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술쟁이여, 단결하라!

유상우의 에세이

 

만국의 술쟁이여, 단결하라!

 

새로운 정권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탄핵으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부는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총리후보로 인선했다. 이낙연 총리후보는 막걸리를 마시며 야당 및 국민과 소통하겠단다.

소탈하면서도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신선하다.

원래 술이란 우주의 기운이 모인 음료로 이를 통해 소통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게 박근혜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라 술이란 우주의 나무 밑에서 솟는 지혜의 샘에서 나오는 물이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설화에는 위그드라실이라는 나무가 나온다. 위그드라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있는 나무이다. 이 나무가 지혜의 샘에 뿌리가 닿아있는데 그 지혜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벌꿀 술이다. 북유럽은 농업환경이 좋지 않아서 벌꿀로 술을 빚었다. 신혼부부는 벌꿀 술을 마셨는데 이것을 허니문이라 한다.

이 북유럽에서 나타난 영웅이 요즘 마블의 슈퍼 히어로 토르다. 망치를 돌려 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것으로 봐서 농업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유럽에 위그드라실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신단수(神壇樹)가 있다. 신단수는 위그드라실처럼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나무다. 신단수 아래 환인은 풍백과 우사, 운사를 데리고 내려온다.

풍백과 우사, 운사는 농업과 밀접하다.

우리민족은 하늘을 받들어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로 술을 빚어 조상의 은덕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술을 마시며 가족과 공동체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했다.

술은 지혜의 물로 둘러앉아 마시면 여론이 형성된다. 삼삼오오 모이게 되는 곳을 펍(pub), 주막 혹은 술집이라 부른다.

이낙연 총리후보가 소통을 역설한 것은 남북분단 뿐 아니라 여러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소통의 매개체가 막걸리라는 것은 우리의 농업을 존중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의 발로라고 이해하고 싶다.

 

적폐에 대하여

 

이왕 소통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전통술에서도 소통해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해보겠다.

술을 관장하는 세무서를 갈 때마다 나는 몸을 사린다. 혹시나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지는 않을지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관과의 관계가 형식적이고 일방적이다. 그러니 양조장을 통제하는 관에 대고 제도개선이니 이런 소리를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불합리한 제도가 참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이를 적폐라 하더라.

가장 큰 적폐는 출고가 제도이다. 문재인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전통술의 통신판매를 확대한다는 대목이 있다. 문재인대통령뿐만 아니라 농림부장과, 지자체,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통신판매 확대를 추진하고자 했으며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출고가 제도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이를 추진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라는 거다.

주류는 국세청에 출고가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100원에 신고를 하면 도매 혹은 소매, 소비자판매까지 전부 100원을 받아야 한다. 만약 110원을 받게 되면 세법 위반이고 이를 3번 이상 어기면 면허 취소다.

만약 출고가대로 소비자가를 받게 되면 도소매는 전부 무너진다. 현행 출고가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통신판매를 통한 직판은 도소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원천적인 장애다.

이를 도매 출고가와 소매 출고가 등 다중출고가를 만들면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고 통신판매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밖에도 반품이 안 되는 구조도 개선이 시급하다. 가령 추석에 마트에 술을 팔았는데 6개월 후 반품이 들어왔다 치자. 이미 세금 신고가 되어 있어 주세는 냈는데 반품된 만큼 주세를 돌려받지 못한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반품할 수 없는 주세법과 유통구조 탓이다. 참으로 빈대에게 삥을 뜯는 상황이다.

또 납세증지를 붙이지 않는 막걸리에서 과실주, 약주, 기타주류 등까지 납세증지를 면제해서 소규모 양조장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이밖에도 양조장들이 당면한 여러 개선점들이 많지만 이 지면을 통해 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 하우스막걸리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미 기존에 지역특산주 추천이라는 아주 우수한 제도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역특산주 제도에 비해 하우스막걸리는 훨씬 큰 장치면적과 시설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유통도 지역특산주는 일반음식점은 물론 소매도 가능한데 하우스막걸리는 일반음식점 납품 밖에 못한다.

웃기는 일은 우리 쌀 소비에 앞장서야 할 농림부가 하우스막걸리에 수입쌀을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서울의 종로구 등과 같이 농지가 없어 인접 시군구에서조차 원료를 구할 수 없는 지역만 지역특산주 제도에 보완했으면 하우스막걸리까지 가지 않고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오히려 하우스막걸리는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시장에 띄워 올렸어야 할 과제였다. 한창 막걸리바람이 불었을 때 막걸리만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양조장을 수출하는 모델을 찾았어야 한다.

서구의 하우스맥주처럼 우리 막걸리를 담을 수 있는 장비를 수출하고 독자적인 효모와 막걸리 쌀을 세계에 선보였어야 했다.

이러한 담론과 제도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양조장 사람들이 배제되었기에 나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거꾸로 말하면 내가 속한 양조장 사람들의 수동성을 이제는 진취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의 술쟁이여, 단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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