및 시·도 무형유산 보유자가 제조하는 술과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술을 말한다. 국가무형유산에는 문배주, 면천 두견주, 경주 교동법주 등이 있으며, 지역에도 삼해주, 송절주, 향온주, 남한산성소주, 계명주, 옥로주 등 다양한 술이 전승되고 있다. 식품명인은 전통식품 분야에서 우수한 기능을 보유한 사람을 명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여기에 술이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식품명인 술로 알려진 것은 금산인삼주, 안동소주, 계룡백일주 등이 있다. 2025년 기준 국가 및 지방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전통주는 34종이며, 대한민국 식품명인 가운데 주류 부문 명인은 25명이다. 반면 지역특산주는 농민 또는 농업회사법인이 자신이 생산하거나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해 제조하는 술이다. 최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양조장이 크게 늘면서 현재 약 800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는 제도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무형유산, 식품명인 지도

2026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이러한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2025년 민속주의 출고량은

1,236kL, 출고금액은 82억 5,300만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0%, 14.5%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출고량은 34.8%, 출고금액은 24.8% 줄었다. 반면 지역특산주의 출고금액은 2025년 1,376억 2,700만 원으로 전년보다 7.8% 증가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65.5%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전체 전통주 시장에서 민속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출고량 5.5%, 출고금액 5.7%에 불과하다. 결국 최근 전통주 시장의 흐름은 ‘지역특산주의 성장과 민속주의 감소’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민속주는 소비자의 선택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시대와 소비자의 변화다. 민속주는 전통적인 술과 제조 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위에 있다. 오늘날 문배주, 면천 두견주, 경주 교동법주와 같은 술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제도 덕분이다. 그러나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시장에서 소비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소비자의 입맛과 술을 선택하는 기준은 계속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낮은 도수와 부드러운 맛뿐 아니라 병과 라벨 디자인, 용량, 가격, 음식과의 조화, 제품이 가진 이야기까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지역특산주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원료와 제품을 개발하고 도수와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있다. 반면 민속주는 전통적인 제조 기술과 원형 보존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 물론 전통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전통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술은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고 마시는 생활 문화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찾고 양조장이 지속적으로 술을 만들 수 있어야 그 기술도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문ㅂ배술

실제로 일부 민속주 양조장은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별도의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기도 한다. 민속주 면허로는 전통적인 술을 생산하면서 지역특산주 면허를 통해 현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민속주 제도가 문화적 보존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는 ‘원형을 보존할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전통의 핵심은 지키되 제품은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술은 원형 보존의 대상으로 관리하면서, 동일한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도수나 용량, 숙성방법, 제품 디자인 등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제품은 별도의 형태로 인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의 핵심적인 제조 원리와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다. 다른 전통문화 분야에서는 이미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복은 전통적인 형태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활용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판소리 역시 전통적인 소리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공연 방식이나 다른 음악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한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고 해서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세대가 그것을 접할 기회를 넓힘으로써 전통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엔비큐어스댄스컴퍼니 범내려온다

 

민속주 정책 역시 이제 ‘원형 보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전승’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민속주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실제 양조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소비자가 그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유산 관련 기관과 농림축산식품부,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이 제도적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적인 상품 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술 한 가지를 그대로 만드는 것’만을 전승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통의 핵심적인 기술과 정신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술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전승의 한 형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민속주의 위기는 단순히 몇몇 양조장의 판매 부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전통주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민속주는 우리 술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술이다. 그런 술이 소비자의 선택에서 계속 멀어진다면 결국 술을 만드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통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반드시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묶어두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지금도 마시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찾고, 양조장이 계속 술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전승이다. 민속주를 박물관 속의 전통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오늘 우리의 식탁에서 살아 숨 쉬는 전통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성술박물관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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