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박사의 일본 주류정책 기행기(下)

조성기 박사의 일본 주류정책 기행기(下)

조성기(아우르연구소 공동대표/경제학박사)

◇민간의 정책관련 활동

일본의 주류정책에 관한한 유명한 시민단체인 ASK(Japan Specifies Non-Profit

Corporation to Prevent Alcohol and Drug Problems)를 빼 놓을 수가 없다. 방문지는 동경시내지만 관청가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인상적인 기억은 사무실의 풍경이다. 점심시간이었다. 밴또(辨當)를 꺼내 각자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밴또를 가져 왔으면 공동탁자에 앉아 같이 먹어야 할 텐데 아니었다. 이마나리 토모미 회장에게 이유를 물으니 “관습 이예요.”하고 만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다. 반찬도 다 따로 먹게 되는 개인주의적 모습이었다.

“가장 중요한 정책 사업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알코올문제를 줄이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일을 위할 뿐 아니라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서 건강에 관련 잡지를 만들고 예방을 위한 문제홍보에 주력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기 보다는 미리 문제를 예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정치권이나 주류업계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일본의 경우 보수적 정당이 집권을 하면 음주에 더 친화적이 되고, 진보적 정당은 술문제를 줄이는데 동조를 합니다.”라며 술문제에 대한 대처에 정치적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주류업계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물론 청소년 음주를 막거나 캠페인활동에 협조를 하는 경우에 국한합니다.”라고 선을 명확히 했다.

알코올의존증 문제이외에 환경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이 주류분야에 있다. 일본용기포장리싸이클협회(日本容器包装リサイクル協会)나 일본공병3R촉진협의회(ガラスびん3R促進協議会)같은 곳들이다. 공병을 잘 관리해서 환경문제를 줄이자는 정책은 소화 59년인 1984년에 시작되었고 주류단체가 주로 활동하는 용기포장 리싸이클협회는 1996년에 시작되었다고 했다. 공병환경을 통한 환경차원의 노력이 우리 보다 10여년 앞섰다.

그 단체들은 주류공병이외의 모든 유리병과 용기포장의 리사이클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고 있었다. “어떤 노력을 합니까?” 하니, ‘용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유리병을 가볍게 만들거나 예쁘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소위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순환형사회 구축이 그들의 핵심노력 포인트였다. 최근 일본의 재사용공병이 매우 줄어들었다는 보도가 있다. 그래도 맥주병 재사용이 48%를 차지하고 있고 사케는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도 물론 문제는 많았다. 페트병이나 캔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국주인 사케나 쇼추는 유리병을 선호하고, 업소의 맥주는 유리병이 많습니다.”라면서 주류관련자들의 환경노력을 강조했다.

일본맥주협회에서 “새 병을 얼마나 만들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모든 제조사가 일률적으로 8%정도를 한 해에 만듭니다.”라고 답변한다. 공병재사용을 통한 환경적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다. 역시 환경과 사회의 재구축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하는 것인데, 일본에서 그런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의 방향을 바꿔 “저 출산·고령화로 줄어드는 시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지난 20여 년간 25%이상 줄어든 맥주시장을 되찾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노력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정부가 일본의 문화수출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협조를 한다는 것이었다. 민간에 수출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수출합동정책에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일본주류의 수출이 많이 늘어나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덕분에 인터뷰는 쉽게 진행되었다.

일본의 증류주협회 회장 또한 “소비 감소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쇼추업체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맥주회사들 처럼 공장을 설립하거나 해외기업인수를 하는 해외진출전략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라며 “일본정부가 사케나 쇼추 등 국주의 수출을 돕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류수출에 관한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두드러졌다.

국가차원에서 내각 국가전략실에 ‘Enjoy Japanese Kokushu’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세청,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등 8개 관계부터가 연합해서 돕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보다 민간과의 대담에서 정부의 노력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정부가 주류해외진출 협력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부는 원래 생색이 주고 실제는 민간의 일인데 일본은 아닌가 싶었다.

“정부의 어떤 노력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에 “내각 국가전략실에서 뉴욕, 파리, 런던, 홍콩 등을 거점지역으로 선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 곳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국주와 일본음식을 연계해서 홍보를 해 파급력을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주류규제 완화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니, “일본의 국가전략실은 시장특성을 조사연구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찾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쇼추와 한국소주가 경쟁을 합니다. 뉴욕수출업체를 돕기 위해 현지의 주류취급면허에 대해 정보를 알려 줍니다. 파리와 런던의 고객조사를 통해 쇼추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줍니다.” “홍콩의 거점은 특히 중국본토 진출을 위해 활용합니다.”라며 마치 수출거점을 전시의 전략사령부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주류도매협회는 우리나라의 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에 해당하는 곳이다. “1953년 이후 꾸준히 활동을 해왔고 전국의 29개 지역조합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주요활동은 역시 ‘도매업계의 공동이익을 증진’이다.

협회의 주요활동은 ‘공정거래, 면허제도유지,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사회적 요청에 대응, 경영근대화를 위한 사업추진’등이다. 그 곳에서 먼저 ‘최근의 당면과제’를 물었다.

“술이 과잉 공급되고 있고 가격이 낮아지고 있어 이윤이 낮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라고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하긴 일본 국세청의 통계자료를 보면, 절반이상이 세전 순이익률 적자업체로 조사되고 있으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래도 적자업체가 그렇게 많다면 어떻게 도매업계가 존립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적자 선상에 있는 업체가 대부분이고 적자가 아주 큰 업체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 업체 등은 머지않아 도산을 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적자의 원인으로는 주로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인상과 인력부족, 그리고 약탈적인 가격인하 경쟁’을 지적했다.

일본의 도매업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업계와 대체로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세계가 평평하게 하나가 되어 감에 따라 각국의 업계는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민간이든 정부든 일본의 모든 방문지에서 ‘알코올의존증’에 대해 정책적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나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협회가 개업업체의 근대화를 지원하는 일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공동구매와 공동물류 등의 공동화사업을 합니다. 그 사업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까지 공통경비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기금을 모아 지원합니다. 결국 성공하면 다른 회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합리적인 답변이었다.

일본의 유통경로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경우 도매가 1단계로 되어 있다면 일본은 2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1차 도매와 2차 도매가 있다고 보면 된다. 2차 도매는 그들의 용어로는 소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도매업 중 일부는 일본의 주류소매업으로 간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2차 도매선들의 협회는 ‘업무용주류연합회’다.

전임 연합회장과의 인터뷰는 자못 흥미진진했다. 그는 평생을 주류도매, 소매, 제조업을 해온 인물이다. 2차 대전 전후 제일교포들과도 술 거리를 해본 경험을 가졌다고 했다. 입심도 좋고, 사업의 근본을 꿰뚫은 소위, 일본 주류업계의 장인 중 하나다.

제조업을 하는 곳은 니이카타로 전통사케를 제조하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제조자가 유통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니이카타의 제조업자가 동경의 소매업자가 될 수 있다. 판매허가지역을 넘어 술이 이동할 수는 없지만 다른 지역의 면허를 획득하면 어떠한 사업이라도 할 수 있다.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경쟁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유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면 그 점일 것이다. 유통경로가 모두 열려있기 때문에 무한 경쟁의 장소가 되고 있다. 전국을 한 지역의 도매상이 모두 유통할 수 있도록 하니 전국적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 지역의 자본력 강한 도매상이 타지역의 업소들을 장악할 수 있게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만약에 가격인하경쟁이 벌어질 경우 영세업체는 대응력이 없다. 일본은 지역별로 면허가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의 업체들은 경쟁에 제약이 있어 서로 적정성장을 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업을 한다.

물론 일본도 경쟁이 매우 세다고 한다. 큰 회사가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경쟁문제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어떻게 극복합니까?”라고 물었다.

“협동입니다. 대형 제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동구매로 대응합니다. 가격인하 회원업체가 나타나면 설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절반은 계속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문제를 줄여갈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어디나 탐욕에 대한 답변은 절제이자 협동이다. 무한 경쟁이 허용된 시장에서는 추월당하는 때가 언젠가 나타난다. 일본 유통업계는 회원사들이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지 않으려면 결국 공동체를 구성해 가는 것이 답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었다.

‘연합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종합원의 사원교육, 회사충성심, 손님접대 방법, 매상을 올리는 방법, 경비를 줄이는 방법 등입니다. 왕도가 없습니다. 술을 파는 영업사원은 다르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로 육성해야 합니다.” 사람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었다.

또한 “사람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부족해서 사람을 함께 사용하기 위해서 공동사업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경비절감을 위해 ‘공동물류’를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면 ‘인력’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된다. 그들은 역방향에서 궁여지책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공동사업은 ‘한번 해 보면 좋을 사업이 아니라 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저성장 자원부족사회에서는 사회적 협동의 노력과 자원절약의 지혜를 찾아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 업체나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와 연결을 해서 필요한 법을 변화시키고 서로 힘을 합쳐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주류소매업에서의 ‘알코올의존증’대책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안되요!’라고 적힌 전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연합회장에게 “사회적 공헌으로 어떤 노력을 합니까?”하고 물으니 “사회적 공헌은 라이온스 클럽에서나 하는 것입니다. 수익이 적은 주류소매업계는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그들은 거래전표에 이미 ‘사회적 공헌’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경출장의 마무리는 책방 방문이다. 일본의 정책 자료를 구하려면 가스미가세끼(霞が関)에 있는 정부간행물센터를 방문하거나 신주쿠(新宿)의 Kinokuniya(紀伊國屋書店)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자료를 구하려는 다음 방문자들을 위해 그 정보를 적는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국세에서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정책적으로 “주류가 왜 중요합니까”라고 물으면 “맞아요. 중요한 크기는 줄어들고 있어요. 그렇지만 안정성 측면도 중요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간접세가 주력인 나라다. 그리고 시장이 어려워 흔들린다. 주세가 그래서 중요하고, 주세의 안정성을 위해 ‘주류업의 안정성’이 정책의 주된 목표 되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일본의 주류정책은 중핵(中核)과 보호대(保護帶)가 있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알코올문제’를 줄이려는 공동의 노력을 중핵으로 답변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보호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매업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면허장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최근 수십 년간 면허를 허용하지 않았던 동경지역의 도매면허를 인정한 사실이 그런 증거다.

누구나 놀라는 변화였다. 결손업체가 절반이 넘고 있는 업종에 면허를 허용한 것이다. 일본 국세청은 시장의 요구에 손을 들어준 사례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면허제도는 절대로 허물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물어도 “면허제도는 국세청이 결정합니다. 그것도 민간과 합의하에 하며, 민생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그 대안을 강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소소한 민원은 받아들이면서 근본적인 제도 변화는 굳게 문을 닫는 정책방향인 것이다. 특히 알코올의존증과 관련되거나 주류업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회의 술문제는 줄여한다고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민간업계, 시민사회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본의 주류정책은 산업정책에서 건강정책, 사회정책과 환경정책으로 그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주류관리를 국세청이 일관성 있게 해내고 다른 부처와 협의하는 협치체계를 잘 확보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자유경쟁 확대에도 적응을 하지만 근본적 관리체제는 확고부동했다.

‘술은 일반재화와 다르다.’는 신념이 담긴 주류정책관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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