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 설계할 구상이 필요하다(上)

조성기 박사의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 ⑥

주류산업과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 설계할 구상이 필요하다(上)

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 박사)

총체적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의미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한 중소기업의 수제맥주가 청와대 만찬 석상에서 화합의 술로 선택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새 정부가 없는 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상징적 행사였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막걸리 홍보대사로 나섰다는 보도가 계속된 적이 있었다. 수요확대는 일시적인 일로 끝났고 그 후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경험이 있다. 근본은 두고 홍보성 행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정부 연구용역결과를 가지고 ‘주세체계’ 개편 공청회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주세체계를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자는 논의였다. 종량세는 국민 건강을 위해 독한 술에 주세를 많이 부과하여 주세를 글로벌 표준화하자는 논의다. 하지만 그 같은 포장 속에 주세율을 인상하자는 대책을 논의했다. 여지없이 각 언론들은 체제개편 이야기 보다는 세율 인상을 하자는 공청회였다고 적었다. 공청회 진행자가 주세인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정책적 개선 보다 정치적 의도가 보였다고 소비자들이나 언론들이 읽은 것이다.

며칠 전 전통주 관련 회의가 있었다. 민간단체의 사업회의다. 주류정책 연구자로서 빠질 수 없는 모임이므로 참가했다. 모임의 좌장인 한 전통주협회장은 “전통주 살리기 노력도 이젠 지친다. 다 그만 두고 싶다.”고 했다. 백전노장인 회장이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전통주 정책이 총체적 위기상황 하에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자리였다.

이제 대형 주류제조업체들이나 도매업체들 조차도 전환기를 넘어 위기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인구, 환경, 날씨, 수요역량, 정책, 글로벌 주류업체들과의 경쟁,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등 어느 하나 산업계에 간단한 징후는 없다. 그러니 주류업계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금 위기를 말한다. 위기다. 위기.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이(통계청)

사실 인구절벽에 대한 꾸준한 예측치가 가장 큰 위험신호다. 베이비붐 세대는 본격적으로 노년층 진입을 2020년부터는 시작되어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에 노인 7.2%의 고령화 사회였다. 내년 2018년에는 14%,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노인이 20%에 달한다. 술 마실 사람이 있어야 술이 팔린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초유의 로봇 사용국가라는 조사가 연일 보도된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로봇이 술을 마실 리는 만무다. 음주자들의 취향도 글로벌화 시대에 적극 참여하면서 개인화 되었다. 그 선호를 맞추는 주류만 생존할 징후도 커지고 있다.

 ◈최근의 출고량과 출고금액(2011, 2013, 2015)

구 분

2011년

2013년

2015년

출고량

출고

금액

출고량

출고

금액

출고량

출고

금액

탁주

458,198

509,710

426,216

473,785

416,046

470,061

약주

18,975

106,653

14,538

84,145

11,332

67,588

청주

19,301

106,217

18,998

114,989

18,459

111,861

맥주

1,963,170

3,803,774

2,062,054

4,301,403

2,040,833

4,339,914

과실주

19,866

135,108

17,881

125,524

15,737

111,532

증류식소주

609

9,555

658

11,491

954

19,458

희석식소주

923,024

2,867,375

905,903

3,115,312

955,507

3,466,624

위스키

1,954

124,593

940

67,043

439

29,506

브랜디

75

675

75

827

71

854

일반증류주

3,925

14,917

4,787

20,058

5,449

21,825

리큐르

306

3,137

278

2,549

29,856

194,793

기타주류

2,396

13,376

2,594

15,312

3,921

24,314

주정

284,490

449,681

282,704

479,266

305,496

503,313

합 계

3,696,289

8,144,771

3,737,626

8,811,704

3,804,100

9,361,643

자료: 국세청

 우리나라의 주류출고 구조로 보면 맥주, 소주, 탁주의 순이다. 단순하게 구성된 우리의 생산구조가 미래 소비구조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서로 상응해야 균형이 이루어지거만 불일치가 커지고 있다. 그 시장결과는 단기적으로 수입주류의 폭발적 증가로 나타난다. 시간이 가면서 불일치 부분이 더 커지고 그 시장내부에서 국내 대체품이 개발 되지 않을 경우 수입품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장논리상 당연한 일이다.

불일치는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술은 ‘여가’로 불리는 ‘시간’과 관련성이 크다. 직장인의 경우는 일과 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게 될까? 그들의 인식, 태도, 행동,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음주량이 급변한다. 과거처럼 소비자가 술을 절대적인 시간 소비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변화가 오고 있다. 영화, 연극, 평생교육, 게임, 인터넷, 핸드폰 등 시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늘고 있다. 수입주류 만이 국내주류의 수요를 대체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제 주류의 경쟁자는 술 이외에도 너무나 많다.

수입주류의 경우 국내주류의 수요를 대체하는 주류는 맥주, 와인, 위스키뿐이 아니다. 사케, 쇼추, 데킬라 등의 수입량도 점점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주류는 수천종의 다양하고 품질 좋은 예비군을 가지고 있다. 각국에 그 예비군이 품질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은 기후조건도 좋아 원료 생산비가 엄청나게 싸다. 그럼에도 그에 대응하는 한국의 주력 병력은 품질이 비슷한 소주들, 비슷한 맥주들, 역시 비슷비슷한 탁주들이다.

앞뒤를 맞춰보자. 시장에 나가 현재의 주력 주류와 소비자의 선호도와 줄긋기를 해 보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줄긋기’에 실패하면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기존 주력주류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 조짐이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사실 10년도 넘은 일이다. ‘아직은 아니야!’하고 주장하면서 그 변화를 눈치 채고도 여전히 임시변통적 작은 개선만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국내 주류산업이다. 그 정책을 담당한 정부도 역시 심각한 고민에 나서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틀린 일일까.

그래도 주류시장은 그저 그런대로 유지 되고 있다. 여전히 늘고 있는 것은 출고량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총매출액이 크게 저하된다던가 하는 위기 신호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위기는 아직 잠재해 있다. 즉 전체 시장상황과 내부의 구조변화는 다르다. 맥주, 와인 등 저도 수입주류의 증가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주류로 재편되는 상황은 이제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1인당 알코올소비량 통계도 10년 전부터는 살며시, 그리고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 40여 년 동안의 상황과 아주 달라진 것이다.

 ◈ 1인당 순알코올음용량(소비량은 ℓ,07년 대비 100%)

▴2007년 9.48(100)▴2008년 9.67(102.0)▴2009년 9.10(96.0)▴2010년 9.20(97.0)▴2011년 9.18(96.8)▴2012년 9.16(96.6)▴2013년 8.73(93.0)▴2014년 8.99(94.8)

자료: 한국주류산업협회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별다른 정책적 산업적 노력을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자사 주류로 시장 승부를 걸기보다 직접 수입주류를 취급하여 전체 매출액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자료들을 접할 때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소주는 소주의 도수 특성을 파괴하면서까지 도수를 낮춰 저 도주 선호 추세를 쫓아가거나 선도했던 것이 아닌가. 1924년 35도로 탄생된 소주가 1973년에 25도로 자리를 잡다가 2006년에 20도 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소주 도수가 13.5도까지 내려가 와인, 약주, 청주 등과 구분이 불가능해 졌다. 과연 소주의 도수 특징은 무엇인가?

정체성 논란이 커졌다. 저 도주로의 변화를 거듭한 소주가 순수한 품질개발이 아니라 주정과 첨가물 추가를 통해 품질변화를 급속히 해냈다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같은 변화 또한 신상품 개발이라고 대변하고 싶지만 ‘근본적인 품질혁신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지 않은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도수 저하의 상황이 늘어나는 것은 여성음주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성음주 증가가 저도 화를 유도한 것인지, 저도화가 여성음주를 유도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여성음주는 여성의 사회화와 소득증가로 자가발전 한 것이어서 저도 화와 여성음주 증가는 평행선을 달렸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해석일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여성음주의 팽창을 가져와 여성의 음주건강 악화에 술이 미친 악영향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여성알코올 증후군이나 여성들의 폭음 과음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주류업계에 주어지게 되었다.

청소년 음주도 저도 화와 관련성이 있다. 청소년음주나 청년층의 음주는 소주를 주스나 에너지드링크에 섞은 저도 과실주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이 또한 선후관계는 여성음주와 유사하나 유럽에서 시작한 알코팝스나 일본의 RTD(Ready to Drink) 등 청소년 선호 주류에 대한 알코올 문제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들 저도주류와 과실주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은 이른바 글로벌 추세이나 본질적으로 새로운 주류개발이라기 보다는 기존주류의 변형주류가 제작된 것이어서 혁신 지향적 변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사회지탄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할 상품이 아니었나 싶다.

◈ 주요 소주의 도수 변화(단위:%)

◇참이슬·처음처럼 ▴98년 23▴99년 23▴01년 22▴04년 21▴06년 20.1▴07년 19.5▴12년 19▴13-14년 18(2006년의 경우만 처음처럼 20)

자료: 언론 자료취합정리

그러한 정황을 볼 때 주류산업계의 주력 층이 저 도주로 도수를 낮춰 시장을 늘리는 데 그쳐 ‘원료비 절감을 통해 이윤증가’를 도모했노라 미소 짓지는 않았는가라는 측면에서 업계 전체의 성찰이 필요한 국면이라 아닐 수 없다.

혁신 없이 추진하는 ‘시장 적응적 마케팅 전략(Adaptive Market Strategy)은 시장 몫(market share)을 수입주류에게 나눠 줄 수밖에 없는 자기 파괴적 전략(self-destructive strategy)이 아니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맥주도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다. 그 평가가 사실이고 아니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이 더 근거가 있다. 고객만족 이론으로 검토하더라도 고객만족도 조사결과가 옳다.

◈ 맥주의 고객만족도 수준(2015)

클라우드 75하이트 74오비 74아사히 73하이네켄 73기네스 73

주: 한국생산성본부와 미시간대학교의 NCSI측정 결과

하지만 그 같은 단순 비하적 평가에 ‘이것이 기회’라고 보며 보다 더 적극적으로 품질개선과 제품다양화로 적극 대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시장이 그래도 성장세를 보일 때, 아사히맥주나 칭다오맥주와 같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품질혁신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고품질 원료의 재배나 다양화, 국내 곡물 사용, 고객지향 맛과 향의 일치, 공정개선, 브랜드력 강화, 다각적 기술협력 등 시대를 읽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에 개탄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홍콩시장도 우리 맥주의 브랜드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ODM 전략으로 시장진출을 하는 것도 품질을 인정받은 좋은 성과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도 ‘2%, 아니 그 이상’ 부족한 것이 아닌가.

국내 음주자의 선호변화에 대응하는 제품 다양화 노력을 준비했어야 했다. 아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신제품전략을 유사제품의 리뉴얼전략으로 틀어막는 방식은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눈가림이다. 이 또한 임시변통적 시장전략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진입한 제 3의 업체가 순식간에 약진을 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때 이미 업계는 알아챘어야 한다. “조금만 달라져도 소비자는 그리도 가는구나.”하는 시장의 변화를. 어쩌면 이미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일 수 있다. 그래도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상황을 경쟁증가로 인한 시장 몫 분할이라고 하고, 정책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었던 문제로 인식할 일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의 선호를 보다 자세히 읽는 계기로 삼고 창의적인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제품혁신과 제반 기술 경쟁력 제고, 연구개발 강화 등의 전략을 꾸준히 구사하는 것이 진짜 차별화 전략임을 깨달아야 했다. 정체성 조차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성찰이 또 필요했다는 것이다.<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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