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문화는 왜 수입이 안 되나

김원하의 醉中眞談

 

미국의 정치문화는 왜 수입이 안 되나

 

 

어렸을 적 이야기다. 양코백이(미국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들이 눈 ×은 우리 꺼와 다르다고 했다. 미제(美製)라면 사족을 못 쓰던 시절이라 ×도 분명 다를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기야 우리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고 미국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단이었으니까 다르긴 다르겠지만 미제라면 무엇이든 좋아 보였던 시절 ×마저 비교 대상이었다.

미국은 우리 보다 몇 배 힘이 센 나라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재채기가 태평양을 건너서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는 태풍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미투(#MeToo)바람도 미국이 근원지다. 지난 해 10월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턴이 여배우와 여직원을 상대로 각가지 성추행 및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미투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 불똥이 우리나라로 번져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미투가 촉발되었다. 이 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계는 물론이고, 교육계로 번진 미투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미투를 의심받던 조민기 배우, 어느 대학교수는 자살이라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성폭력문제는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터졌지만 신문의 가십성 기사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지 지금처럼 전국을 강타 한 적은 없었다. 이 또한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강대국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미투마져 미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른바 빈티지 패션도 그렇다. 미국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청바지를 주로 입는다.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색도 바라고 찢어지기도 한다.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였던지 젊은 층에서 이와 비슷한 옷들을 입자 어느 사이엔가 우리나라에선 그런 넝마 같은 것을 수입해서 비싸게 판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옷을 찢고 자르고 해서 무릎이 툭 튀어나오도록 하여 입고 다닌다. 꼴 볼견이라고 하면 꼰대 취급을 받겠지만 이 또한 미국풍이니 어쩌랴.

그런데 정작 수입(?)해야 할 일들은 들여오지 않는다. 정치문제가 그렇고, 시위(示威)문화가 그렇다. 가끔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뉴스 가운데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행사에 참가해서 덕담을 나누며 환담하는 모습을 본다. 참으로 부럽다.

우리는 기껏해야 새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취임식에서나 전·현직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것을 볼뿐이다. 때론 당선자가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는 일도 있지만 그 또한 진정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나라의 어른이다. 그런데 퇴임 후 이런저런 문제로 재판도 받고 감옥에도 간다. 물론 잘못을 저질렀으니 죗값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죄 지은 사람을 사해(赦-) 주자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만에 전전(前前) 대통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다.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다섯 번째다.

평창페럴림픽엔 인색했던 방송국 중계차들이 장사진을 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생중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 좋은 일도 아니고 보고 싶지도 않은 장면을 몇 번씩 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소시민이 바라는 것은 법을 집행함에 있어 공정성이다. 몇 십 년 전에 죄 지어서 감옥에 갔던 사람들이 그 후 다시 재판을 받고, 무죄판결을 받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그러면 막대한 세금을 들여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금 감옥에 있는 사람도 현직에 있을 때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다. 누가 알랴 정권이 바뀌어 지금 감옥에 있던 사람들도 무죄를 받을 지….

이는 법원이 윗선을 보며 고무줄 잣대로 입맛에 맞도록 죄를 재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소시민이 쐐주 한잔 마시고 술주정하는 것이라 여겨도 좋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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