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 이야기(2)
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 박사)
“우리 소주와 맥주에 만족하나요? 정평 있는 ‘맥주 고객만족도’ 조사결과(73-75점) 우리 수준은 서양의 최고 맥주(73점) 수준인데요? 심지어 더 높은 숫자도 보여요!”라고 길을 막고 물어보자. “북한의 대동강맥주 보다 우리 맥주 맛이 없다고 들 합니다.”라며, 한 청년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빈정댄다.
“전통주의 장인들이 만드는 ‘우리 ’술의 품질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당연히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마셔야 우리 술 산업이 발전합니다.” 전통주 전문가들이 주장한다. “문화재를 술로 마실 수는 없죠. 동의 못합니다. 우리는 값 싸면서도 좋은 술을 마시기 원해요.” 청년들은 딴청이다.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공급 측과 수요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현장이다. 전통주에 관한한, 한 켠엔 공급 쪽만 보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다른 켠엔 수요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우리 주류산업은 공급 측의 의견대로 실제 선진적이고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가졌는가? 그 질문에 답하려면, 해외 주류의 수입이 날로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10년 전 수입맥주 소비자조사 결과를 보자. ‘적어도 시장점유율이 16%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 정보였다. 이제 그 수준에 가까워지는 변화가 이제는 실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왜 그럴까? 해외 맥주와 와인, 사케, 위스키, 보드카, 쇼추, 데낄라 등에 계속 시장을 허용하는 상황에 ‘우리 술’이 최고이고, ‘그들의 것 보다 우리가 더 낫다’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그 원인이 뭘까? 시장과 정부, 또는 그 사이 어디선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뭘까?
먼저 산업정책을 보아야 한다. 정책이 제도를 낳고 과거의 제도는 시장의 오늘을 낳고, 개선된 제도가 내일을 낳는다. 적어도 우리 시장은 그랬다. 인과의 세계다. 앞뒤가 맞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업계, 소비자들의 행동을 유인할 때 시장도 술도 업계도 선진화 될 수 있다는 맥락이다.
과연 정부정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국내 주류가 해외주류를 앞서고 나아가 수출시장도 확보할 수 있을까? 정책이 제대로 서면 가능해 질 것이다. 아니라면, 어딘가에 발생하고 있는 균열을 치유해야 하고, 부족하다면 누구라도 발 벗고 나서 메워 내야 한다.
주류시장의 대세 역시 글로벌화다. 글로벌 자본의 마케팅과 소비자선호의 글로벌화 위세가 대단하다. 시장변화의 속도도 너무 빠르다. 그 가운데 국산 주류에 소비자를 잡아 놓는 일이란 간단한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술은 날로 먹는 것이 아니다. 익혀 마셔야 뿐 아니라 음식, 문화 등 타 부문과 네트워크 속에서 소비된다. 다양한 정책들의 파급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핵심역량이나 연관성 평가결과 우리 주류정책의 전투방식은 재래식이다. 국방에 비교해 보면 과장일까. 일사불란한 정책 방향성 하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미사일이나 사이버 전투력 등 신흥무기와 재래식 병기, 군사력 등이 잘 조합될 때 외부 타격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대포, 전차, 소총들만의 단순 대응방식으로는 어렵다. 그렇다고 신흥병기로만으로 대응할 상황도 아닐 것 같다.
정책의 역사여행을 해 보자. 일제강점기 이후 정책의 역사를 살펴보자. 그 역사속의 권력을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장인들의 기술 등 개인의 노력과 정부제도 중 누가 시장파급력이 쎌까? 당연히 제도의 파급효과가 강하다. 개인이 모여도 혁명까지는 된다. 하지만 혁명 이후의 과업은 보장되지 않는다. 촛불혁명의 미래도 예측불허인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가. 무엇으로 보완해야 할까.
제도들은 업체들을 규율한다. 해방 후 정부가 업계를 꾸준히 통제했다. 그에 발 맞춰 공급되는 술을 소비자들은 특별한 이견 없이 마셔왔다. 주력 주종들인 탁주,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시장은 그렇게 유인, 육성되었고 변화해 왔다. 제도의 중요성은 여러 말의 설명이 불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어떻게 개선시켜가야 할까?’라고 물어보자. 주류정책을 시대별로 구분할 때, 199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그 즈음에 글로벌화는 시장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외부 세상의 변화와 그 흐름 속으로의 제도변화와 함께 시장이 재편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의 국내 진입, 알코올 문제 중시나 환경 등의 다양한 정책관점이 출현한 것이다.
1998년 이전의 주류행정은 주로 제조와 유통부문의 주류면허, 징세관리 등을 기반으로 한 규제로 국세청이 관리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 사실은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려운 일이다. 주세가 국가재정의 심지어 20%에 이르렀었다는 통계가 그 상황을 잘 설명한다. 그 당시에는 소비수요가 큰 주류의 가격에 고세 율을 부과하고 주류산업 전체를 종합관리 하는 ‘종가세’ 체제도 당연지사였다.
1948년 헌법제정 이전에는 주세와 식량 확보가 중요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국가재정 확충을 위한 세율조정과 그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도 순리였다. 1970년대에서 1980년 대 까지는 기존의 정책골격을 유지하면서 수출용 주류에 세제혜택 지원을 했다. 한 푼이라도 외화수입을 늘려야 하는 당시에는 필요한 일이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세계경제에 보다 더 집중 편입되는 기간이다. 그 기간 중 올림픽도 개최되었다. 개방 분위기 속에서 면허제도 완화, 백미사용 허용, 농민주류제조 허용, 양주와 맥주세율의 인하 등 산업화와 국제협력촉진 정책이 도입되었다. 그 상황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크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1998년 이후 국세청은 ‘국민건강’ 측면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주세행정 운용방향 전환을 천명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국세청’이 ‘국민건강’에 관심을 갖은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랬던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가 주류산업 문제를 그다지 건드리지 못했고, 실제로 알코올 중독에 대한 예방치료도 전근대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 때 국세청의 정책문건에 ‘음주폐해 감축을 위해 주류산업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국세청 내부에서 국민 음주건강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정책이란 사안을 막론하고 주무부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청소년 음주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위원회를 일본국세청이 주도했었다는 사실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음주폐해감축, 주류공병 재사용, 전통주진흥, 주질과 위생관리 등 주류산업의 새로운 분야를 둘러싼 정책적 노력이 구체화되기 시작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13.5%(2005년)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WHO 서태평양 지역이나 세계평균(3.6%)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라는 통계자료들이 발표되면서 그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 후 보건복지부가 주류건강 문제 개입에 실질적으로 등장하고 주질 위생문제에 식약처가 개입하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3차 총회에서 알코올의 해로운 사용에 대한 글로벌전략(Global Strategy to Harmful Use of Alcohol WHA 63.13)을 발표(2010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류음용 규제의 기치를 들고 나섰다.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서의 구호에 영향을 준 것이다.
분 류 |
1998년 이전 |
1998년 이후 |
추구 가치 |
국세보전, 시장질서 안정성 유지 적정경쟁과 적정이윤 유지 |
시설, 자본 감축, 진입 편리성 제고, 산업경쟁력 제고 |
정부와 업체의 전략 |
품질개선과 세계화 대응 제조는 대형화 및 해외수입 대응 유통은 제한경쟁과 안정성 확보 |
정책목표 다지화, 경쟁기반 성장정책 주류제품 다양화, 전통주 신제품 개발 등 공급 다각화 |
희생 가치 |
제조업 다양성과 고급화 혁신적 유통업체 들의 탄생 |
사회적 활동과 공통체 기업가정신 업체간 협동과 신뢰 |
부작용 |
정부통제, 탈세, 불공정 부당거래 등 발생
|
혁신 없는 불안정 지속, 격차확대 낮은 이윤과 생산성 함정 결손 유통업체의 증가 |
◇ 주류산업 정책관리모델비교(1998년 이전 이후 비교)
정책성과를 제대로 보자면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먼저 보건복지부의 구호가 ‘실제 음주문제 예방치료에 효과적이었는가?’하고 질문해 보면, 아쉬운 측면이 크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주류정책의 기조가 변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와 시민의 실질적 활동보다 ‘국민건강기금’부과 등 재원조성에 더 집중했다. 게다가 시민들의 인식이 뒤쫓지 못해 주류광고와 야외음주에 대한 규제강화와 학교, 병원 등 공공시설 내 금주 등 노력도 시기상조인 주장이 되고 있다.
2008년 이후에는 주류산업에 대해 자유경쟁 방식의 진입자유화 노력이 추가되었다. 각종 규제완화가 여러 분야에 대해 추진되었다. 특히 전통주 분야의 규제완화는 전 방위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는 소위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보급을 목표로 주류산업 분야에 까지도 규제완화를 적극 확대하였다.
그 결과 2010년 이후에 이르러 주류정책이 주세징수 이외에 전통주 진흥, 위생안전, 주세징수, 공병환경관리 업무 등으로까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고 필요한 관계법들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종전과 달리 국세청의 업무를 분할하는 주장이 상정되었고, 수차례 논란 후 통과 되었다. 외국에서는 좀처럼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주류산업의 관련 업무분장이 식약처(주류안전관리 업무), 농식품부(전통주 진흥업무), 국세청(주류면허와 주세징수 업무) 등으로 3분된 것이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책검토를 해 보자. 주류산업의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한판의 논쟁을 치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규제냐? 진흥 및 성장인가?’의 선택도 그 중 하나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였는가? 또는 선택 해야 할까?’ ‘한 번이라도 그러한 정책적 선택을 감행한 적이 있는가?’ 우리 주류정책은 일제강점기, 해방 후 군정기, 정부수립 후 경제 성장기에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규제를 선택해 왔다. 논쟁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세계화 편입과 함께 경쟁적 시장의 전개기조 속에서 산업정책이 출현한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레 ‘규제’를 제치고 ‘산업진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주류산업 정책의 기조를 두고 관련자들이 격렬히 한판 승부를 걸고 한 자리에서 ‘국정 논의’를 한 흔적과 경험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마치 당연하듯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정책방향을 주장 해 온 것이 아닌가? 그 결과는 각개전투이자 각자도생이다. 정부부처 마다 방향성이 다르고, 이견이 생겨도 소위「국가차원의 주축」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부처 간의 이견이 생기기 전의 ‘사전조율도 흔치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밀고 당기는 법적 공방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또한 정부와 업계 간의 진지한 논의, 간담회, 공청회도 많지 않았다. 논의하는 시늉을 내고는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는 일도 왕왕 있었다. 시민차원의 반대나 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에 익숙지 않은 업계는 그저 순응하는 경험을 하기 비일비재하였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정책의 역사가 대체로 그랬다. 그 때 ‘누구에게 무어라 비판을 할 수 있겠는가?’ 아직 정부의 연한이 길지 않아 정책적 미숙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것인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류산업과 정책의 골격은 사실상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골격이 유지되는 것조차 ‘재설계’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은 일일 수 있다. 제대로 ‘설계’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물 흘러가듯 그저 그렇게 대응하는 일은 정책이 아니니 않은가.
2017년 5월 대선이후 주류산업관련 사회 환경적 규제나 일자리 창출 등의 과제도 더 불거질 전망이다. 소위 4차산업 혁명의 전개로 일자리 문제도 불거지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다수인 전통주제조나 주류유통업 부문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시대정신에 맞춘 주류산업과 정책의 제안, 결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 주류관계 주요 법(2017)
부 문 |
관계 법 |
주무부처 |
내용 |
주세 |
주세법 |
국세청 |
재원확보 |
시장질서 |
공정거래법 |
공정거래위원회 |
불공정거래 제거 |
환경 |
자원절약법 |
환경부 |
자원 재사용 에너지 감축 |
주질/위생 |
식품위생법 |
식약처 |
건강, 품질 |
보건/건강증진 |
국민건강증진법, 정신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청소년보호법 |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
주류광고제한경고표시문구의존자 치료판매금지 |
고용 |
중소기업법 |
중소기업청 |
양극화 해소 |
교육 |
학교보건법, 아동복지법 |
교육부 |
아동건강 |
안전사고방지 |
도로교통법, 수상레저안전법, 철도안전법, 항공안전 및보안에 관한 법률 낚시어선업법 |
경찰청 국민안전처 국토부 |
음주운전 |
주류(술)와 주류산업관련, 행정업무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공정경쟁 분야는 비용편익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세무조사인력 이상 공공인력이 충원되어야 할 분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소위 영세업체를 괴롭히는 불공정 거래행위가 주류제조 유통분야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해지고 있는 주류산업관련 정책과 관련 행정업무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농식품부, 식약처,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법무부, 경찰청뿐만 아니라 도처에 산적해지고 있다. 각개전투식 행정은 업계에 애로를 낳는 중복행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지금까지와 달리 향후에는 중소기업청. 노동부, 교육부, 국민안전처 등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산업과 정책 자체가 불확실성 투성이가 되고 있다.
관계법들도 주세법, 공정거래법, 자원절약법, 식품위생법, 국민건강증진법, 정신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청소년보호법, 중소기업법, 학교보건법, 아동복지법, 도로교통법, 수상레저안전법, 철도안전법,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낚시어선업법 등 다양해지고 있다. 한 번도 주류산업과 정책 관련법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주류관련 법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주류 새로운 관계법들은 2010년 이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들도 많다. 전통적 사안 이외에 새로운 사안이 추가되어 다중적 위험사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주류산업과 정책은 지난 7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그 역사를 공유하고 차분하게 검토하고 난 후 골격을 잡는 일을 시작해야 할 일이다. 부처 간 정책논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조직이든 네트워크이든 현실에 맞도록 세우고 한자리에 앉아 시도해야 맞다. 과거처럼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새 조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온 합의된 방향성 하에 ‘앞으로’가야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 주류정책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주류소비자인 시민, 업계, 정부부처 들 모두가 함께 나서야 제 길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