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나 명절 지나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 급증한다

<명의에게 묻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全勇俊 원장 (2)

 

연말연시나 명절 지나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 급증한다

 

알코올 분해 능력 뛰어난 주당들도

음주 계속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술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술자리에 자주 참석해야 하는 계절이다. 동창회다 송년회다 하여 여기저기서 술 약속이 들어오고 있다. 술 안 마신다고 빠지면 자칫 왕따를 당할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이때다 싶어 술을 맘껏 마시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마셔야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全勇俊, 53세) 원장에게 물었다. “주량껏 마시면 됩니다. 따라서 본인 자신의 평균 주량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 원장은 “주량은 자로 재거나 저울로 달아서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술을 마시고 나서 숙취를 어떻게 느끼느냐로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숙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적당히 마시면 된다고 하지만 술이란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니까 그게 문제다.

전 원장은 “연말연시나 설, 추석과 같은 명절처럼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시기를 지나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급증한다”면서 이는 “술을 조절해서 마시지 않고 과음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 원장은 “사교나 친교를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사회적 음주자라고 하는데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이러한 사회적 음주자가 상습적 과음자나 문제적 음주자로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사회적 음주자가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면 상습적 과음자가 되기 쉽고 그러다가 술을 조절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문제적 음주자가 된다는 것이다.

전용준 원장이 내원 환자와 문진을 하고 있다.문제적 음주자에서 멈추면 다행이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멈추지 못하고 술을 계속 마시면서 알코올 의존증에 노출된다. 이는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병식(病識) 즉,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되어 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병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 정도 안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 정도 실수는 누구나 하지…”하며 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축소화하고 자기 행동을 합리화한다. 이쯤 되면 주변 사람들이 술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가족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술로 인한 가정불화가 시작된다.

 

술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다. 전 원장은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신체적 문제 즉, 알코올성 간경화라든가 당뇨, 심장, 위장 질환에 문제가 있는 환자 등을 검사하고 치료한다. 10년 이상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진료해 온 전 원장은 신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는 사람도 술을 지나치게 많이, 오래 마시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모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알코올 의존증은 유전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쪽만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다고 하더라도 자식 가운데 절반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부모 모두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일 경우, 자식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에 경험한 트라우마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되면 술로 모든 우울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가 자칫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우리 뇌 속에 술을 조절하는 중추가 망가지게 되는데, 결국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없어 폭주를 일삼게 되고, 술자리에서 시비를 걸거나 핸들을 잡으려 든다. 전 원장은 “중추가 망가지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술을 조절하는 수준의 절주가 아닌 평생 술을 마시지 않는 단주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도파민(dopamine)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전 원장은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바로 이 도파민 분비 상태를 즐기는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이유로 술을 너무 자주 마시거나 과음을 하게 되면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본인에게 술 문제가 있는지를 진단해 볼 수 있는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최근 6개월 이내에 블랙아웃 즉, 필름 끊김 현상을 경험했는가. 다음날 아침 술 마신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는가. 해장술이 필요하다고 느꼈는가. 가까운 가족이나 동료, 또는 전문의로부터 술에 대해 자제를 받은 적이 있는가. 위 4가지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될 경우 가까운 알코올 전문병원이나 알코올 상담센터를 찾아 본인의 음주 문제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알코올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80% 정도는 간에서 분해되고 나머지는 세포 내에서 분해된다. 알코올 분해요소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술을 빨리 분해시킬 수 있어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술을 계속 많이 마시게 되면 자칫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이를 테면 회식 자리에서 남들은 소주잔으로 소주를 마시는데 맥주잔으로 소주를 마시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주 잔, 맥주 잔, 막걸리 잔에 각각 술을 따랐을 때 한 잔에 든 알코올의 함량은 비슷하다. 그런데 술을 잘 마신다고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시게 되면 약 3배 이상의 알코올 흡수가 이루어지게 돼 결국 몸을 망치게 된다는 논리다.

 

말술도 사양하지 않고 많이 마시는 것을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한다. 일 년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자며 시작한 기분 좋은 술자리가 지나친 과음으로 이어진다면 몸을 망치는 술자리로 전락해 버린다. 전 원장은 몸을 망치지 않고 연말연시 술자리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술을 마시면서 술의 양의 3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물은 알코올을 희석시켜 주기 때문에 다음날 숙취를 줄여줄 뿐더러 포만감을 느끼게 해줘 평소보다 술을 적게 마실 수 있다. 만약 술자리에서 물을 마시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음주 전 미리 물을 마셔두거나 술자리가 끝난 이후 마셔도 좋다.

 

또 술을 마시기 전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벽을 자극해 위 점막을 상하게 하고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켜 더 빨리 취하기 때문이다. 하나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다.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간이 무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신선한 산소의 공급이 필요한 간은 더 무리를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간의 피로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각종 술자리가 늘고 있다. 술 때문에 몸 상하고 마음 상하는 일 없도록 적당히 마시고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원하 기자>

 

◈ 전용준 원장

◇프로필:▴의학박사▴(현)다사랑중앙병원 원장▴(현)대한내과학회 정회원▴(현)대한순환기학회 정회원▴(현)대한소화기학회 내시경 전문의▴광주 중앙병원 원장▴전용준 내과의원 원장▴지방공사 목포의료원 내과 진료부장▴러시아 모스크바 종양연구소(국립) P.D.T 연수▴콜럼비아대학교 연수 (Colleage of physicians)

◇저서:▴중독 재활 총론(2011.학지사)▴술:사람이 선택한 술, 술이 선택한 사람(2009.느낌이 있는 책)▴알코올의존 환자와 가족을 위한 회복교실(2007.하나의학사)

◇논문:▴위궤양 환자에서 Omeprazole 투여 후 혈중 Gastrin과 Pepsinogen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흰쥐 관류 부신에서 콜린성 흥분 및 막 탈분극에 의한 카테콜라민 분비작용에 대한 Quinidine의 억제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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