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술 신 풍속도

김원하의 취중진담

 

공짜술 신 풍속도

 

술 가운데 최고로 맛 좋은 술은 어떤 술일까.

주당마다 생각이 제각각이겠지만 내 돈 내지 않고 마실 수 있는 공짜 술이 아닐까. 내돈 내지 않는 술이라도 께림직한 접대 술은 공짜 술이지만 개운치가 않고, 약간의 투자(?)를 하고 맘껏 마실 수 있는 동창회 같은데서 마실 수 있는 술도 공짜 술에 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머니가 가볍던 새내기 시절, 회식이 있다는 전갈이 내려오면 그만큼 반가울 데가 없었다. 동료끼리 더치페이로 겨우 출출했던 목을 축이며 살아가던차에 회식이 있다는 것은 주당들에 있어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기름진 안주에 실컷 마셔도 누가 뭐랄 사람 없고, 술이 취해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회식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축제의 날이나 진배없었다.

그랬던 회식문화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쪼그라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모임자체를 꺼리게 되자 홈술, 혼 술이 들불처럼 번져 회식이란 자체가 꺼져버렸다.

그래도 회식문화를 즐겼던 기성세대들이 그 때가 그리워 직원들 모아 놓고 ‘오늘 회식한번 할까’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자리를 피하는 직원들이 야속하기만 했다는 꼰대(?)들의 푸념이 사라질 모양이다.

어느 언론사가 ‘직장 회식’의 귀환이란 제하로 최근 MZ 직장인들의 회식문화 요구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따지고 보면 회식문화가 쪼그라들면서 소주, 맥주를 비롯한 전통주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져 주류산업계는 한숨만 쉬었는데 회식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소식일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의하면 ‘요즘 MZ 직장인들은 회식을 먼저 요구한다’고 했다.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들이나 임원진들은 오히려 20~30대 직원들이 “회식 또 언제 하느냐” “회식 횟수를 늘려 달라”는 요구에 고민이 많아졌다는 것.

코로나 때부터 회식을 기피하는 풍조가 수년 지속되자, 단체 회식이 사라지나 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회식을 원하는 수요가 젊은 직장인 사이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직장 회식을 무조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큰 오해였다. ‘회식이 돌아왔다’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공기업 팀장은 “우리 회사는 회식 문화의 중흥기”라며 “분기마다 한 번 하던 회식을 최근 두 번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왜 젊은 세대들이 회식을 요구하고 있을까. 이는 치솟는 외식 물가에 공금으로 좋은 음식과 술을 마음껏 즐길 기회, 그리고 파편화된 조직 문화 속 인간적 교류를 원하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직장의 회식문화는 밤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에 진절머리를 느끼는 젊은이들이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건배사와 잔 돌리기, 상사의 ‘라떼는~’ 훈계나 하급 직원의 재롱 잔치, 성희롱 괴담 등으로 MZ 세대들은 회식은 구시대 악습처럼 치부됐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자 MZ 세대들은 얼씨구나 잘됐다고 회식문화를 배척하게 이르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음주문화는 기성세대와는 딴 판이다. 100% 공짜 술도 좋아하겠지만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술을 접할 수 있는 주류박람회가 새로운 음주문화를 경험하는 곳으로 꼽고 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등 한두 곳에서만 주류박람회가 개최되었는데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충주 등 당야한 곳에서 크고 작은 주류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주류 박람회에는 국산 전통주를 비롯해서 와인, 맥주, 양주, 등 수입주류들이 선보이고 있다. 어떤 부스에서는 술 한 병에 몇 십만 원이나 하는 술도 시음주로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류박람회에 나오는 주류업체들은 주력 상품뿐 만아니라 자사에서 생산되고 되고 여러 종류의 술들을 시음주로 내놓고 있어 1-2만원의 참가비만 내고 입장한 참관객들은 각종 주류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박람회장을 돌다보면 수십 잔의 술을 시음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술을 마실 수 있어 젊은층 사이에선 새로운 음주의 장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

박람회에 참가한 주류업체들은 술은 구입하지 않고 시음만 하겠다는 참관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거리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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