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내리게 하고 양기를 돕는 송령주(松鈴酒)·솔방울술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스토리텔링(47번째 이야기)

 

음식을 잘 내리게 하고 양기를 돕는 송령주(松鈴酒)·솔방울술

  

우리 선조들은 평소 즐겨 빚는 술에 꽃은 물론이고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계절 감각이나 약효와 향기를 불어넣는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다양한 가양주문화를 가꾸어왔다.

‘송령주(松鈴酒)’도 그중 하나로, 이른 봄의 ‘송순주’를 비롯하여 송화를 이용한 ‘송화주’, 솔잎을 이용한 ‘송엽주’, 소나무의 잔가지를 이용한 ‘송절주’, 그 외에 ‘송지주’와 ‘송액주’, ‘송지주’, ‘송근주’, ‘송하주’, ‘와송주’에 이르기까지 소나무를 이용한 전통주는 참으로 다양하다.

‘송령(松鈴)’이란 솔방울을 가리킨다. 초여름 무렵에 송홧가루가 다 날리고 나면, 소나무가지 끝과 마디마디 사이에 팽이모양의 열매가 맺히는데 이것이 솔방울이다.

겨울로 접어들 무렵이면 비늘처럼 붙어 있던 껍질이 벌어지면서 솔 씨를 날리게 되는데, 이 솔방울이 완전히 여물게 되면 암갈색으로 바뀌므로, 초록색을 간직하면서 여물기 전의 솔방울을 여름철에 채취하여야 한다.

채취한 솔방울은 물로 깨끗이 씻은 뒤, 한번 쪄서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 두고 말려서 두고두고 사용하면 좋다. 또 가능한 초여름에서 한여름 사이에 솔방울이 큰 밤톨크기만 했을 때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열매가 심하게 자란 것은 송진이 많아 술 빚기에는 적합지 못하다.

솔방울을 말려 두면 역시 암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솔방울의 주성분인 송진이 탄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공기 중에서 산화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주로 햇것을 채취하여 바로 술을 빚으면 좋은데, 물에 깨끗이 씻고 바로 물에 삶아서 사용해야 하나, 여분의 것은 그늘에 말려 두거나 쪄서 건조시킨 후에 사용하여도 된다. 솔방울을 물에 삶아 내고 얻어진 물(농축액)을 양주용수로 사용하는데, 술을 빚는 동안에도 산화하여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酒方文>을 비롯하여 <술 만드는 법>, <양주방>, <규중세화>에 ‘송령주(松鈴酒)’ 또는 ‘솔방울술’로 등장한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들 문헌의 주방문을 근거로 한 ‘송령주(松鈴酒)’는 그 맛이 약간 쓰고 떫으며, 술맛과 향기보다는 송진 냄새가 강하여 마시기가 쉽지 않았으나, “음식을 잘 내리게 하고 양기를 돕는데 효용이 있다.”고 알려진 바, 술이라기보다는 약이라고 할 수 있어, 술이라는 생각보다는 질병치료나 예방 목적의 약용약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술 빚기에 쓸 솔방울은 아무 소나무가 아니라, 본줄기의 표피가 붉은색을 띠는 적송(붉은 소나무)에 달린 솔방울을 채취하여야 한다. 또 한 나무에 지나치게 열매가 많이 달린 것은 좋지 못하므로 피하고, 솔방울의 표피가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을 채취하도록 한다. 한 나무 가지에 더덕더덕 달라붙어있는 솔방울은 그 맛이 쓰고 향이 약할 뿐더러 약효도 떨어진다.

소나무의 수명이 다한 경우 솔방울이 많이 맺히게 되는데, 이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종족보존 본능에 따라 씨앗을 많이 퍼뜨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솔방울의 크기를 선택할 때도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것은 피하고, 어린 풋살구만한 것이 가장 좋다. 이 솔방울을 채취하여 꼭지를 따내고 물에 깨끗하게 씻었다가, 물과 함께 삶고 적당히 달여졌으면 솔방울과 솥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차게 식혀서 사용하는데, 센 불로 단시간에 졸이게 되면 물 위에 기름기가 뜨고 심하게 붉은 색과 함께 쓰고 떫은맛이 강해지므로, 은근한 불에서 천천히 달여야 한다.

또 솔방울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술의 발효가 안 되거나 더디고, 오래 방치하면 공기와의 접촉으로 심하게 붉어지므로, 가능한 빨리 술을 빚는 것이 좋다.

또한 쌀의 양이 적게 사용되면, 역시 발효상태가 고르지 못하여 좋은 술을 얻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정한 양을 지키도록 하고, 쓴맛과 떫은맛이 싫거나 그 맛을 부드럽게 하려면 쌀의 양을 두 배로 늘리면 더욱 좋다.

결국 <酒方文>을 비롯하여 <술 만드는 법>, <양주방>, <규중세화>에 ‘송령주(松鈴酒)’ 또는 ‘솔방울술’에 수록되어 있는 ‘송령주’는 술맛이나 향기를 즐기기 위한 방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약으로 쓰기 위한 방문으로 현대인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솔방울의 양을 3되~ 5되 분량으로 줄여서 사용하거나, 반대로 쌀의 양을 2말 정도로 늘려서 빚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다.

‘송령주’가 음식을 잘 내리게 하고 부인들의 산후 골절통과 노인성 신경통, 반신불수, 수족마비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왔다. 따라서 노인을 모시는 가정에서는 상비하여두면 좋을 것이다.

 

솔방울법(송엽주) <규중세화>

술 재료 : 멥쌀 5되, 누룩 2되, 솔방울 달인 물(솔방울 1말, 물 3동이) 2동이

술 빚는 법 : ① 솔방울이 푸르렀을 때 1말을 채취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다.② 솥에 물 3동이(말)를 붓고, 솔방울과 함께 은근한 불로 끓여서 2동이가 되면, 고운에 밭쳐 솔방울과 찌꺼기를 제거한다.③ 솔방울 달인 물을 차게 식혀서 술독에 담아 안친다.④ 멥쌀 5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다.)준비한다.

⑤ 솥에 솔방울 달인 물을 붓고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고 팔팔 끓여 죽을 쑨다(익었으면 퍼내어 그릇에 퍼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⑥ 차게 식은) 죽에 솔방울 달인 물과 누룩 2되를 섞어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⑦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익기를 기다려 떠서 마신다.

*주방문 말미에 “익거든 먹으면 가장 좋고, 음식이 잘 내리고 야자로와 빛이 더 나난이라.”고 하였다. <양주방>의 ‘솔방울술’, <술 만드는 법>의 ‘송령주’와 방문이 매우 유사하다. ‘송엽주’를 응용한 주방문이다.

<송엽주 솔방울법> 생솔방울 한 말에 물 세 동이로 끓여 두 동이 되거든 거재하여 차거든 항에 넣고, 또 백미 닷 되로 묽게 죽 쑤어 누룩 두되 섞어 익거든 먹으면 가장 좋고, 음식이 잘 내리고 야자로와 빛이 더 나니라.

 

송령주 <술 만드는 법>

술 재료 : 송령 1말, 멥쌀 1말, 누룩가루 3되, 물 3동이

술 빚는 법 :① 솔방울이 푸르렀을 때 1말을 채취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다.② 솥에 물 3동이(말)를 붓고 솔방울을 넣어 은근한 불에 끓여서 2동이가 되 면 베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한다.③ 솔방울 달인 물을 (차게 식혀서) 술독에 담아 안친다.④ 멥쌀 1말을 준비한다.(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쪄서 무른 고두밥을 짓고,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그릇에 퍼 담는다.)⑤ 고두밥에 솔방울 달인 물 2동이를 퍼 붓고, 주걱으로 골라 두었다가, 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고루 헤쳐서 고루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⑥ 술독에 불려 둔 고두밥에 누룩가루 3되를 섞어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⑦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익기를 기다려 떠서 마신다.

*<양주방>의 ‘솔방울술’과 주방문이 유사하다.

 

솔방울술 <양주방>

술 재료 : 솔방울 1말, 멥쌀 5되, 누룩 2되, 물 3동이, 물 (1말)

술 빚는 법 :① 솔방울 1말을 채취하여 물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② 물 3동이를 솥에 붓고 끓이다가, 솔방울을 넣고 은근한 불로 달여서 물이 2동이가 되게 한다.③ 솔방울 달인 물을 고운체나 면보로 걸러서 부유물과 찌꺼기를 제거한 후, 소독하여 준비해 둔 술독에 담아 놓는다.④ 희게 쓿은 멥쌀 5되를 (물에 씻고 또 씻어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건져 놓는다(물기를 뺀다). ⑤ 불린 쌀을 물 (1말)과 섞고) 누그름하게(좀 무르게) 죽을 쑤어 퍼낸다.(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⑥ 죽에 누룩 2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⑦ 술밑을 솔방울 달인 물 담긴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⑧ 술이 익어 맑게 가라앉았으면 떠서 마신다.

*주방문 말미에 “흉년에 더욱 좋으니, 굶주려 누렇게 뜬 빛을 없애고 병도 낫게 한다.”고 하였다. 죽을 쑤는데 사용되는 물의 양이 나와 있지 않다.

<솔방울술> 솔방울 한말을 물 세동이에 다려 두동이가 되거든 찌꺼기를 없이 하여 물만 독에 부어라. 희게 쓴 멥쌀 닷 되를 누그름하게 죽을 쑤어, 누룩 두되를 섞어 그 독에 넣어 두라. 익어 맑거든 먹어라. 흉년에 더욱 좋으니 굶주려 누렇게 뜬 빛을 없애고 병도 낫게 한다.

 

송령주(松鈴酒) <酒方文>

술 재료 : 멥쌀 5되, 누룩 2되, 솔방울 1말, 물 3동이, 물 (1말)

술 빚는 법 : ① 정기 있는(푸르게 맺혀 싱싱한) 솔방울 1말을 따다 깨끗이 씻은 후, 물 3동이를 붓고 삶아서 남은 물이 2말이 되게 달인다.② 솔방울 달인 물을 베에 받쳐 찌꺼기를 제거한 후, 차게 식기를 기다려 술독에 담아 놓는다.③ 멥쌀 5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헹궈 건져서) 물기를 빼 놓는다.④ 불린 쌀을 물 (1말)에 넣고 끓여 팥죽처럼 된 쌀죽을 만든다.(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 쌀죽에 누룩 2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 술밑을 솔방울 달인 물이 담긴 술독에 담아 안친 후, 주걱으로 휘저어 술밑을 풀어 놓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는데, 술이 익는 대로 채주하여 마신다.

*주방문 말미에 “음식을 잘 내리고 양(陽氣) 키우는데 하나니라.”고 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