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규제 관련정책 20년 약사(1997-2016) (하)

주류규제 관련정책 20년 약사(1997-2016) (하)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백제의 주류정책은 무엇이었을까? 정보가 없다. 다만 ‘인번’이 일본에 건너가 ‘수수보리’가 되고 술을 알렸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기록이다. 기술대국이었을테니 ‘품질’에 주력했다고 상상해 본다. 그 이후 주류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두었을까? 고려나 조선조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때 금주정책을 폈으니 ‘식량정책’이 핵심이었을 게다.

그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대륙침략재원 조달용 징세정책이 주력이었다. 독립 대한민국에서는 주세사 경제발전재원으로 사용되었으니 세원조달이 핵심이었다. 그 후 변화가 1990년대 이후변화가 크다. 1990년대 후반에는 국세청에서 ‘건강정책’도 중요하다고 선언했다.

2008년 이후 규제완화 중심의 경쟁정책과 공병재사용을 둘러싼 ‘환경정책’이 있었다. 국산농산물 소비를 목표로 시작한 ‘전통주진흥정책’은 수요자 선호 부족으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 더욱이 수입곡물을 사용한 탁주가 대부분이었으니 문제였다.

주류정책의 현대사 정리에 앞서 정책간담회의 속으로 공간 이동을 해 보자. 자료로 살펴본 정책보다 생생하게 정책현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토의자리가 핵심이다. 정책간담회는 일반인 접근이 어렵다. 그렇지만 중요한 현장이다. 거기에 제안된 사안들에 몇 개 만 살펴보자.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아닌가.

지금까지 매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나 보도 문건들 위주로 관찰하고 해석해 보았다. 물론 그것도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책실천의 특수성은 현장에서 확인된다. 반대의견이 절차 없이 무시되는 것이다. 공청회 등에서 ‘요식행위로 거쳤다’고 하며 관계법을 개정되거나 새 법을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정책과정에서 책임성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회자된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할까? 정권과 집권층의 뜻대로 정부정책의 큰 방향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하위 정책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관료들에 대해 뭐라기 어려운 정황이 많다고 볼 수 있겠다. 몇 가지 정책제안 상황을 논의해 보자.

◈ 정책제안 1 : 주류도매업체들은 이미 전국적 경쟁상황 하에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종합주류도매업체의 경우도 면허발급지역과 관계없이 전국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사업하기 ‘편리’하게 해 줘도 될 것이 아닌가?

얼핏 들으면 맞는 제안인 듯하다. 왜? “이미 서울의 도매업체가 자유롭게 부산에 가서 술을 팔고 있으니, 부산지점 설치를 용인해야 사업도 잘되고 국부가 늘며, 그 회사가 고용을 늘려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주장인 것이다. 그 제안이 “옳은가? 그른가?”

정답은? ‘그르다’이다. 왜? 서울의 면허업체에게 부산 ‘면허권’을 주는 셈이 된다. 민간에게 정부의 ‘권한’을 주면 룰이 깨진다. 현행 ‘면허허용범위’에 대한 ‘국세청고시’는 ‘시·군별’로 면허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지점설치를 허용하면 국세청 고시는 그 순간 공중분해 된다. ‘그게 나라냐?’ 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먼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 업체는 누굴까? ‘대기업’들이다. 현재 주류도매업은 99.9%가 중소기업이다. 소기업과 소상공인도 많다. 대부분은 면허발급지역을 넘어 지점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큰 업체들만 ‘기술과 경영력 혁신’이 아니라 ‘자금력’에 근거해 타 지역 거래선 탈취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는 사회전체가 ‘부익부 빈익빈’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업계 전체의 ‘고용’마저 줄 수 있다. 그 때 ‘사회적 총 효용’의 감소는 물론이다. 주류도매업 전체의 부가가치는 이미 제한되어 있어 늘지 않는다. 큰 회사가 더 커지는 ‘대형화’는 다수 동종업계의 매출을 줄이고, 사회적으로도 유익하지 않다. 그러니 그 주장은 ‘정의’가 아니다.

◈ 정책제안 2 : 대부분의 국가는 소비자 음주문제를 줄이고자 ‘주류전문판매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술 문제가 크니 전국 소매점 어디서나 술을 파는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술을 마실 수 있는 현재 주류소매제도에는 당장 대 변혁을 해야 한다. 소매규제 강화가 답이다.

이 제안에 대한 판단은 어떨까? 역시 ‘틀린 의견’ 이다. 왜? 술 문제를 없애자는 정책인데 왜 ‘틀릴까?’ 정부의 정책에는 책임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책변화에는 민생, 사회적 필요, 정부의 책임성 등 다각적 조건이 검토 되어야 한다. 어떤 특정 편익이나 외국사례를 보고 정책결정을 할 일이 아니다.

주류전문판매점 제도는 도입하려면 ‘국민적 동의’시 필수적이다. 수십 년 전에 이미 정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바꾸면 불협화음 뿐 아니라 생계형 저항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유 있는 저항이다. 바람직한 정책도 변화관리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현재 주류소매는 의제면허다. 신고하면 누구나 술을 팔 수 있다.

소매점 수익의 중요한 부문이 주류 판매액이다. 주류소매업자 수는 70만업체가 넘는다. 기존 정책은 그 시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책정된 것이다. 시대가 바뀔 때 정책도 바뀔 수 있지만 그 조건의 형성여부를 판별해야한다. 민생이 우선이다. 정부는 당위론적 정책에는 장기적 준비가 필요하다.

정답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어떤 정책을 ‘펼 때’에나 ‘바꿀 때’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며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불쑥 “이게 옳지 않아?”하고 “바꾸자!”고 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 정책제안 3 : 음주로 인한 피해를 줄이자면 청소년 예방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을 하기 위해 좋은 외국의 프로그램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 그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다.

뒷북치는 의견이다. 놀랍게도 이 제안도 최근 발생한 일 중 하나다. 앞의 정책들과 달리 보건정책에 대한 내용이다. 음주문제 예방분야도 과거 20년 전에 우리나라도 개발된 아주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이미 있다. 십년 이상 학교, 직장 등 현장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적용상 문제점을 개선한 독자적 매뉴얼들도 출판되어 있다.

그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때 해외 사례들도 물론 검토되었다. 그 실태를 정책당국자가 모르면 안 된다. 십여 년 전부터 보건당국에서는 예방정책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 작업을 해오지 않았다. 과거가 사장된 것일까? 지금 와서 과거를 묻고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견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과거의 정보를 정말 몰랐는지?, 알면서도 ‘새 개발성과를 냈다’는 생색을 내려는 것인지?” 정확한 상황은 아직 모를 일이다. 다만 최근에 유행하는 ‘선의론’을 가지고 ‘좋은 의도였을 것’이라고 단순히 유추해도 되는 걸까? 숙고를 요하는 일이다.

주류정책의 20년 역사를 살펴본 이유는 주류산업의 변화내용과 방향을 관찰하면서 그 가운데성찰도 하고 의미도 찾자는 것이었다. 또한 현장상황을 점점한 이유는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현실을 고려할 때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어찌 해야 할까?”

우선 ‘정책방향성’ 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1998년 이전과 그 이후의 정책 실태를 비교하자. 과거를 보아야 1998년 이후의 시간이 가지는 의미가 부각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이후의 방향과 대책도 보일 것이다.

1998년 이후에는 경쟁적 자유주의의 관점을 가지고 정부가 꾸준히 규제완화를 추진한 것이었다. 글로벌 시장개방이 추진되면서 자유화와 국제협력의 메시지가 일반적 의견이 되었다. 비교를 하자니 주류산업을 시장경쟁력과 진흥이라는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규제우선 시각은 잊혀 진 듯 했다.

정부는 소위 산업진흥대책을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유럽연합 등의 통상압박에 맥주세율은 꾸준히 인하되었다. 동시에 청주 약주 등 전통주 규제완화도 계속되었다. 과거의 규제는 모두 악이 되고 있었다. 과거와 달리 보건, 환경 문제도 중요해 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자유주의 경쟁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주류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특별히 높아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려웠다. 업체들은 점점 더 어렵다는 소리를 키웠다. 경쟁이 심해지니 개별 업체들은 실제로 어려워졌다. 작은 업체들일수록 더 문제가 커졌다.

위스키, 맥주 등 세계시장을 석권한 해외 주류수입을 국내 주류의 품질로 방어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규제완화가 소비자 선호와 일치된 품질향상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점차 제조, 도매, 소매 전 분야에서 각자 도생형 성장주의가 팽배해졌다. 정부가 ‘그 기세를 북돋웠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규제란 풀 것은 풀고 조일 것은 조여야 했지만 정부는 일단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소위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일반화되었다.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위한 주장들은 묻혀 졌다. 다행스런 일은 그 와중에 전통주가 부분적이나마 발전한 일이다. 소규모맥주의 시장 확대로 맥주다양화도 부분적으로 추진되었다.

맥주 품질 다양화보다 소주는 변화가 적었다. 연속식 발효기술에 의한 희석식 소주는 제품혁신이 쉽지 않았다. 저도 화나 첨가물 추가를 통한 유사소주의 다양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 가운데 여성음주가 증가하여 그나마 전체 매출수준을 유지된 것이 아닐까.

1998년 이전에는 그 이후와는 달랐다. 전에는 국세보전과 시장질서 유지 등이 가장 중요한 정책요소였다. 주류시장 전체는 주어진 사업범위 내에서 수요공급의 균형 상태를 유지가 가장 중요했다. 성장보다는 적정이윤과 적정경쟁이 정책의 지향점이었다.

시장안정이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 결과 시장을 선도할만한 품질이나 기술이 뛰어난 업체가 출현하기는 어려웠다. 경영이나 기술혁신도 두드러진 부분이 없었다. 그러니 기업가 정신이 함께 억제되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탈세나 불공정 거래였고 과거에는 그 문제가 상대적으로 컸다.

규제와 완화를 모두 경험한 지금 과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 내부 시장의 경쟁이 극심하고, 외부의 위협이 큰 지금의 상황은 시장의 새로움을 요구한다. 소위 주류산업도 리셋이 필요한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에는 정책과제들도 전에 없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주류면허, 주세, 물가관리, 제조 유통관리나 불공정거래행위를 막는 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나는 상황이 아니다. 식량문제, 위생과 안전관리, 건강관리, 공병환경, 폐기물관리, 주취자문제를 넘어 이미 일자리 창출 문제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20년의 자료의 관찰결과 그 증거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류정책 관련된 부처들도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농식품부, 식약처 등에 그쳐서는 산업을 사회적 필요에 의해 끌고 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국민안전처 등도 주류문제에 관심을 늘렸다.

해외 국가의 상황을 보더라도 관계당국의 다양화는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세수확보나 주류산업진흥에 정책목표를 두던 국가들도 이미 정책다변화로 변화한지 오래다. 국민보건을 세수확보 보다 중시하는 경우도 많다. 스웨덴의 경우는 정책을 국민건강위원회에서 주관한다. 대부분 재무담당부처가 정책을 총괄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다.

더욱이 주류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감소, 저성장, 가계부채 등은 소비량 자체를 줄일 것이다. 음주행태의 다양화, 사회전반의 불확실성 확대, 해외주류와의 경쟁 등은 넘기 어려운 벽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류정책은 산업과 사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정책사례를 보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을 때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책과제가 다양화하고 관연 부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우선 ‘컨트롤 타워’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누가 컨트롤 타워를 맡는 것이 옳을까?” 과거의 정책평가를 통해 그 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혁신 방향 유지할 것을 유지하면서 리셋을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과거 정책관리는 문제해결이 완전치 않으나 대체로 원만한 성과를 가졌다고 본다. 이의가 있다면 토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주류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건강, 환경, 안전, 생산성, 시장왜곡, 시장규칙 준수 등의 과제는 꾸준한 과제다. 무엇보다 정책이슈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치밀한 정책검토 없이 불쑥 변화를 시도하는 일은 옳지 않다. 이미 반세기를 지나온 세월을 가진 산업현장이기 때문이다.

정책우선 순위의 선정과 정책관리 시스템을 정할 때 정부 뿐 아니라 업계와 민간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참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공청회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격렬한 토의를 하는 공론 장을 의미한다. 사회 안정성 제고를 위한 규제의 범위와 수준여부 결정도 논의 과제다. 최근 추진하는 단순한 규제완화 정책방향은 재검토해야 할 일이다.

특히 ‘제조와 도매는 규제를 풀고, 소매는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시각일 수 있다. 전통주 제조나 소규모 맥주, 도매업 등 영세한 분야를 잘 관찰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민생을 도외시한 정책은 정책실패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쟁이 무조건 시장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시장이 주류시장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볼 때 그 전 보다 정책 환경과 산업현장이 그야말로 급변해 왔다. 그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의 산업정책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정답은 현장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취급제품이 주류라는 사실도 중요한 관점이다. ‘적당하면 무난하고 과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술’이다. 그 때 바른 정책방향은 ‘보수적 혁신’이 아닐까.

해외 주류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국내농산물로 품질 좋은 술을 만들어 유통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술문제도 줄이는 정책. 산업발전과 사회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 무조건 대기업이 커지는 시장상황을 막는 정책. 그 정책방향을 어떻게 추구해 갈 수 있을까?

‘단편적 주장을 하며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사회가 발전할수록 해결과제가 늘고 있다. 그 숙제는 정책이해관계자들의 공통과제다. 정부 홀로 칼자루를 잡고, 고생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더욱이 ‘주류정책 리셋’이 제 길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도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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