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잔에 詩 읽어주기

빈 술잔에 詩 읽어주기

 


이별이라는 거

 

이영식

 

 

쾌도로 내려칠까요

 

민어대가리처럼

뚝 잘라

맑은 국이라도 끓일까요

 

자, 한 그릇

당신과 내 가슴 우려낸

국물이예요

 

아직 싱겁나요

그럼 울음 몇 방울 섞어 드세요

 

쉿 뒷담화는 금물

눈물 비린내가 나니까요

 

 

 

♧ 안녕이라 말하지 마세요. 우리가 한 곳을 바라보던 그 소중했던 시간과 기억을 쾌도로 내려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민어는 대가리와 몸뚱이 어느 곳이 더 깊은 맛을 우려내나요. 지상에서 가장 맛깔난 이별을 요리해드리고 싶어요.

 


이영식 시인

경기 이천 출생. 2000년「문학사상」등단.

2011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2012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수상(문학부문).

2012년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

시집:「휴」,「희망온도」,「공갈빵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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