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간뗑이가 부은 사람들 참 많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불볕더위만큼이나 짜증이 난다.
신명나고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뉴스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다. 아직은 눈이 침침하여 잘 보이지 않거나 청력이 떨어지지 않는 나이인데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내 탓만은 아닌 듯싶다.
국가 안위는 내 팽개치고 지역민들이 머리띠 두르고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하니 덩달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 잘못을 저지른 죄인을 타이르며 바르게 살라고 해야 할 고검장인가 하는 인간이 뒷배나 봐주며 경제적 이익을 챙기다 구속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욕부터 나온다.
어디 그 뿐이랴 학교폭력 같은 교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배치 한 경찰관이 어린 여학생에게 평생 씻기 힘든 몹쓸 짓을 했다는 뉴스는 치를 떨게 한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란 사람은 국민을 개·돼지라고 하고도 이 나라에 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술에 취해서 그랬다는 나향욱 전 기획관은 ‘취중진담’이란 말도 몰랐을까. 술에 취하면 마음속 진담이 나오기 마련이어서 사기를 치거나 놀음쟁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진심이 들어날까봐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논리로 보면 나 전 기획관이 한 말은 평소 그의 지론인지도 모른다.
술 마시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속된 말로 간뗑이가 부었다는 말이다. 요즘 간뗑이가 부은 사람이 나 전 기획관만 있겠냐만은 점점 증가 하고 있는 것 같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간뗑이가 가장 크게 부었던 사람을 꼽자면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광호(이발사 역)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대통령의 머리를 깎으면서 하는 말이 “각하도 참 오래 하십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간뗑이가 부었나,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임찬상 감독 데뷔작이자 청어람 첫 제작 작품이었던 ‘효자동 이발사’(2014년 4월 상영)는 송광호가 우연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휴먼 코미디영화였다.
경찰이 음주운전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 하고 있는데도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고 있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 TV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사람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이야기는 이제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경찰 간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도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려들기도 하고, 단속이 무서워 뺑소니치다가 덜미가 잡혀 망신을 당한다.
심지어 젊은 아기 엄마가 2살짜리 아기를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당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하기엔 도가 지나쳤다. 술을 마셔서 간이 부어 배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많은 운전자들이 “술 한두 잔은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술이란 기약을 할 수 없는 물질이다. 딱 한 잔만 마신다는 것이 두잔 되고 석잔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한 병이 두병 쯤 되면 간이 배 밖으로 기어 나온다. 이쯤 되면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잡는다.
음주운전도 일종의 병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상습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외에도 음주 문제에 대한 치료와 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음주운전 문제에 앞서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이 시급해졌다. 그래야만 음주로 인한 각종범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