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文學의 토론의 광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주 가치 재발견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제기
‘전통주 가치 재발견을 위한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이 지난 달 26일 남양주 청소년수련관 3층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전통주진흥협회(회장 김홍우)가 주관한 이날 심포지엄은 경기도 ‘남양주 슬로라이프 국제대회(9.22~26)’의 대미를 장식한 프로그램으로 민간차원에서 전통주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전통주산업 진흥 및 음식관광 활성화 기반을 통한 전통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개최되었다.
남양주시는 2013년부터 매년 가을 국제대회와 국내대회로 번갈아 슬로라이프 대회를 열고 있다. 2013년 슬로푸드 국제대회로 시작해 2015년 슬로라이프 국제대회로 이름을 바꿨다.
슬로라이프는 슬로푸드에 일상생활·문화까지 더해 확대한 개념이다. 슬로푸드는 전통적이고 생태 친화적인 음식문화를 지키고 활성화해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운동이다.
올해는 새로 쓰고(Renew), 다시 쓰고(Reuse), 줄여 쓰고(Reduce), 모아쓰고(Recycle), 오래 쓰는(Return) 것 등 5R을 핵심주제로 열렸다.
시포지엄이 열린 대강당에는 전국에서 전통주에 관심 있는 10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 주제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김홍우 전통주 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통주는 생산자단체가 스스로 생산하거나 주류제조장 소재지 관할 또는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생산한 주류여서 전통주의 소비가 증가할수록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전통주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회사에 이어 부대행사로 2016년 제11회 국제코리안컵칵테일대회에서 한국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선보여 우승을 차지한 서정현 바텐더가 전통주 칵테일 쇼를 펼치고 그가 제조한 칵테일을 나눠줘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주최 측은 “원래 심포지엄은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담론을 나누던 것이 원조”라면서 참석자들에게 칵테일을 돌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성기 박사(아우르연구소 소장, 경제학)는 ‘주류산업과 전통주의 정책과제, 미래 정책 방향’이란 주제 발표에서 “미래에도 술은 존재할까? 술에 대한 인식, 태도, 음주 가치관은 유지될까?”라는 문제를 던져 놓고 “인공 지능 등 기술이 발전해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는 순간을 맞는 순간이 도래했을 때 기득권 주류 시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를 묻고 나서 “酒文學의 토론의 광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Slow 문화로, 빠른 과학 기술 발전이 Slow 사는 인간, 빨리 만드는 술인 Slow만들고, 마시는 술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객관적 데이터, 전문가·행정가·소비자·협단체종사자 등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 했다.
조성기 박사는 “주류의 종량세 국가와 종가세 국가의 주세 과세기준 차이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전통주를 비롯해 국내 주류가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수입주류에 대한 과세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또 “전통주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농업과 연계성 강화를 위해 국산농산물을 사용하는 전통주에 대해선 주세 영세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두 번째 주제 발표는 남태우 중앙대 명예교수(문학박사)가 ‘불타는 물, 그 야누스적 알레고리, 알코올’이란 주제로 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및 고찰을 담은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남 교수는 “천지미록(天之美祿), 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록(食祿)’이라는 말로, 술의 아름다움을 일컫는다”면서 “플라톤도 와인을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 한 것이 알코올이라고 칭송 했지만 어디까지나 겸손하고 절제된 태도로 마셨을 때만이 신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면서 적당히 잘 마시면 그 보다 좋은 약은 없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술’이라는 말의 어원은 ‘불타는 듯 한 화끈한 물’, 또는 ‘불타는 물’이라는 의미의 ‘수불(水火)’에서 시작하여 ‘수울’을 거쳐 ‘술’로 정착된었다는 것이 일반론”이라고 밝히고, “술은 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이를 마시는 사란의 마음과 몸속에서 불과 같이 타오르게 하고 있다”고 정의 했다.
남 교수는 “술을 마심에 있어 항상 음수사원(飮水思源)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하지만 이는 적당히 마셨을 때 이야기지 지나치게 마시면 ‘백독지장(百毒之長)’의 야누스(Janus)로 변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주제 발표가 끝나고 나서 김홍우 전통주진흥협회장을 좌장으로 한 토크소가 진행되었다. 김 회장은 “전통주는 2010년 소위 ‘전통주법’ 제정을 통한 국회 및 정부의 강한 육성 및 진흥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법 제정 단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법 제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대부분 주류선진국에 비해 전통주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패널로 나온 이효재 디자이너(자연주의 살림예술가)는 “외할아버지의 술안주 타박 때문에 어머니가 늘 술안주를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 오늘 날 자연주의 살림가가 되었다”면서 “가양주, 전통주의 별난 술안주를 개발하게 된 뿌리는 외할아버지의 술안주 타박에서 비롯되어 감사(?)하게 생각 한다”고 했다.
김종애 관장(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은 “과거처럼 집집마다 술 빚는 문화가 다시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함으로 다양한 전통주가 발전되고 계승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 경영이사(한국문화재단)는 “한국의 집에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전통주를 제공해 본 결과 전통주와 안주는 불가분의 관계로 다양한 전통주를 다양한 안주를 곁들여 시도하고 있는데 점차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김홍우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관리 업무가 분산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법 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교하고 일관된 ‘전통주 진흥 관리시스템’의 부재해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날심포지엄에서는 서정현 바텐더와 이효재 디자이너에게 전통주진흥협회 등이 운영하는‘대한민국 전통주서포터즈’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