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나는 ‘바담 風’해도 너는 ‘바담 風’해라
옛날 한 서당에서 훈장이 ‘바람 풍(風)’자를 가르치려 하나, 혀가 짧아 ‘바담 풍(風)’이라 발음하여 제자들도 ‘바담 풍(風)’으로 배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은 잘못된 언행을 하면서 상대에게는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한다는 것으로, 처음부터 가르침이 잘못되면 올바른 교정이 불가능함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자식은 아버지 등 뒤를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아버지가 올바른 언행을 하면 자식도 그렇게 보고 배우며 자라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량아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탔는데 아버지가 운전을 하면서 교통법규를 밥 먹듯이 하거나 난폭운전을 한다면 성장되어서 그 아이들도 그와 같은 운전을 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버지가 퇴근 했는데 술을 들고 차를 운전해서 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언론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음주운전자 가운데는 연예인 다음에 공직자가 아닐까 여겨진다.
연예인들은 음주운전으로 단속당하면 대개는 치명타를 입는다. 잘 나가던 프로에서 하차를 해야 함은 물론 팬들로부터 외면당해 잘 못하면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시민들이 생각건대 왜 연예인들은 술 마시고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기 마련인데 그들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대리운전을 불러서 운전을 하게 되면 그들 나름의 은밀한 공간(차 내부 같은 것)이나 거처가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그렇다는 주장도 많다.
공직자 특히 경찰공무원들의 경우는 좀 다른 이유를 들 수 있다.
음주운전 단속이 지금처럼 강도가 세지 않았을 때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같은 식구야” 한 마디로 눈 감아 주던 때도 많았다. 물론 언론이나 고위 공직자들도 이런 축에 끼어 있었다.
단속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야박하게 딱지를 끊었다가 훗날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 눈을 감아 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전통(?)이 면면히 흘러 내려오고 있어서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아닐까. 아니길 바랄뿐이다.
또 당시엔 민간인들도 음주운전으로 단속당하면 명함 한 장 건네고 “내일 들러주세요”하며 자리를 뜰 때도 있었고, 단속 경찰관은 실제로 다음 날 명함을 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는 무용담을 펴던 때도 있었다.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간부 경찰관이 아들을 옆에 태운 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는 뉴스를 보고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경찰관은 아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7%로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8·15 사면에서 음주운전 관련자들을 제외시킨 것은 뒤늦게나마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가를 당국이 깨 닳은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8월25일 경찰청장에 취임한 이철성 청장의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그가 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당서(唐書)의 배도전(裵度傳)에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전쟁을 하다보면 한 번의 실수는 늘 있는 일이다. 즉, 일에는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패자를 위로 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이 청장의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약이 돼서 음주운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청장의 취임을 염려한 많은 국민들은 과연 바담 풍 하지 않고 바람 풍 하는지 눈 여겨 볼일만 남았다.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