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녕하 칼럼
벽오동 심은 뜻은
권 녕 하/ 《한강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벌써 한세대 전이 됐다. 모 가수가 불러 히트곡이 된〈벽오동 심은 뜻은〉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데~ 느낌이 참 색달랐다. 엔카와 비슷한 뽕짝 리듬이거나 쎄시봉 그룹 또는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을 통해 나온 포크송 등이 주류로 통하던 대중음악계에 갑자기 국악풍의 노래가 등장한 것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 곡이 의외로 히트곡 반열에 올라간 것이다. 사람들은 그 노래를 여기저기서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이 톤의 음색을 자유자재로 뽑아내는 가수의 능력이 단연 돋보였던 노래였다.
얼마 전 TV에서~ 사람을 어미인줄 알고 오리 새끼처럼 숲길을 졸졸졸 따라다니는 원앙이 새끼들을 보았다. 한두 마리도 아닌 열댓 마리나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눈 뜨자마자, 사람이 키우게 되면 사람을 어미인줄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면서 자랑스럽게 인터뷰에 응하는 화면 속 남성의 말을 들었다. 문득 ‘타잔’ 생각이 떠오른다. 세상엔 참 신기한 일도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권이 촛불집회를 계기로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사회단체 활동 중 함께 동참하기도 했던 분께서 불쑥 임명장을 들고 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극좌(極左)와 극우(極右)는 통한다”고 한다. 이어서 ‘새 정부에 동참하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선지, 필자는 극우, 꼴통, 보수로 분류돼 있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답변을 해줬다. ‘극좌극우’라는 용어는 대립각을 세우게 만드는 용어이다. 따라서 ‘진좌진우(眞左眞右)’로 용어를 바꿔 쓰시라고. 이어서 “개혁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짜 보수는 늘, 항상, 매일, 개혁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진정한 보수다”라고 말해주었다.
눈 다래끼가 생기면 곪아터지도록 차라리 막걸리를 마시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무슨 민속 처방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하면서 삶의 지혜를 드러내는 격언으로 대접받는 말이 되어 있었다. 병원에 가면, 늘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왜 빨리 안 왔냐”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하였다”는 말이었는데, 눈 다래끼에 관한 한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타 먹으면, 병을 키우거나 완치기간이 오히려 길어지는 묘한 결과에 ‘곪아터지도록’이란 말이 최상의 처방전으로 대접받게 됐다.
‘미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둘 다 우리나라의 방송에서 쓰는 ‘방송용어’이다. 두 말의 차이점은 미국을 앞에 두었느냐, 북한을 앞에 두었느냐의 차이다. 그런데 후자는 북한과 남한에서만 쓰는 방송용어임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모 종편과 신문은 전자를 쓰고, 그 외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몽땅 후자를 쓰고 있었다. 왜 그럴까.
중국은 자타 공인하는 북한의 후견국 임에도, 중국의 방송, 신문에서는 전자를 쓴다. 일본도 그렇고 러시아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미국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쓰는 것일까.
6.13 선거공약에서~ [연방정부 첫 광주시장]이란 현수막을 보고 말았다. 그 윗 칸에는 [광주공화국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문구도 있었다. 가히 미륵의 출현을 기다리던 말세의 사고방식, 말세적 용어가 아닌가. 그래서 유행어처럼 풍미하는 용어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았다. ‘선전선동반복세뇌전교조교육맑시즘장악개혁정치YWCA명동성당성공회조계사적폐인문학문화예술미투’ 그런 다음에 더 나올 말은 무엇일까. ‘교조주의’, ‘토치카’ 정도일까. ‘보트피플’은 필요 없을까. 걱정스러운 걱정거리가 또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에는 본시 포퓰리즘이 없을 수 없다.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하려면 재선은 필수이다. 왕성한 의정활동으로 (국회에서)발의를 해놓고도 재선을 못하면, 그 안은 그만 폐기되고 만다. 아무리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통일을 해낼 안이라도~ 내쳐진다. 이게 현실이고 정치가 힘 든 이유다. 도덕선생님이 수단방법 가려가며 설 자리가 없다.
21세기에도, 중국 24史는 중국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그들이 뭘 보고 동이전(東夷傳) 등을 쓰고 베꼈을까. 해답은 ‘남해각서(南海刻書)’에 있다고,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 선생께서《조선사연구(朝鮮史硏究)》를 통해 일갈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상기시키고 웅비의 나래를 펼쳐나가기를 염원하였다. 그리하여~ “두려워하지 말아요/ 아쉬워하지 말아요/ 때가 만월처럼 차오르면/ 그 때를 기다려/ 분수처럼 치솟아 오르세요/ 칼날 같은 초승 시절/ 초심으로 이겨내면/ 자연(自然)은 결코/ 악(惡)을 용서하지 않아요/ 태풍, 쓰나미, 화산 폭발, 천둥, 번개/ 맘 놓고 고르세요.” 나무 한 그루, 오동을 심으면서.