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 마셔야 출세도 한다

김원하의 醉中眞談

 

술! 잘 마셔야 출세도 한다

 

 

1920~1933년 사이 미국은 술 생산과 판매를 금지시키는 이른 바 ‘금주령(禁酒令)’이 발포된 시기이다. 이 때문에 ‘알 카포네’는 밀주 사업으로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알 카포네가 밀주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술을 찾는 주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큰 가뭄이 들거나 흉작·기근이 들 경우 나라에서 술 마시는 것을 금하는 금주령을 내리곤 했다. 1392년 조선개국 직후 흉작으로 인하여 금주령을 내린 것을 비롯, 태종 때는 거의 매년 내려졌고, 성종과 연산군 때도 자주 행했다고 한다. 영조 34년(1758년)에는 큰 흉작으로 궁중의 제사에도 술 대신 차를 쓰기도 했다니 금주령이 얼마나 엄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뜬금없이 금주령을 꺼내 든 것은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원장 정기혜)이 과도한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알코올 멈추면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10월 6일(금)부터 ‘리스타트(restart) 트럭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팔도강산 절주 여행’을 진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가(경북대, 전북대, 충남대 등), 지역 축제장소(강릉 커피축제), 전국체육대회장(충주) 등 전국 9개 지역을 리스타트 트럭이 돌며, 음주폐해예방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이 사회에서의 음주문화가 바로 서지 못해 캠페인이라도 벌여서 바로 잡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이들 생각 같아선 금주령이라도 내려서 술 없는 사회가 되면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되리라 믿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물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누가 시비를 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음주폐해예방 교육에 앞서 어떤 것이 올바른 음주문화 인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은 있었든가를 생각해 보자.

술 마시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젊어서 술을 배울 때 잘못 배워서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비뚤어진 음주를 바로 잡기 위해선 최소한 고등학교부터라도 술은 어떻게 마시는 것이 몸에도 좋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잘 마셔야 인정받게 된다는 것 등을 교육시켜야 한다.

음주교육을 정기 교육과정에 넣을 수 없다면 고등학교 졸업 전 약 1개월간의 공백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시켜도 좋다. 이 기간은 학생들이 나태해져서 또래끼리 뒷골목에서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술은 인류가 존재 하는 한 존재한다. 또한 술은 인류와 같이 성장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이는 술에 대한 폐해 못지않게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생활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퇴근 후 직장동료나 상사와 어울린 술자리에서 어떻게 술을 마시느냐에 따라 인물평이 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지 않는가.

평소 근무성적이 좋다가도 상사와 어울린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대들거나 주사를 부려 찍히게 되면 승진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이른바 두주불사(斗酒不辭)가 아니라 술자리의 분위기에 맞춰 적당량 마시는 것이다.

적당량이라는 수치가 애매할지 모르지만 자기의 주량의 70%정도만 마시면 몸에도 무리가 가지 않고 술로 인한 실수도 않을 얼큰히 취할 정도가 아닐까.

술은 커뮤니티(community)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기계를 스므스하게 돌리기 위해서 윤활유가 필요하듯 인간사회에서 술은 필요조건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귀한 존재다.

그러나 변영로(卞榮魯)의 ‘명정(酩酊)40년’에 나오는 ‘주도의 명인’을 자처했던 오상순(吳相淳), 염상섭(廉想涉), 변영로처럼 취기가 올라 옷을 벗어던진 채 소에 올라타고 시내까지 진출하는 기행만 벌리지 않는다면 술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청명하니 한 잔/ 날씨 궂으니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마음이 울적하니 한 잔/ 기분이 상쾌하니 또 한 잔’…변영로의 ‘나의 음주변(飮酒辨)’의 일부다. 날씨 핑계 대고 한 잔 해야 할까 보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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