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이 녹는 시간
이 영 식
당신이
꽃이 아니라 좋았어요
한 열흘 보고 지는
꽃이었더라면
나는 너무 슬펐을 거예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추기경님은 70년이 걸렸다하셨지요
각설탕이 녹은 뒤
당신 떠난 그 빈자리에
이제 겨우
입술까지 내려온 내 작은
사랑
머그잔 곁에
짐짓, 불러 앉혀볼래요
♧ 각설탕이 녹는 시간을 재 본 적이 있나요? 사랑을 거두고 떠나야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길게 느껴지고, 그 마음 붙잡아 앉히고 싶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아쉽고 짧은 순간이겠지요. 순백의 사각결정체, 온몸 녹여서 검은 커피 잔 속에 보시 해 본 들 이별의 맛이 달콤해질까요? 영원을 약속했던 사랑도 슬금슬금 녹다 보니 어느새 블랙커피 같은 슬픔의 쓴맛이 되었네요.
*각설탕 사진 naver 사진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