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한국막걸리협회 裵惠正 회장
막걸리협회 회원사들이 빚는 막걸리 공동 마케팅 추진
막걸리 병 라벨, 각 부처 고시 사항 적용 시기 같도록 건의
“창립된 지 5년차를 맞고 있지만 우리협회(막걸리협회)는 너무나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신임 회장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협회가 자급자족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2월8일 (사)한국막걸리협회 제3대 회장에 취임 한 배혜정(배혜정도가 대표) 회장은 막걸리업계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의 인터뷰를 배 회장의 하소연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업계(막걸리)뿐만 아니라 전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막걸리업계는 수입주류(맥주)가 물밀듯이 들어와 과거 젊은이들이 즐겨 먹던 막걸리를 외면하고 수입맥주를 찾기 시작하면서 막걸리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고 배 회장은 진단했다.
한 때 막걸리 붐이 일어날 때 막걸리업계는 이 붐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2~3년 만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배 회장은 “너무 안일했던 것이죠. 다양성을 요구 하는 젊은 층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당시에 일어났던 막걸리 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대폭적인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 회장은 한국막걸리협회를 창립 한 발기인 중 한 사람으로 서 막걸리업계 발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협회장이 되면 명예도 생기고 활동비도 뒤따르겠지만 아직 경영상태가 열악한 막걸리협회는 활동비는 커녕 임원진들이 사비를 털어야 운영이 될 만큼 자립도가 열악하다. 그렇지만 임원진 모두가 업계 발전을 위한 봉사라고 여기고 열심히들 일한다.
관계당국에 찾아가 막걸리업계가 처한 현실을 알리기도 하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한다. 때론 떼를 쓰기도 하고 호소도 한다. 어떻게 하면 막걸리를 한국을 대표 하는 국민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까를 고심 하는 배 회장에게 물었다.
–막걸리업계의 발전을 위해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있나요?
“어떤 업종이건 간에 생산을 하면 잘 팔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마케팅이 필수인데 우리업계는 영세하다보니 개별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됩니다. 그래서 협회 회원사들이 생산 하는 막걸리를 한데 모아서 공동 마케팅을 해 볼 생각입니다. 전국의 막걸 리를 한 곳에서 구입하고 맛 볼 수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막걸리사업은 대단한 사업도 아닌데 여러 부처의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하나가 막걸리 병에 붙이는 라벨에 각종규제나 경고 문구를 넣도록 하는 것인데 일괄성이 없어서 업계의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판매량이 많지 않은 막걸리 사업자들은 주류 포장용기에 부착되는 라벨을 한번 인쇄하면 1~2년 동안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주류의 경우 라벨의 표시내용에는 보건복지부의 고시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 등이 반영됩니다. 각 부처별로 고시의 개정․발령 시기가 상이하다보니 업체에서는 수시로 라벨을 바꿔야 합니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사업자들이 떠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협회에서는 현재의 기존 라벨을 최대한으로 소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고 각 부처에서 발령하는 고시에 따른 표기사항 변경내용 시행시기를 일괄 적용하여 사업자들이 재고발생 및 라벨 변경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여 신제품 개발 및 업체 경영에 정진하여 전통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건의 해놓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보건복지부 고시 ‘과음경고문구’,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원산지 표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등의 표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각 부처별로 고시가 개정되다 보니 어떤 해는 한 해 동안 라벨의 표시내용을 3번이나 바꿔야하는 사례가 발생되기도 한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사정이다.
특히 라벨지를 새로 인쇄하려면 제조하는 동판도 새로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생산 단위도 대량으로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막걸리를 빚는 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쌀이데요, 정부가 막걸리 업계를 위해서 가격을 인해 해주면 좋을 텐데요.
“그렇게만 해 주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몇 년 전에는 해 묵은 쌀을 막걸리 담그라고 저렴하게 공급한 적도 있었는데 근년에는 없어 졌습니다. 그래서 막걸리 업계가 똘똘 뭉쳐서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를 할 계획입니다”
-막걸리 업계에 신바람이 불게 하기 위해선 배 회장님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저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협회에 가입한 업체는 물론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서울탁주를 비롯한 여타 업체)들과도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막걸리협회가 막걸리를 대중적인 음주문화로 자리매김토록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배 회장은 지난 2월8일 취임하면서 “세계의 선진국들은 자국의 전통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생산자, 국민, 정부가 모두 힘을 합하여 노력하고 있다”면서 “거기에 비해 우리 전통주는 갈 길이 멀고 예외 없이 막걸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배 회장은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막걸리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첫째 막걸리품질이 최근에 많이 상향 평균화되어 어느 제조장의 막걸리를 마셔도 품질의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둘째, 막걸리 제조사에서도 디자인 등 포장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셋째, 지역농산물활용 등을 통해 다양한 막걸리가 생산되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는 여전히 소주 맥주 와인에 비하여 뒤떨어져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막걸리협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한국막걸리협회를 이끌고 있는 배혜정 회장은 우리 전통주 시장을 개척한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의 장녀다. 배 회장은 1998년 배혜정도가를 창립하면서부터 남들은 쳐다보지도 않던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개척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배 회장은 ‘배혜정 도가’를 창업하면서 그의 부친이 수많은 시도 끝에 1982년 과거 선조들이 만들었던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방법을 도입하여 새로운 전통주 빚기에 도전하여 향이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전통주를 시중에 내놓았다.
가격 따지지 않고, 질 좋은 경기미만 고집하여 술을 빚은 결과 술빛갈이 매우 희고 고왔다. 혹자들은 분명 술에 무엇인가를 타서 저런 색깔이 나온 것이라고 악평을 일삼았지만 개의치 않고 우곡, 부자, 자색고구마 막걸리, 포도 막걸리, 쌀 막걸리 등을 출하하자 주당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배혜정 회장은 그가 오늘 날 존재 하는 것은 그의 부친이 평생을 전통주를 위해 헌신한 데서 비롯됨을 잘 안다. 그래서 故배상면 회장님의 생애 마지막 역작인 ‘우곡주’를 바탕으로 딸인 배혜정이 아버지를 추억하며 만든 술이 ‘호랑이 생막걸리’다.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동물인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전통주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아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생 발효를 통해 맛을 낸 웰빙형 막걸다.
호랑이 생막걸리는 합성 감미료가 아닌 원주 본연의 발효 시 발생되는 포도당(glucose)의 잔존 함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막걸리 원주를 개발하여 제품에 사용하여 사용되는 재료 하나하나에 있어 제품의 고급화, 웰빙화를 추구하고자 하는㈜배혜정도가의 신념이 담겨 있는 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